발이 쳐진 내청, 두 사람이 탁자를 마주해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내청은 수수하게 장식이 되어 있었고, 대나무로 만든 발엔 산수화가 그려져 있었다. 누가 그렸는지 봄 풍경은 생동감이 넘쳤다. 유모는 마당을 거닐며 혹시라도 불청객이 올까 망을 봤다. “아가씨! 소인의 말을 명심하십시오.” “원세와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탕약을 올릴 때 뵙겠습니다.” 대략, 반 시진쯤 지났을 때 조사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두 사람의 표정은 밝은 편이었다. 밤이 되자 살벌하기까지 했던 장원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조용했다. 하늘엔 처자의 뽀얀 엉덩이 같은 만월이 두둥실 떠 있었다. 그때 몇 마리 철새가 만월을 가르며 날아갔다. 고향을 찾아가는 걸까, 집 떠난 이들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