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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의 아들 102

검투사의 아들 2권 49화

2권 49화 크아아악! 원세는 미친 듯 몸을 떨며 기성을 질러 댔다. 그리곤 동작을 멈췄다. “으, 다 죽일 거야, 다...” 검을 비껴든 원세가 비틀거리며 장내를 둘러봤다. 충혈된 눈에선 줄기줄기 광기가 발산되었다. 이를 지켜보는 노인과 수련, 그리고 무사는 사색이 되어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 신음조차 흘리질 못했다. 원세의 모습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오금이 저렸고 숨이 콱 막혔다. “으, 정신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랬지, 다 죽인다고 했었지, 이거 내가 미쳤나,” 이성이 돌아온 것인가, 뭐라고 중얼거린 원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세 사람을 쳐다봤다.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눈빛은 자책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 사람은 두려움에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제기랄, 염라..

검투사의 아들 2023.07.29

검투사의 아들 2권 48화

2권 48화 별안간 들려온 원세의 전음에 수련은 놀랐다. ‘아니 이럴 수가, 공자께서 전음까지, 그렇지만 저들과 일전을 벌이다니 말도 안 돼, 그냥 가면 무사할 텐데, 이를 어쩌지, 여기서 같이 죽자고 할 수도 없고,’ “.......” ‘누나, 저는 저들과 함께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누나만 할아버지를 지켜드리세요.’ 수련은 원세의 재차 전음에 각오를 했다는 듯 원세를 쳐다보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이왕 죽은 목숨 아닌가요. 한번 해보겠어요.” 수련이 속삭이듯 말했다. 목소리엔 여인 특유의 표독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고원세! 위사를 생각해 참는 중이다. 네놈이 아무리 빠져나갈 궁리를 해도 소용없다. 그러니 순순히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웅이 일갈하곤 수하들에게 눈..

검투사의 아들 2023.07.26

검투사의 아들 2권 47화

2권 47화 휘리링, 휘잉, 제법 차가운 바람이 능선을 훑고 지나갔다. 바람에 원세의 옷자락과 머리칼이 나부꼈다. 원세는 눈을 감은 채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바람의 냄새를 맡았다. 코끝을 타고 들어온 냄새는 시원하고 상큼했다. 하지만 원세의 코는 계속 벌름거렸고, 이상한 냄새를 맡은 듯 눈을 번쩍 떴다. ‘결국은 꼬리를 잡히고 말았군. 적어도 열 명은 될 것 같은데, 이젠 도망칠 수도 없다. 그래 일단 만나보자.’ “......” “이보게! 그만 떠나세!” 노인과 수련이 원세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원세가 가볍게 바위에서 내려섰다. “할아버지! 수련 누나! 저를 쫓는 자들이 곧 들이닥칠 겁니다. 두 분은 절대 나서지 마시고 그대로 계십시오. 일단 그들을 만나보겠습니다.” “공자! 그들이 쫓아왔..

검투사의 아들 2023.07.25

검투사의 아들 2권 46화

2권 46화 “여봐라! 방을 뒤져라!” 자웅이 노파를 노려보곤 무사들에게 명했다. 무사들이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우당탕, 와지직, 쿵쾅, 무사들은 방 안의 물건들을 집어던지며 난리를 쳤다. “에고 이를 어째, 이놈들아! 살림은 왜 부셔, 이놈들아!” 노파는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앉더니 악다구니를 해댔다. “안엔 별다른 흔적이 없습니다.” “알았다. 할망구! 영감탱이는 어느 쪽으로 갔느냐?” “모른다, 죽일 놈들아!” “여봐라! 놈은 이 집에서 머물다 떠난 것이 틀림없다. 분명 놈은 산을 넘을 것이다. 할망구! 다시 한번 묻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대로 물러갈 것이나 거짓을 말했다간 당장에 목을 칠 것이다. 영감탱이는 어느 쪽으로 갔느냐?” “......” ‘이를 어쩌지, 놈의 눈빛만 봐도 거짓이 아닌데, ..

검투사의 아들 2023.07.24

검투사의 아들 2권 45화

2권 45화 아침 안개가 걷히지 않은 영악산 거암봉이 추운지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안개가 잔잔히 깔린 초막 앞이었다. 일단의 인물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노인을 위시해 노파와 원세 그리고 수련이었다. “아가씨! 이거 섭섭해서 어쩌지요.” 노파는 수련의 손을 잡은 채 눈물을 글썽였다. “할머니! 꼭 다시 찾아뵐게요.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 “영감! 집 걱정은 말고 아가씨를 잘 모셔다 드리고 오세요. 젊은이도 잘 가요.” “예, 할머니!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원세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마누라! 갔다가 곧바로 돌아올 것이니, 집이나 잘 지키고 있구려! 아가씨, 이만 가시지요.” “할머니! 이만 갈게요.” 수련이 노파를 꽉 끌어안았다가 놓으며 웃어 보였다. “아가씨, 잘 가요. 어여..

검투사의 아들 2023.07.23

검투사의 아들 2권 44화

2권 44화 사실 죽림원(竹林園)은 사황련을 위장하기 위해 만든 장원으로서 죽공예품을 생산 판매를 했다. 하여 장원의 원주 이하 일꾼들은 대부분 암행 무사들과 영무들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일부 인원 교체가 있었고, 련에서 파견된 무사들이 경비를 담당했다. 그 파견된 무사 중에 철인도 포함이 되었다. 이는 철인의 행동을 수상쩍게 봐왔던 쌍노가 밖에 일을 맡기지 않기 위해 취한 조처였다. “쯧쯧, 아무튼 원세가 불쌍 하이,”,” 한 무사가 혀를 찼다. “불쌍하긴, 종놈 주제에 무공을 배우러 갔으면 제대로 배울 것이지 도망을 치다니, 말이 되냐!” “양정!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가? 한때는 동료였던 천수의 아들일세!” “야, 철인! 자네는 천수를 친구로 생각했겠지만, 난 천수 그놈을 노예 이상은..

검투사의 아들 2023.07.22

검투사의 아들 2권 43화

2권 43화 휘리링, 휘리링, 여기는 안휘성 구화산, 어둠이 짙게 깔린 구화산 죽봉이 반짝이는 별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죽봉 아래로 펼쳐진 대나무숲은 검은 파도가 일렁거리듯 넘실거리고 있었다. 촤라락, 촤라락, 여기저기 등불이 밝혀진 사황련, 바람에 흔들거리는 대나무의 마찰음이 음산하게 죽성을 감돌았다. 후원 깊숙한 곳, 5층 전각이 괴물처럼 솟아있었다. 전각 주위론 소름 끼칠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으며, 흉흉한 눈빛들이 곳곳에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날씨가 쌀쌀했지만 5층 창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창문을 통해 살벌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소 격한 목소리엔 살기가 배였다. “부주가 내 명을 어겼다는 것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원세 그놈을 잡아서 버릇을 고치겠다는 것이겠지요.” “..

검투사의 아들 2023.07.21

검투사의 아들 2권 42화

문밖엔 언제 왔는지 원세가 서 있었다. 원세는 두런두런 들리던 말소리가 뚝 그치자, 잠시 방문을 응시한 채 서 있었다. 대략 숨 열 모금쯤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그때까지도 대답이 없자 쓴 미소를 지은 원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소인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만,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이만 돌아가지요. 편히 쉬십시오.” “......” ‘공연한 짓거리를 했어, 언제는 편하게 지냈나,’ 원세는 하룻밤 편하게 보내겠다고 생각한 자신이 정말이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한 원세가 막 돌아섰을 때였다. 덜컹- 방문이 열리고 노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뉘신지?” “할아버지! 하남으로 가는 나그넨데, 밤이슬이라도 피할까 들렸습니다. 놀라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원세는 돌아서서 정중히 고개를 숙..

검투사의 아들 2023.07.20

검투사의 아들 2권 41화

6장, 여심(女心) 섬서성과 허난 성 경계에 있는 영악산 거암봉(巨巖峰)이 저녁노을에 아름답게 물들어갈 무렵이었다. 그때 한 젊은이가 노을에 물들어가는 거암봉 정상을 향해 가파른 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사람들 왕래가 없다 보니,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 같지도 않은 길이었다. “이 정도면 사냥꾼들 움막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제길, 오늘도 이슬 피하긴 틀렸군. 노숙할 곳이라도,” 원세는 길 같지도 않은 길을 올라가며 혹시나 사냥꾼들 움막이라도 있을까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움막은 보이지도 않았다. 원세가 기련객점을 떠나온 지 보름이 되었다. 그동안 산길만 이용했고 산속에서만 노숙했다. 그러니 이젠 지칠 만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 눈을 피해 이곳까지 오는 동안 원세는 자신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

검투사의 아들 2023.07.04

검투사의 아들 2권 40화

한편, 땅거미가 꾸물꾸물 몰려올 무렵이었다. 검을 든 한 젊은이가 고랑이라는 작은 읍성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어디서 결투라도 벌였는지 옷자락 몇 군데가 날카롭게 잘려 너풀거렸고 피를 흘렸는지 옷자락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큰 負傷을 당한 것 같지는 않았다. 살펴보니 귀곡부를 당당히 떠나온 원세였다. 원세는 배웅을 나왔던 분들에게 감사 인사로 섭섭함을 대신했다. 전갈은 사부인 부주의 성정이 괴팍하니, 이해하라며 무조건 멀리 달아나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쌍살녀 자매는 나중에 다시 만나자면서도 아쉬웠던지 섭섭한 표정으로 건량을 건네줬었다. 원세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들의 마음 씀씀이에 뭉클거림을 느꼈다. 하지만 내색은 못 하고 그냥 고맙다는 인사만 남기곤 걸음을 재촉했다.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선..

검투사의 아들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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