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은 소탈하기 이를 데 없었다.
흔한 그림 한 점 걸려있지 않았다.
앉은뱅이 탁자 위에 몇 권의 서책과 문방사우(文房四友)가 가지런히 놓여있을 뿐이었다.
“맹주! 제갈 세가의 제갈왕민과 진충원은 각별한 사이로 판명이 났습니다. 보고에 의하면 얼마 전서부터 장보도를 찾기 위해 혈안이라고 합니다. 장보도면 보물 지도를 말하는 것인데, 무슨 까닭인지 연유를 모르겠습니다.”
“장보도라, 그런데 방주! 지금 시급한 것은 진충원의 실체를 증명하는 일이네. 분명 제 이의 사황련 본거지가 어딘가에 있을 것일세! 올해 안에 사황련의 본거지를 찾아야 하네.”
청산진인의 목소린 의외로 조급함이 배어 있었다.
“전 방도들이 나섰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올 겁니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그나저나 장로들이 걱정입니다.”
무림맹의 장로는 총 다섯 명이었다. 맹주를 비롯해 다섯 명, 장로들은 나이가 백 세가 넘었다. 원기 또한 왕성했다. 원래 장로들은 맹주인 청산진인과 함께 정사 대전에 참여했던 그야말로 걸출했던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곤륜파 노사(老師)였던 태청노사(太淸老師) 혁 세민을 비롯해 공동파 전대 장문으로서 스스로 선인이라 칭한 공동선인(公同仙人)인 유공 등이다. 공동선인은 청산 진인과는 호형호제하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그리고 장로 전진교사(全眞敎師) 이휘는 청성파(靑城派)의 교리를 가르쳤던 인물로서 청성의 상승 검법인 칠십이파검법(七十二波劍法)을 대성해 검술의 제일인자란 소리를 듣는 인물이었고, 장로 분신괴객(分身怪客)은 점창파(點蒼派)의 괴인이라 불리는 전대 점창파 장로였다.
특히 점창파는 정사 대전 이후 세력이 약화 되어 명분만 유지되고 있었다. 분신괴객은 어떻게 해서든 점창파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그동안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101세로 장로 중 제일 나이가 어린 막내 남궁호천은 남궁세가(南宮世家)의 전대 가주다. 무림 세가 중에서 유일하게 장로에 오른 인물이다. 남궁호천은 아들인 현 남궁세가 가주를 차기 맹주에 추대하기 위해 명분을 찾는 중이었다.
“음, 문제는 문제일세! 진즉에 맹주에서 물러났으면 좋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 앞길을 막은 것이면 어쩌나 걱정도 되네. 암튼 공연히 분란을 일으킨 것은 아닌가, 심기까지 매우 불편하네.”
“무슨 그런 말씀을, 맹주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무림맹은 벌써 와해가 되었을 것입니다. 무림맹이 이만큼이라도 건재한 것은 맹주께서 버티고 계셨기 때문임을 아셔야 합니다.”
주신개 말대로 맹주인 청산진인이 없었다면 무림맹은 유명무실 명맥을 유지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아니 진즉 와해 되어 각 세력 주체로 돌아갔을 것이었다.
그리고 방파나 세가에 소속되지 않은 무사들은 낭인처럼 떠돌이 무림인으로 흩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어쨌거나 무림맹이 오늘날까지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중원 무림을 지키자는 맹주의 명분 때문이긴 했다. 그러나 정작은 소림과 무당의 힘을 능가하는 방파나 세가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주, 장보도에 관한 정보도 확실히 알아보게, 놈들이 나선 것을 보면 장보도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네. 만약에 놈들이 장보도를 얻어 막대한 자금을 얻는다면 이 또한 심각한 일일세!”
“생각해 보니,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려-”
“서둘러 하산을 하시게, 이거야 원, 내 어려운 일만 맡겨서 정말 미안하네.”
“별말씀을, 일단 감시를 강화해 놈들의 진의를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맹주,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주신개는 포권해 보이곤 밖으로 나섰다.
청산진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눈을 감았다.
------계속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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