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43화
휘리링, 휘리링,
여기는 안휘성 구화산,
어둠이 짙게 깔린 구화산 죽봉이 반짝이는 별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죽봉 아래로 펼쳐진 대나무숲은 검은 파도가 일렁거리듯 넘실거리고 있었다.
촤라락, 촤라락,
여기저기 등불이 밝혀진 사황련, 바람에 흔들거리는 대나무의 마찰음이 음산하게 죽성을 감돌았다.
후원 깊숙한 곳, 5층 전각이 괴물처럼 솟아있었다. 전각 주위론 소름 끼칠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으며, 흉흉한 눈빛들이 곳곳에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날씨가 쌀쌀했지만 5층 창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창문을 통해 살벌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소 격한 목소리엔 살기가 배였다.
“부주가 내 명을 어겼다는 것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원세 그놈을 잡아서 버릇을 고치겠다는 것이겠지요.”
“뭐라! 그럼 원세 그놈을 잡기 위해 암행 무사들을 풀었단 말이냐! 그 한 놈을 잡으려고,”
“련주님! 부주께서 그럴만한 사정이...”
“듣기 싫다. 부주가 나이가 들더니 노망이 났다는 것이냐? 속히 사람을 보내 원세, 그놈을 내 앞에 데려와라! 내가 직접 무슨 일인지 알아볼 것이다.”
“예 련주! 날이 밝는 대로 외당 당주에게 명하겠습니다. 하오나, 놈이 그럴만한 죄를 지었다면 벌을 내리셔야 할 것입니다.”
“당연한 것을, 어쨌거나 이 사실이 여랑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입단속을 단단히 시켜라!”
“예 련주님!”
흐릿한 불빛에 드러난 방안, 세 사나이가 앉아 있었다. 화려한 장포를 입은 자는 진충원이었고, 그 앞에 앉은 자들은 꼽추인 쌍노와 적발인 적노였다.
귀곡부에서 벌어진 일은 수시로 련으로 보고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원세 사건은 며칠 전에야 련에 보고가 되었다. 보고 내용은 원세가 규율을 어기고 도망을 쳤다는 보고였다. 그런데 련주인 진충원은 오늘에서야 보고를 받았다. 쌍노가 무슨 이유에선지 보고를 늦췄다. 진충원은 원세가 사고를 쳤건 안쳤건, 련으로 돌아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원세가 어떤 사연으로 귀곡부를 떠나왔는지, 쌍노는 자세하게 보고를 받았다. 그렇다고 련주에게 사실대로 보고할 수는 없었다. 잘못하면 태상 장로였던 부주의 허물을 고자질한 것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주인 염라천은 사황련에서 련주 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염라천이 어린애에 불과한 원세에게 당했다는 보고는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염라천의 신물인 마검을, 이유야 어떻든 원세에게 넘겨줬다는 사실을 진충원이 알게 된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련주님, 원세 그놈은 잡아드리면 되겠지만, 그 안에 철인부터 없애는 것이 좋겠습니다.”
쌍노가 눈치를 보며 머리를 조아렸다.
“놈을 없애긴 해야겠지, 하지만 나중에라도 원세 그놈이 안다면 시끄럽지 않겠느냐?”
“어차피 원세 그놈은 아가씨 수족 노릇을 할 놈입니다. 그놈이 무슨 재주로 알겠습니까?”
“그 일은 쌍노가 알아서 처리하라! 그리고 적노!”
“예 련주님!”
“제갈세가와 무림맹에 대한 감시에 소홀함이 없도록 강화하라!”
“그 문제라면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염려가 되는 것은 제갈세가가 계속 세를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혹여 제갈왕민이 엉뚱한 생각이라도 하는 날에는 우리 련에 치명적인 일이 될 수도 있음입니다.”
“제갈왕민이라, 그놈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이미 계획을 세워두고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다. 때가 되면 제갈세가를 쓸어버릴 것이다. 그때까지는 철저히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진충원의 눈에서 섬뜩한 불꽃이 번뜩였다.
“......”
제갈세가를 제외한 무림 세가들이 멸문을 당한 후, 정도 무림맹이 활발하게 활동을 재개했고, 사황련에선 때를 기다리며 제갈세가와 무림맹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 때에 제갈세가는 제갈세가 나름대로 세를 확장하며 장보도를 찾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편 죽림원 무사들 숙소,
대여섯 명이 커다란 탁자 앞에 둘러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때 한 무사가 경계의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들 원세라는 놈 알지, 그 원세란 놈이 말이야, 귀곡부에서 도망을 쳤다는 게야.”
“그게 정말인가?”
원세 얘기가 나오자 눈을 번뜩인 한 무사가 불쑥 나섰다. 무사는 다름 아닌 철인이었다.
“그렇다니까, 그래서 암행 무사들이 뒤를 쫓고 있다는데, 한 달이 되도록 못 잡았다는군. 대단하지 않은가?”
“야, 그 말을 누가 믿겠냐?”
“이 사람이 정말이라니까 그러네.”
“그렇다면 사막에서 뒤졌겠지,”
“이봐! 막개! 그 애긴 누구한테서 들었나?”
철인이 다시 나섰다.
“내가 누군가, 암행 무사들 술자리에 슬쩍 끼어들었다가 들었지, 새끼들이 말을 중단하는 바람에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원세가 도망쳤다는 것은 사실이네!”
“......”
‘원세가 도망을 쳤다면,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 악랄한 놈들이라 잡히면 죽는데, 이를 어쩌지,’
철인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계속
^(^,
장마에 더위가 극성입니다.
모두 비 피해 없도록 대비하시고 건강 챙기세요.
긍정의 삶으로 파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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