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38화
우우--
잠시 장내가 술렁거렸다.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한 관전자들의 환호였다.
‘아니, 놈의 자세가 만만치가 않은데, 허술해 보이지만 빈틈도 없고, 제법이다. 오늘 네놈이 결투에 나선 것은 날 우습게 본 것도 될 터, 네놈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똑똑히 가르쳐 주겠다.’
교두는 원세의 자세를 훑어보며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으, 태산처럼 커 보인다. 내가 감히 교두와 결투를,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제 갈 길이 따로 있으니 무례를 범하겠습니다. 교두님, 악의가 있어서 나선 것은 아니니, 이해를 해 주십시오. 그래 무조건 이겨야 해!’
원세는 태산처럼 버티고 선 교두를 보자 일시 위축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결투를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원세가 오른손으로 검을 잡아갔다.
스르릉--
검이 뽑히자 햇살에 반사된 푸른빛이 번뜩였다.
“네 놈에게 세 수를 양보할 것이다. 먼저 공격하라!”
교두는 발을 끌듯이 양쪽으로 교차하며 도를 오른손으로 바꿔 잡았다. 그리곤 호통치듯 일갈했다. 천천히 움직인 듯 보였으나 발이나 손의 움직임은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유연한 움직임이었다.
‘세 수를 양보한다고, 빈틈이 없는 교두의 자세를 흩트릴 필요가 있겠지, 이럴 때 추풍검로의 위력을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쁠 건 없다. 우선...’
원세로서는 교두 앞에 서 있는 것부터 위압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스스로 물러설 원세가 아니었다. 원세는 거대해 보이는 교두를 직시한 채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런 때에 세 수를 양보한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결투는 이기고 봐야 했다.
“교두님! 좋습니다. 교두님이 양보하신다면 먼저 공격하겠습니다. 무례하더라도 용서하십시오.”
원세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검을 곧추세웠다가 횡으로 뻗었다. 그리곤 보폭은 짧게 움직여 도약할 자세를 잡았다. 추풍검로의 첫 번째 초식인 미풍멸혼(微風滅魂)을 펼치기 위한 자세였다.
“미풍멸혼!”
원세의 입에서 기합이 터진 순간, 반 장 높이로 도약한 원세가 2장 거리의 교두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교두는 날카롭게 뻗어온 검기에 일시 기겁했으나 염라무보(閻羅武步)를 펼쳐 아슬아슬하게 검기를 피했다.
“무슨 검법인지 제법이다. 자 이젠 두 초식 남았다.”
교두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사실 말이야 큰소릴 쳤지만 원세의 발검은 느린 것 같았지만 예리함이 어느 검법에도 뒤지지 않았다. 교두로서는 원세의 무위가 이 정도로 높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게다가 원세의 검법은 생소한 검법이라 어떻게 방어하고 피해야 할지 은근히 불안함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교두는 결투에 앞서서 절대 있어선 안 될 마음에 동요를 일으켰다. 아마도 너무 자만한 탓일 것이었다.
관전자들의 눈엔 원세의 움직임은 한눈에 다 읽혔다. 그런 상황에서 원세의 발검에 기겁해 피하는 교두를 보곤 왜 저렇듯 허둥대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원세가 전력을 다했다면 방심하고 있던 교두는 무사치 못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원세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이기는 것으로 끝내야 했다.
“역시 교두님 이십니다. 그럼”
원세는 천천히 돌아서서 자세를 잡아갔다.
“앞으로 두 번의 기회가 끝남과 동시 반격을 할 것이다. 그리 알고 전력을 다해라!”
어쩌면 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을까,
교두가 도를 고쳐 잡으며 큰소리쳤다.
“미풍멸혼!”
교두가 말을 끝내는 순간,
원세가 기함을 터트리며 몸을 날렸다.
휘익! 휙!
“염라환영보!”
눈 깜짝할 순간에 날카롭게 날아든 검에 교두가 대갈을 터트리며 몸을 회전시켰다. 순간, 회오리가 일듯 모래바람이 피어올랐다. 그 순간이었다. 이미 예측했다는 듯 원세가 제 이의 공격 자세를 취했다.
“폭풍멸혼(暴風滅魂)!”
추풍검로의 두 번째 초식이 펼쳐졌다.
“염라환영보!!”
교두의 다급한 외침이 흘러나왔다.
모래바람에 휘감긴 교두가 2장쯤 우측으로 피한 순간이었다. 원세가 미끄러지듯 다가서며 하늘을 향해 곧추세웠던 검을 좌로 크게 휘두른 뒤 우로 가볍게 찔러 갔다. 폭풍멸혼이 펼쳐지자 모래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그 사이 이미 원세는 발검을 끝낸 뒤였다. 그러나 관전자들 대부분은 누가 일으킨 모래바람인지 구분도 못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세상에...”
“아니 이럴 수 가...”
“말도 안 된다. 교두가 봐준 건가?”
잠시 후,
뽀얗게 몰아쳤던 모래바람이 잦아들었다.
원세는 약간 흐트러진 자세로 한쪽에 서 있었고 맞은편엔 교두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땅에 떨어진 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교두의 어깨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사실 교두는 세 수를 양보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강호 경험이 없는 원세가 졌을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교두는 어깨에 가벼운 검상을 입었고 결투에서 졌다.
관전자들은 놀란 눈으로 장내를 지켜봤다.
부주와 총령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믿지 못하겠다는 듯 원세와 교두를 세세히 살폈다. 그들은 교두가 일부러 져준 것이 아닌가 의심하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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