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땅거미가 꾸물꾸물 몰려올 무렵이었다.
검을 든 한 젊은이가 고랑이라는 작은 읍성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어디서 결투라도 벌였는지 옷자락 몇 군데가 날카롭게 잘려 너풀거렸고 피를 흘렸는지 옷자락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큰 負傷을 당한 것 같지는 않았다. 살펴보니 귀곡부를 당당히 떠나온 원세였다.
원세는 배웅을 나왔던 분들에게 감사 인사로 섭섭함을 대신했다.
전갈은 사부인 부주의 성정이 괴팍하니,
이해하라며 무조건 멀리 달아나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쌍살녀 자매는 나중에 다시 만나자면서도 아쉬웠던지 섭섭한 표정으로 건량을 건네줬었다.
원세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들의 마음 씀씀이에 뭉클거림을 느꼈다. 하지만 내색은 못 하고 그냥 고맙다는 인사만 남기곤 걸음을 재촉했다.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선 멀리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라 여긴 때문이었다.
그렇게 노숙을 해가며 둔황, 안서를 거쳐 기련산 초입에 도착했을 때였다. 이젠 추격자들을 따돌렸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었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추격자들이 숲속에서 뛰쳐나왔다. 추격자들은 지름길을 이용하여 길목인 기련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말을 타고 내쳐 달려왔으니 원세가 생각했던 것보단 빠르게 도착했던 모양이었다.
원세는 어쩔 수 없는 위기의 상황에서 부득이 추격자들과 일전을 벌였다. 추격자들은 귀곡부의 지옥훈련을 받은 암행 무사들이라 무위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원세의 적수가 되질 못 했다. 처음 일대일의 싸움에서는 밀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싸움이 길어질수록 원세는 승기를 잡아갔다. 결국은 상대 무사에게 기동도 못 할 정도의 큰 負傷을 입혔다.
이를 지켜본 암행 무사들은 협공했고 원세는 고전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殺心이 발동하더니 자신도 모르게 살수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 바람에 한 무사의 팔이 잘려나가며 피 분수가 뿌려졌다. 그 광경을 목격한 원세는 퍼뜩 정신을 차리곤 두려운 마음에 산속으로 도망을 쳤다.
원세는 원한을 산일도 없는 무사들에게 난생처음 상처를 입혔고, 그것도 부족해 불구로 만들었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 일전으로 인해 큰 부상은 아니지만 원세도 몇 군데 상처를 입었다.
원세가 기련산을 벗어난 지 5일이 지나고 있었다. 이젠 건량도 떨어졌고 뱃속에서도 먹을 것을 달라고 아우성을 쳐댔다. 원세는 어쩔 수 없이 하룻밤 묵어갈 생각으로 객점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눈이 오려나, 행색이 말이 아니군. 전갈 아저씨! 고맙습니다. 아저씨 덕분에 오늘은 객점에서 묵어갈 생각입니다. 기련객점이라, 그래 오늘은 저 객점에서 묵어가자. 새벽에 출발하면 내일 저녁엔 섬서에 도착하겠지.”
원세는 잿빛으로 변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리곤, 걸음을 빨리해 객점으로 향했다. 사실 원세에겐 돈이 없었다. 그런데 전갈이 배웅하면서 필요할 것이라며 은전 몇 닢을 손에 쥐어 주었다. 그때의 마음은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 거절하고도 싶었다. 하지만 성의를 생각해 감사히 받았고 언젠가는 보답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읍성 입구에 있는 허름한 객점에 깃발 하나가 높게 걸려있었다. 깃발에 기련객점이라 쓰여있는 것을 보니, 원세의 눈이 그만큼 밝아졌음이었다.
그래도 2층 객점이었고 밖에 내걸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막 내걸린 등에도 기련객점이라 쓰여 있었다.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왕래하는 인파는 없었다.
원세는 객점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혹시나 추격자들이 있을까 주위를 살폈지만, 수상한 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객점으로 들어서자 대여섯 명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뿐 객점도 한산했다.
‘오늘 밤은 맘 놓고 자도 되겠군.’
원세는 빈자리에 곤한 엉덩이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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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여심(女心)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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