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엔 언제 왔는지 원세가 서 있었다.
원세는 두런두런 들리던 말소리가 뚝 그치자, 잠시 방문을 응시한 채 서 있었다. 대략 숨 열 모금쯤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그때까지도 대답이 없자 쓴 미소를 지은 원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소인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만,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이만 돌아가지요. 편히 쉬십시오.”
“......”
‘공연한 짓거리를 했어, 언제는 편하게 지냈나,’
원세는 하룻밤 편하게 보내겠다고 생각한 자신이 정말이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한 원세가 막 돌아섰을 때였다.
덜컹-
방문이 열리고 노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뉘신지?”
“할아버지! 하남으로 가는 나그넨데, 밤이슬이라도 피할까 들렸습니다. 놀라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원세는 돌아서서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노인은 원세의 목소릴 듣고 악의가 없음을 느꼈다. 산중에서 길 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일 년에 한두 번은 겪는 일이었다. 노인은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사심 없이 도움을 줬고 개중에는 아직도 고맙다고 연락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남으로 갈 사람이 이런 산중을 헤매다니, 뭔가 사연이 있겠고, 아직 약관에 검을 소지하긴 했으나 악의는 없어 보이고, 그래 방에서 한 애길 다 들었을 거야, 그렇지 추격자들이었다면 벌써 문제가 생겼겠지, 일단 사연이나 들어보자.’
노인은 원세를 찬찬히 뜯어보곤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길도 없는 산중을 헤매는 것을 보면 그만한 사연이 있을 터, 일단 얘기나 들어봄세. 들어오시게,”
“그래도 되겠습니까?”
“길 잃은 나그네가 분명해 보여서 말이네.”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를 하겠습니다.”
노인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낯선 원세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원세는 한차례 머뭇거리긴 했지만, 서슴없이 방으로 들어섰다. 노인은 약관의 원세가 수련을 추격했던 자들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아봤다. 나이 60이요, 약초꾼 생활 40년 동안 경험한 안목을 믿은 것이었다.
원세가 방으로 들어서자 노파와 수련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경계의 눈빛으로 원세를 쳐다봤다. 특히 수련은 옆에 놓인 검을 들고 일어서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누나가 제법인데, 예쁘기도 하고...’
원세는 수련과 노파를 훑어보곤 굽실 인사했다.
“할머니! 누나! 하룻밤만 신세를 지겠습니다. 먹을 것 좀 주십시오. 참 할아버지! 저는 원세라고 합니다. 잠은 이슬만 피하면 되니, 헛간에서 자겠습니다.”
“허허허! 일단 그리 앉게,”
노인은 원세의 행동에 웃음을 터트리곤 자리에 앉았다.
‘휴, 나보다 어린가? 그런데 낭인 무사?’
수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원세를 뜯어봤다. 어려 보이긴 했지만, 행색은 낭인 무사일 것으로 생각했다.
“마누라! 뭘 하는 게요, 밥상을 차리지 않고,”
“예, 영감!”
엉거주춤 서 있던 노파가 밥상을 들고 밖으로 나가자 수련이 따라 나갔다.
“이보게, 원세라고 했던가?”
“예, 할아버지!”
“그래 이곳까진 어떻게 오게 됐는가?”
“얘기하자면 깁니다. 자세히 말씀드리긴 곤란하지만, 간단히 말씀을 드리지요. 저는 돈황에 있는 한 무술도장의 수련생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장에 문제가 생겨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사고를 치고 쫓겨난 모양이군, 그래 집은 어딘가?”
“안휘성에 있습니다.”
원세는 자신을 숨기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음, 말 못 할 사연이 있기는 있는 모양인데, 그렇겠지 산길을 타는 것만 봐도, 혹시 죄를 짓고, 아닐 거야, 나쁜 놈들에게 쫓기는 게 맞겠지...’
노인은 원세의 행색을 보고 추리를 했다.
“안휘성이라, 아직도 먼 길이 남았군. 암튼 잘됐네.”
“잘 되다니요?”
“젊은이! 나도 내일 길을 나설 참이었네. 하남성에 일이 있어서 말일세! 그러니 함께 가세...”
덜컹!
“영감! 밥상 들여갑니다.”
수련이 방문을 여는 바람에 얘기가 중단되었고, 노파가 밥상을 들고 들어왔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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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피해 없이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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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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