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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의 아들 102

검투사의 아들 2권 9

그렇게 조사의와 얘기를 마친 원세는 여랑과 전각 뒤쪽 대나무 숲을 거닐었다. 원세는 그동안 이렇듯 여유 있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긴 처음이었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분은 하늘을 날았고 가슴은 뿌듯했다. “원세야, 나 업어 줘...” 앞서가던 여랑이 별안간 업어 달라고 응석을 부렸다. “아가씨, 여기서요.” “그래, 나 다리 아파,” “정말 다리...” “빨리 안 업을래!” “알았습니다 요. 업으면 되지, 또 그 성깔 나오네.” “너, 지금 뭐라고...” “아, 아닙니다. 기분 좋다는 말입니다.” “치- 날 놀린 걸 누가 모를 줄 알고...” “자 업히세요. 얼마나 건강해지셨나 어디 한번 봅시다.” 원세는 씩 웃어 보이곤 쪼그리고 앉으며 등을 내밀었다. 여랑은 원세의 듬직한 등에 업혔다. 문득 어려서부..

검투사의 아들 2022.10.28

검투사의 아들 2권 8

여랑은 어젯밤 늦게까지 원세를 기다렸었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원세가 내일 아침에나 올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날 밤을 지새우곤, 원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원세야! 난 이만 돌아가겠다. 저녁에 보자!” “예, 쌍노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쌍노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곤 돌아섰다. 원세도 굽실 인사하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여랑 아가씨! 나와 계셨군요. 할아버지도 유모도...’ 원세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더니 달음질로 바뀌었다. 그리곤 여랑 두 걸음 앞에 뚝 멈췄다. ‘아니 원세가, 난 몰라, 너무???’ 여랑은 먼저 눈을 크게 뜨곤 원세를 발끝에서 머리까지 찬찬히 뜯어봤다. 분명 앞에 서 있는 청년은 원세가 분명했다. 전보다도 더 늠름하고 잘생기고 믿..

검투사의 아들 2022.10.25

검투사의 아들 2권 7

그 시각이었다. 아담한 전각을 호위하듯 늘어선 일곱 그루의 적송이 눈에 들어왔다. 대나무 숲의 이방인이라 할 유일한 적송(赤松)이었다. 그 적송 앞이었다. 언제부터 나와 있었을까, 여랑과 조사의가 적송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여랑은 안절부절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고, 조사의는 담담히 대전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가씨! 곧 만나게 될 텐데...” “할아범! 제 심정이 어떤지 알잖아요.” “하지만 아가씨! 원세 앞에선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지금 원세는 죽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그러니 제 마음이 더 아프죠.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원세가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 것만도 천운이 따랐음입니다. 그러니 감사히 생각해야 합니다.” 여랑은 진가장을 떠나온 이후로..

검투사의 아들 2022.10.20

검투사의 아들 2권 6

대략 일 다경쯤 걸어갔을 때였다. 웅장한 2층 전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궁궐의 대전 같았다. 전각 입구엔 10명의 낯선 무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전각 주위로도 살기가 뻗치는 것을 보면 그들 외에 경계를 서는 자들이 더 있다는 얘기였다. “...쌍노 할아버지,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문이 열리고 쌍노가 나오자 원세가 굽실거렸다. “허허! 원세 네놈이 의젓해졌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이렇게 어른스러워졌을 줄은 몰랐다. 잘 왔다.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쌍노는 허허거리며 인사를 받았다. 의외이긴 했지만 쌍노의 행동에 어안이 벙벙한 원세였다. 왜 아니겠는가? 그동안 쌍노는 원세를 대할 때 개돼지 취급하듯 했었다. 그러니 원세가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우선 들어가자! 자네들도 들어오게!”..

검투사의 아들 2022.10.14

검투사의 아들 2권 5화

어느덧 9월, 어김없이 찾아온 천고마비의 계절이었다. 안휘성 청양현에 위치한 구화산이 쪽빛 하늘 아래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99개의 산봉우리가 제멋을 뽐내듯 절경을 자랑했다. 하늘을 찌를 듯이 늘어선 고송들, 깊은 계곡과 폭포, 기암괴석과 동굴들, 그리고 푸름을 자랑하는 대나무숲이 독특한 절경으로 조화를 이뤘다. 99개의 봉우리 중에서도 남쪽으로 치우친 죽봉(竹峰)이 한눈에 들어왔다. 죽봉은 아래로 펼쳐진 대나무숲으로 인해 그야말로 푸른 바다에 솟아있는 섬 같았다. 대나무숲이 파도가 치듯 바람에 넘실거렸다. 그때마다 거대한 이무기가 지나간 것처럼 꾸불꾸불한 길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길은 군데군데 끊긴 것처럼 보였으나 죽봉 아래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대나무숲으로 이어진 길은 입구..

검투사의 아들 2022.10.11

검투사의 아들 2권 4화

“철인, 풍객의 말이 사실이네! 자네가 원세을 끔찍이 생각하듯 나 역시 원세를 끔찍이 생각하네. 그러니 원세는 우리에게 맡기고 그만 돌아가게, 자네에게 특별한 임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일세!” 딴청을 피우듯 고개를 돌렸던 덕보가 나섰다. “뭐라! 자네까지,” “이 사람, 뭘 그리 역정인가, 다 원세를 위한 일인걸,” ‘이건 아니다. 장주도, 덕보 자네도 믿지 못하겠군.’ 철인으로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 명령을 내렸다는 장주나 말을 전한 덕보까지도 미덥지 않았다. “덕보! 그렇더라도 지금은 아니지, 친구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생각해 보게, 지금 원세의 심정이 어떨지 말이야, 그리고 거기가 어딘가, 가보진 못했지만, 변방에다가 지옥이 따로 없다고 하던데, 그런 곳에 원세를, 나는 보낼 수가 없네..

검투사의 아들 2022.10.05

검투사의 아들 2권 3

원세는 한 번씩 아버지를 따라 량산에 올랐었다. 그때가 원세에게는 제일 즐거운 시간이었고,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눈 때이기도 했다. 아버진 량산에 오를 때마다 동쪽을 향해 큰절을 올리며 따라 하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원세도 아버지를 따라 절을 했었다. ‘아버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백두산엘 꼭 찾아가겠습니다. 백두산이란 이름을 중하게 여기라는 아버지의 깊으신 뜻이 무엇인지, 기필코 백두산에서 찾겠습니다.’ 원세는 두 주먹을 굳게 말아쥐었다. “숙부! 그러고 보니까, 저는 이방인이었군요.” “원세야, 그런 생각은 하지 말거라! 네가 태어난 곳은 바로 저 아래 진 가장이다.. 이미 불타 없어졌지만, 그래도 이곳이 네 고향은 고향이다. 게다가 어머니가 중원 인이고 이곳이 중원 땅이니 너는 중원 인이다...

검투사의 아들 2022.10.02

검투사의 아들 2권 2

그 위기의 순간, 몸을 굴려 한쪽 무릎을 꿇었던 젊은이가 검을 지팡이 삼아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곤 핏발 선 눈으로 거구의 상대를 노려봤다. 거구의 검투사도 이번엔 단칼에 목을 칠 것처럼 도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 결투가 치러졌다. 창! 챙강! 까까까깡!!! 으~ 윽! 요란한 금속성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고 젊은이와 거구의 사나이가 몇 차례 자리바꿈을 했다. 그때 듣기 거북한 신음이 들렸다. 현란하면서도 아찔아찔했던 상황은 끝나고 드러난 장내, 젊은 검투사는 검을 후려친 자세로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고, 거구의 검투사는 도를 내리친 자세로 허리를 구부리고 있었다. 그렇게 장내는 쥐 죽은 듯 침묵이 흘렀다. 쿵! 잠시 후, 거구의 검투사 목에서 피 분수가 솟구쳤다. 이어서 거구의 몸이 ..

검투사의 아들 2022.09.30

검투사의 아들 2권 1

검투사의 아들 2권 1 1장, 짧은 만남 휘이잉, 휘잉-- 사라락, 사라락, 사락, 어둠이 짙게 깔린 량산으로 시원한 바람이 지나갔다. 나뭇잎들은 비비적거리며 옷을 벗더라도 순리에 따르자고 속삭였다. 순리를 거역하는 인간들의 끊임없는 욕망을 비웃듯이-- 장원이 내려다보이는 숲속, 바람에 흔들거리는 나무들 사이로 은은한 불빛이 보였다. 불빛은 숲속에 있는 한 초막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두런두런 얘기 소리도 들렸다. 순찰 무사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밤에 잠깐씩 눈을 붙이는 초소로 활용되었던 초막이었다. “그렇게 차려입으니, 우리 원세가 딴사람이 됐구나. 아주 늠름해졌다. 어딜 가든 공자 소리도 듣겠고, 처자들이 봤다면 반하겠는걸,” “숙부! 놀리지 마십시오. 공자 소리를 듣다니요. 종놈이,” “무슨 소리, ..

검투사의 아들 2022.09.27

검투사의 아들 53화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각이었다. 원세와 철인은 진가장이 내려다보이는 능선에 와 있었다. 두 사람은 이곳까지 오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철인은 철인대로 지옥 같은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묻지 않았다. 원세도 아버지가 왜? 오시지 않았는지, 어머니는 잘 계신지, 여랑은 어떻게 지내는지 한 마디도 묻지를 않았다. 지금 원세의 가슴은 두근거리다 못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 분명 있어야 할 곳에 진가장이 없었다. 하늘로 솟은 것도, 땅으로 꺼진 것도 아니었다. 눈을 씻고 또 씻고 쳐다봐도 있어야 할 진가장은 정말이지 보이지 않았다. “숙부! 장원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래도 원세의 목소린 차분했다. “원세야! 내가 어떤 말을 하든 놀라지도 울지도 말거라! 너는 남아 대장부다” “전 울지 ..

검투사의 아들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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