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46화
“여봐라! 방을 뒤져라!”
자웅이 노파를 노려보곤 무사들에게 명했다.
무사들이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우당탕, 와지직, 쿵쾅,
무사들은 방 안의 물건들을 집어던지며 난리를 쳤다.
“에고 이를 어째, 이놈들아! 살림은 왜 부셔, 이놈들아!”
노파는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앉더니 악다구니를 해댔다.
“안엔 별다른 흔적이 없습니다.”
“알았다. 할망구! 영감탱이는 어느 쪽으로 갔느냐?”
“모른다, 죽일 놈들아!”
“여봐라! 놈은 이 집에서 머물다 떠난 것이 틀림없다. 분명 놈은 산을 넘을 것이다. 할망구! 다시 한번 묻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대로 물러갈 것이나 거짓을 말했다간 당장에 목을 칠 것이다. 영감탱이는 어느 쪽으로 갔느냐?”
“......”
‘이를 어쩌지, 놈의 눈빛만 봐도 거짓이 아닌데, 아이고 영감, 이 일을 어찌하면 좋소! “!“
노파는 어떤 결심을 했는지 자웅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이놈아! 우리 영감은 아침마다 집 뒤쪽 솔밭에서 약초를 캐온다. 됐느냐, 이놈아!”
“클, 할망구가 거짓말도 그렇듯 하게 잘도 하는군, 이 겨울에 약초를 캐러 간 것도 수상쩍은데 이번엔 솔밭에서 약초를 캔다. 여봐라! 영감탱이가 놈을 데리고 계곡 쪽으로 갔을 것이다. 아침에 떠났다면 멀리는 못 갔을 것이다. 따라라!”
자웅은 초막을 벗어나며 한 무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뒤에 쳐진 무사는 멍하니 앉아 있는 노파에게 다가가더니 볼 것도 없이 검을 휘둘렀다. 피 보라가 뿌려졌고, 노파는 가는 신음을 흘리며 모로 쓰러졌다. 얼마나 억울한지 노파의 부릅뜬 눈은 무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할망구! 영감탱이도 곧 뒤따라 갈 거야, 킬킬...”
“......”
해가 중천에 떠오를 무렵이었다.
원세 일행이 커다란 바위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가씨! 이 봉우리만 넘으면 백 리 세 가입니다.”
노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공연히 이쪽으로 오자고 했나 봐요. 보나 마나 불타서 엉망일 텐데...”
수련의 목소린 슬픔에 잠긴 목소리였다.
“그래도 한 번은 가 봐야지요. 하지만 아가씨, 엉망이 됐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어떤 놈들인지, 응징을 당할 겁니다.”
“공자님, 함께 가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공자님은 안휘성으로 간다고 했잖아요. 가시는 곳이 안휘성 어디예요?”
“예, 청양현에 아는 분이 계셔서 찾아가는 길입니다.”
원세는 대답하기 난감해 둘러댔지만, 이곳까지 오는 내내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게다가 육감이지만 추격자들과 맞닥뜨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색도 할 수가 없었다. 불시에 일어날 불상사에 대비할 뿐이었다.
“공자님, 공자님도 쫓기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쫓는 자들이, 그 무술 수련장 사람들인가요? 제가 보기엔 공자님도 대단한 실력을 쌓은 것 같은데, 쫓는 사람들도 대단하겠죠?”
수련은 원세가 보통내기가 아니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비록 나이는 자신보다 어리지만 느낌으론 대단한 무공을 익혔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무공은 어떻게 배우게 됐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어젯밤엔 묻지를 못했었다. 하여 은근슬쩍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운을 뗀 것이었다.
“수련 누나! 제가 대단해 보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저야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저를 쫓는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지요. 절정은 아니겠지만, 근성으로 봐선 초일류급에 해당할 정도로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닐 겁니다.”
원세는 자연스럽게 수련의 얼굴을 피해 담담히 얘길 했다. 왠지 모르게 수련의 얼굴을 보면 여랑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쿵쿵거렸기 때문이었다. 수련의 미모는 여랑 못지않게 미인이었다. 게다가 몸에서 풍기는 기운까지 비슷했다.
‘어린 공자가 대단하다는 얘긴데, 언제 다시 보게 될지, 가능하다면 다시 봤으면 좋겠다. 정말 대장부다워-’
수련은 원세가 듬직한 대장부답다고 생각했다.
“공자께서 그런 사람들을 피해 예까지 온 것을 보면 공자님의 실력이 더 뛰어나다는 얘기가 아니겠어요. 혹시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까요?”
“글쎄요. 저도 수련 누나를 다시 만나길 희망하지만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할머니 말씀처럼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게 되겠지요.”
원세는 얘기를 받아 주면서도 한 번씩 주위를 살피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겠지요. 인연이 있다면...”
“아가씨! 이만 출발을 하지요.”
잠시 쉬고 있던 노인이 일어섰다.
“쉿! 잠깐만 계세요.”
귀를 쫑긋거린 원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쉬쉬거렸다.
“무슨 일이에요?”
“우선 주위를 살펴본 후에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러니 두 분은 잠시만 조용히 앉아 계세요.”
말을 마친 원세는 가뿐하게 도약해 1장에 가까운 높이의 바위 위로 올라섰다. 이를 본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떴다.
‘분명 기척을 들었는데, 그럼 어디...’
원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류지청술(魔流地聽術)을 펼쳤다. 사실은 도망치는 도중에 한 번씩 천리지청술을 변형한 마류지청술을 펼쳐 추격자들을 따돌리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노인과 수련 때문에 걸음도 느렸고 마류지청술을 펼치지도 못했다. 그런 관계로 내내 불안했던 기우가 사실로 나타난 것인지, 사람의 기척을 느꼈다.
“아가씨! 어린 사람이 대단합니다.”
“그러게요. 대단할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저 정도로 몸이 날렵할지는 몰랐어요. 검을 들고 있는 것으로 봐선 검술에도 일가견이 있을 거예요.”
“잘 됐군요. 그 쳐 죽일 놈들이 나타나더라도,”
“할아버지! 그렇지 않아요. 놈들은 정말이지 무서운 놈들이었어요. 가문의 무사들을 단칼에 쳐 죽인 놈들이니까요.”
수련은 지난 일이 생각났는지 치를 떨듯 몸을 떨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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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삶으로 힘내세요.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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