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여심(女心)
섬서성과 허난 성 경계에 있는 영악산 거암봉(巨巖峰)이 저녁노을에 아름답게 물들어갈 무렵이었다. 그때 한 젊은이가 노을에 물들어가는 거암봉 정상을 향해 가파른 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사람들 왕래가 없다 보니,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 같지도 않은 길이었다.
“이 정도면 사냥꾼들 움막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제길, 오늘도 이슬 피하긴 틀렸군. 노숙할 곳이라도,”
원세는 길 같지도 않은 길을 올라가며 혹시나 사냥꾼들 움막이라도 있을까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움막은 보이지도 않았다.
원세가 기련객점을 떠나온 지 보름이 되었다.
그동안 산길만 이용했고 산속에서만 노숙했다.
그러니 이젠 지칠 만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 눈을 피해 이곳까지 오는 동안 원세는 자신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칠 땐 눈물을 흘렸고, 그때마다 부모님 한을 풀어드리겠다고 복수심을 불태웠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랑과 숙부인 철인을 생각했다.
특히 숙부인 철인에 대해선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다. 혹시라도 범인들을 찾겠다고 혼자 나선 것은 아닌지, 련에선 별다른 문제가 없는지, 문득문득 불길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보고 싶은 사람들 때문인지, 나날이 힘든 여정이었지만 발걸음만은 가벼웠다.
원세는 주위를 살피며 계속 능선을 타고 올라갔다. 원세가 거암봉 중턱쯤 올라갔을 무렵엔 산속은 어둠이 잔잔히 깔리고 있었다. 그때 길을 막듯 우뚝 솟아오른 바위가 눈앞에 나타났다. 원세는 볼 것도 없이 바위로 훌쩍 뛰어 올라갔다. 그리곤 주위 능선 아래를 세세히 살폈다. 순간 원세의 눈에서 반짝 이채가 발해졌다.
건너편 계곡 위였다.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 불빛을 응시하고 있던 원세가 바위에서 뛰어내리더니 불빛을 향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직선거리는 대략 150장쯤 되었으나 계곡 건너편이라 거리는 두 배는 될 것이었다.
통나무집 안, 노부부와 18세쯤 된 처녀가 마주 앉아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방안은 크지 않았지만, 벽엔 약초 꾸러미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막 저녁을 먹었는지, 치우지 않은 빈 밥상이 문 옆에 놓여 있었다.
“아가씨! 며칠 더 계시다가 떠나시는 것이...”
“아니에요. 벌써 달포가 지났는걸요.”
“그래도 기동하시는데 불편하실 텐데,”
“다리는 다 나았어요. 이것 봐요.”
아가씨라 불린 낭자가 구부리고 있던 다리를 쭉 펴 보였다. 그때 낭자의 얼굴이 불빛에 드러났다. 낭자는 바로 도망치다 능선에서 굴러 떨어진 백리수련이었다.
백리수련은 뒤쫓는 자들을 따돌리고 무작정 능선을 오르고 있었다. 그때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고 계곡으로 굴러떨어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깜짝 놀라 일어섰으나 다리가 아파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을 수습하고 살펴보니 다리에 천 쪼가리가 감겨있었다.
백리수련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약초꾼인 노인이 수련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수련은 만 하루 동안 정신을 잃은 채 바위 밑에 쓰러져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추적하던 추적자들도 그대로 지나쳤고, 밤을 보냈음에도 늑대 같은 들짐승들까지 수련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도 정신을 잃지 않았다면 추적자들에게 잡혔거나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약초꾼 노인이 쓰러져 있는 수련을 발견해 집으로 데려와 보살폈고, 3일 만에 깨어났다.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노부부의 정성이 담긴 보살핌으로 건강도 회복했고 다쳤던 다리도 다 나았다. 약초꾼인 노부부는 백리세가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약초꾼들의 입을 통해 듣고 있었다. 그런 관계로 수련을 더욱 불쌍히 여겼고 성심을 다해 치료했다.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아가씨! 길도 험하고 아가씨 혼자 가시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러니 이 늙은이가 숭산까지 동행을 하겠습니다.”
“할아버지! 저 혼자,”
“쉿!”
별안간 손을 들어 보인 노인이 방문을 노려봤다.
그때 인기척이 들렸다.
“계십니까? 길을 잃은 길손입니다.”
밖에서 들려온 사나이 목소리에 노부부와 수련은 잔뜩 긴장했다. 그들은 혹시나 추격자들이 찾아온 것은 아닌가, 겁먹은 표정이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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