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48화
별안간 들려온 원세의 전음에 수련은 놀랐다.
‘아니 이럴 수가, 공자께서 전음까지, 그렇지만 저들과 일전을 벌이다니 말도 안 돼, 그냥 가면 무사할 텐데, 이를 어쩌지, 여기서 같이 죽자고 할 수도 없고,’
“.......”
‘누나, 저는 저들과 함께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누나만 할아버지를 지켜드리세요.’
수련은 원세의 재차 전음에 각오를 했다는 듯 원세를 쳐다보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이왕 죽은 목숨 아닌가요. 한번 해보겠어요.”
수련이 속삭이듯 말했다.
목소리엔 여인 특유의 표독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고원세! 위사를 생각해 참는 중이다. 네놈이 아무리 빠져나갈 궁리를 해도 소용없다. 그러니 순순히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웅이 일갈하곤 수하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잠깐!”
원세가 다가드는 무사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또 뭐냐?”
“아저씨! 일단 한판 붙어 봅시다.”
원세는 이판사판 더는 입씨름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니 이왕 일전을 불사할 바엔 자신이 죽더라도 무사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길만이 할아버지와 수련 누나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음이었다.
“무엇이라! 한판 붙자! 하하하! 네놈이 미쳤구나!”
“하하하! 저놈이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입니다.”
자웅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자 무사들도 따라서 웃어댔다.
‘오늘 내 실력을 가늠해 볼 것이다. 일단 추풍검로의 일 초식으로 선수를 잡고 이 초식, 삼 초식을 연결해 단번에 승부를 내야 한다. 그리고, 그래 양공을 최대한 끌어올려...’...’
원세는 한발 앞으로 나서며 검을 꽉 틀어쥐었다.
“자웅 아저씨! 이왕 일전을 각오했으니, 저기 평평한 곳에서 일전을 치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신 내가 일전을 치르는 동안엔 이 두 분은 건드리지 마세요. 노약자잖아요.”
“크하, 네놈이 한번 이겼다고 기고만장했구나, 좋다. 너는 저들을 감시하라!”
자웅은 한 무사에게 노인과 수련을 감시케 하곤 5장쯤 떨어진 구릉 아래로 내려갔다. 그 뒤를 무사들과 원세가 따라갔다. 구릉 아랜 약간 경사가 지긴 했지만 평평했다.
“공자님이 어쩌려고 저러지...”
“아가씨! 우리 때문에 원세가 잘못되면 어쩌지요.”
노인과 수련은 원세를 바라보며 속을 태웠다.
자웅을 비롯한 무사들은 원세를 중앙에 두고 빙 둘러섰다.
원세는 아주 당당히 서서 무사들을 둘러봤다.
“아저씨들! 한꺼번에 공격하는 것이 유리할 겁니다.”
“네놈이 기가 팍 살았구나. 하지만 이놈아! 우린 무사다. 어린 네놈을 상대로 합공 한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일대일의 결투를 벌여 네놈이 다섯 명만 이긴다면 오늘은 이대로 돌아가겠다.”
자웅은 원세를 단칼에 쳐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전갈의 엄명을 어길 수는 없었다.
암행위사 전갈하면 보기보단 악랄하기로 명성이 높았다. 특히 암행 무사의 수장으로서 암행 무사들에겐 저승사자나 다름이 없었다. 이제까지 부주의 명을 어긴 자는 있었어도 전갈의 명을 어긴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전갈은 암행 무사들의 신 같은 존재였고 무서운 인물이었다.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
원세는 자세를 잡고 들끓는 양공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단전에서 들끓던 양공이 혈을 따라 검을 쥔 팔로 몰려들었다. 그렇게 몰려든 뜨거운 기운이 이번엔 팔을 타고 내려가 손아귀에 모여들었다. 그 순간 원세가 느리게 검을 뽑았다.
스르릉, 슥-
번쩍, 번쩍,
순간, 햇살을 받은 검신에서 눈 부신 빛이 발산했고, 자웅을 비롯한 무사들이 일순 눈을 찡그렸다. 그때였다. 기합 소리도 없이 원세가 몸을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피하라!”
자웅의 입에서 다급한 일갈이 터졌다.
윽! 악!
두 마디 비명이 들렸고 피 보라가 뿌려졌다.
“쳐라! 죽여도 좋다.”
재차 자웅이 대갈을 터트렸다.
자웅의 대갈에 잠시 기겁했던 무사들이 날렵하게 공격 대형을 갖췄다. 무사들은 언제 놀랬느냐는 듯 눈을 부라리며 원세 2장 앞까지 다가들었다.
원세는 공격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검을 뽑아 든 순간 무사들이 눈을 찡그리며 주춤거리는 것을 봤고, 자신도 모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뻗어 나간 검기에 가까이 있던 두 명의 무사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당한 것이었다.
“흐흐, 모두 죽일 것이다. 폭풍멸혼(暴風滅魂)!”
일갈을 터트린 원세가 기수식에서 검을 들어 올리며 좌우로 검을 그었다. 아니 검을 그은 순간이었다. 원세는 몸을 회전시키며 폭풍멸혼의 초식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무슨 조화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에서 돌풍이 일듯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상대를 향해 쇄도해 갔다.. 마치 회전하는 검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창, 챙그랑,
악! 아악!!!
창창, 챙그랑!!!
큭, 윽! 크악!!
자웅과 무사들은 쇄도해 들어오는 검기를 맞받아치는데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미 다섯 명이 죽임을 당했고, 자웅과 한 무사만 뒤로 물러나 씩씩거렸다. 귀곡부의 암행 무사들은 이렇듯 쉽게 당할 자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방심한 것도 있었겠지만 지금의 원세는 그들이 감당할 상대가 아니었다.
“히히히, 모조리 죽일 것이다. 유풍멸혼(柔風滅魂)!”
원세의 입에서 재차 일갈이 터졌다.
광인의 목소리처럼 섬뜩했다.
일갈을 터트린 원세가 추풍검로의 삼 초식인 유풍멸혼을 펼치기 시작했다. 유풍멸혼은 자연에 동화된 듯 공기의 흐름처럼 부드럽게 상대를 제압하는 초식이다. 부드러움 속에서 수천 초의 변초가 펼쳐져 순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무서운 초식이었다. 춤추듯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며 검을 휘두르는 원세, 뽀얗게 먼지바람을 일으키던 폭풍멸혼과는 대조적으로 산들바람이 불듯 부드러운 바람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으윽! 윽!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장내를 쓸어 보던 자웅과 무사는 감히 맞설 수 없는 위압감에 대항할 엄두도 못 냈다. 그렇게 그들은 불가항력의 검기가 자신들을 감싸는 것을 느꼈을 뿐이었다. 그 순간 그들은 신음을 흘리며 쓰러졌고 부릅뜬 눈은 불신으로 가득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폭풍멸혼에 당한 자들은 그래도 성했다. 그런데 유풍멸혼에 당한 자웅과 무사는 바람이 불자 옷이 조각조각 날려갔다. 그리고 조각난 옷가지처럼 알몸에서 붉은 피가 배여 나왔다. 몸에 수백 가닥의 검흔이 새겨진 탓이었다.
“으 아아악!!”
별안간 움직임을 멈춘 원세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악을 썼다. 충혈된 눈에선 붉은 기광이 핏물 뿌리듯 번뜩였다. 이를 넋을 놓고 지켜보던 노인과 수련은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고, 감시하던 무사는 도망칠 엄두도 못 내고 넋 나간 자처럼 멍하니 장내를 응시하고 있었다.
----------계속
^(^,
장마가 소강상태라 좋기는 합니다.
그런데 무더위가 극성입니다.
모두 건강 챙기십시오.
응원은 모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긍정의 삶으로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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