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검투사의 아들 102

검투사의 아들 42

여기는 암동, 언제부터 누워 있었는지 원세가 대자로 누워 천장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장에 걸렸던 달은 보이지 않고 별들만 반짝거린다. 그리고 흐릿한 어둠 속, 광마는 변함없이 가부좌를 틀곤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할아버진 정말이지 대단한 할아버지라니까, 난 며칠도 저렇게 앉아선 살지도 못할 것 같은데, 할아버진 몇십 년 동안 저렇게 앉아서 살았을 테니, 잠도 앉아서 잤을 것 아냐?’ 별들을 바라보고 있던 원세가 별안간 노인을 쳐다봤다. 원세는 암동에 들어온 후부터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들이 있었다. 첫째, 할아버지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쇠사슬을 끊고 암동을 나갈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그것이 첫째 의문이었다. 둘째, 세상에 만빙어라는 물고기도 처음..

검투사의 아들 2022.02.26

검투사의 아들 41

그 시각이었다. 여랑은 내청에 앉아 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찍 찾아온 초여름의 더위가 속 타는 가슴에 부채질했는지 여랑의 얼굴이 붉게 상기가 되어 있었다. 두 눈엔 앞으로 어찌할지 답답하다는 듯 깊게 그늘이 져 있었다. “아가씨!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십니까?” “할아범! 답답했는데 잘 오셨어요.” 조사의가 다가오자 여랑이 반갑게 맞이했다. 언제 봐도 깨끗하게 차려입은 조사의는 덕망이 있어 보였다. 단지 깊게 침잠한 눈빛이 뭔가 안타깝다는 눈빛이었다. “아가씨! 뭐가 그리 답답하십니까? 원세 때문입니까?” “그래요. 할아범! 이사한다는 말도 못 들었는데 갑자기 짐을 싸라니, 정말이지 답답해서 죽겠어요. 혹시 할아범은 무슨 일인지 아세요.” “무슨 일인지 이 늙은이도, 그냥 시키는 대로 하세요.” “정말..

검투사의 아들 2022.02.20

검투사의 아들 40

“보고 드립니다.” 그때였다. 인기척에 이어 영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쌍노의 인상이 심하게 구겨졌다. “무슨 일이냐?” “제갈세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별안간 무슨 일이지? 주인님! 어찌할까요?” “음, 그쪽에도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일단 들게 하라!” “영무는 손님을 모셔라!” “......” 방안으로 안내된 자는 제갈왕민을 수행했던 두 노인 중, 마검(魔劒) 추태천이란 노인이었다. 제갈왕민을 수행했을 땐 회색 장포를 입었으나 오늘은 화려한 비단옷을 입었으며 은은히 분내도 풍겼다. “추태천, 장주를 뵙습니다. 쌍노도 안녕하시오.” 추태천은 진충원과 쌍노에게 포권해 보이면서도 눈은 적발에 적안(赤眼)인 양산군을 흘겨봤다. “어서 오시오. 이렇게 불쑥 오신 걸 보면 세가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게..

검투사의 아들 2022.02.12

검투사의 아들 39

한편 고씨 부인은 허름한 전각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전보다 많이 야윈 모습의 부인은 빨래하다가 떠났던 무사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늘 노심초사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천지신명께 빌고 빌었던 부인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부인은 소식을 듣자마자 하던 빨래까지 팽개치고 달려와 지아비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아주머니, 나와 계셨습니까?” 그때 철인이 부인에게 다가왔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철인을 본 순간, 부인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어렸다. “...출타했던 무사들이 돌아오셨다고 하기에,” 부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었다. “그동안 아주머니 얼굴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제기랄, 천수 형은 모레쯤 돌아올 테고, 원세도 달포쯤이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마..

검투사의 아들 2022.02.07

검투사의 아들 38

그 시각이었다. 중천에 떠오른 유월의 태양은 눈이 부셨다. 그 태양 아래 펼쳐진 장원은 진가장이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살벌함이 감돌고 있었다. 후원 전각 앞, 일단의 무사들이 모여 있었다. 네 명의 무사들은 진충원 앞에 부복해 있었고, 십여 명의 무사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 뒤에 늘어서 있었다. 부복한 무사 중엔 철인 양국환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대도 묘 신수의 딸을 찾으러 떠났던 자들이었다. 그러나 눈을 씻고 봐도 추객, 천수는 보이지 않았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을 시엔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쌍노가 새 임무를 부여할 것이다. 그 임무를 완수한다면 모두 살 것이나, 그렇지 못하면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 이미 예측한 일이긴 했지만, 아무..

검투사의 아들 2022.01.29

검투사의 아들 37

진가장의 순찰 무사가 살해당한 후, 량산은 범인을 잡으려는 무사들로 벌집을 쑤신 듯 시끌시끌했었다. 그러나 범인은 잡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장주인 진충원은 모종의 계획을 서둘러 진행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날짜는 훌쩍훌쩍 지나가고, 암동도 어김없이 새날을 맞이하고 있었다. 날이 밝는가, 암동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원세는 눈을 뜨자마자 샘 앞에 앉아 운공 중이었다. 광마인 노인도 운공을 하는지, 미동도 없었다. ‘저놈의 자질로 봐선 마류 흡자결을 쉽게 대성할 것도 같은데, 검법도 그렇고, 추풍검로라고 했던가, 내공을 활용해 펼친다면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야, 최연소 고수가 탄생하는 건가, 활용법만 제대로 가르친다면 대성할 놈인데,’ 노인은 원세만 생각하면 뭐든지 다 가르쳐 주고 싶어 안달이 났..

검투사의 아들 2022.01.24

검투사의 아들 36

고기를 먹는 동안 사냥꾼들은 사나이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해댔다. 그렇다고 진실을 말해 줄 수는 없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을 때도 성은 밝히지 않고 원명이라고만 대답했다. 사냥꾼들의 사냥 담은 무인의 무용담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특히 50대 사냥꾼의 호랑이 사냥 담은 얘기가 끝날 때까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 밤은 깊어갔다. 사냥꾼들은 각자 초막으로 들어갔고 사나이는 함께 들어가자는 것을 만류하곤 평상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했다. ‘젊은 놈의 눈치가 수상했어, 그래 잠깐 다녀온다는 놈이 여태 오지 않는 걸 보면, 이 밤으로 떠야겠다.’ 사나이는 평상에 대자로 누워 하늘의 별들을 바라봤다. 반짝거리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오늘따라 외로움을 느끼..

검투사의 아들 2022.01.21

검투사의 아들 35

량산의 서쪽에 자리한 한 협곡이 노을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검정 무복의 육 척에 가까운 건장한 사나이가 협곡으로 내려섰다. 사나이의 얼굴은 평범해 보였으나 눈이 부리부리한 것이 대장부다운 기질이 엿보이는 50대 무인이었다. “오늘은 장원에 잠입을 해 볼까, 아니야, 너무 지체했다. 맹주께서 심려가 크실 테니, 날이 밝는 대로 뜨자.” 사나이는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곤 협곡을 건너 능선으로 올라섰다. 그 순간 사나이의 눈에 이채가 발해졌다. 대략 50장쯤 떨어진 능선 아래, 두 채의 초막이 눈에 들어왔고 몇 사람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었다. “킁킁- 잘하면 포식을 할 수 있겠군.” “......” 늑대처럼 킁킁거리며 코를 벌름거린 사나이가 초막으로 향했다. 빠른 걸음도 아닌데 사나이는 숨 열 모금 만에..

검투사의 아들 2022.01.17

검투사의 아들 34

방안은 소탈하기 이를 데 없었다. 흔한 그림 한 점 걸려있지 않았다. 앉은뱅이 탁자 위에 몇 권의 서책과 문방사우(文房四友)가 가지런히 놓여있을 뿐이었다. “맹주! 제갈 세가의 제갈왕민과 진충원은 각별한 사이로 판명이 났습니다. 보고에 의하면 얼마 전서부터 장보도를 찾기 위해 혈안이라고 합니다. 장보도면 보물 지도를 말하는 것인데, 무슨 까닭인지 연유를 모르겠습니다.” “장보도라, 그런데 방주! 지금 시급한 것은 진충원의 실체를 증명하는 일이네. 분명 제 이의 사황련 본거지가 어딘가에 있을 것일세! 올해 안에 사황련의 본거지를 찾아야 하네.” 청산진인의 목소린 의외로 조급함이 배어 있었다. “전 방도들이 나섰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올 겁니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그나저나 장로들이 걱정입니다.” 무림..

검투사의 아들 2022.01.13

검투사의 아들 33

4장, 억울한 죽음 폭풍전야처럼 고요한 중원 무림, 50년 전 사황련(四煌聯)과 정사 대전 이후 중원 무림이 이토록 평화로웠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암중 세력이 긴 동면에서 깨듯 꿈틀거리고 있었으니, 중원 무림이 언제 폭풍에 휘말릴지 예측불허(豫測不許)였다. 그런 때에 정사 대전 이후 결성된 정도 무림의 태두 무림맹(武林盟)은 세월에 편승해 무사태평의 세월만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무사태평했던 무림맹은 기강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서로 간에 세력다툼을 벌였다. 특히 맹주 직을 탐하는 자들의 불만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여기는 숭산 준극봉(峻極峰), 중원 오악(五嶽) 중에서도 명산으로 불리는 숭산, 그 숭산의 중앙에 자리한 준극봉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 동쪽으로 태실봉(太室峯)이 서쪽으론 천년 사..

검투사의 아들 2022.01.07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