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먹는 동안 사냥꾼들은 사나이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해댔다. 그렇다고 진실을 말해 줄 수는 없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을 때도 성은 밝히지 않고 원명이라고만 대답했다.
사냥꾼들의 사냥 담은 무인의 무용담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특히 50대 사냥꾼의 호랑이 사냥 담은 얘기가 끝날 때까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 밤은 깊어갔다. 사냥꾼들은 각자 초막으로 들어갔고 사나이는 함께 들어가자는 것을 만류하곤 평상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했다.
‘젊은 놈의 눈치가 수상했어, 그래 잠깐 다녀온다는 놈이 여태 오지 않는 걸 보면, 이 밤으로 떠야겠다.’
사나이는 평상에 대자로 누워 하늘의 별들을 바라봤다.
반짝거리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오늘따라 외로움을 느끼는 사나이였다. 아마도 자식이 없는 홀아비라서 그런 모양이었다.
대략 반 시진이 흘러갔다.
눈을 감고 있던 사나이가 일어나 초막 앞에 섰다.
‘잘 먹고 잘 쉬었다 갑니다. 훗날 도움 될 일이 있다면 돕겠소!’
사나이가 가볍게 포권해 보이곤 돌아섰다.
이내 사나이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스스슥, 사사삭,
사나이가 떠난 지 불과 반 각, 대략 십여 명의 검은 인영들이 민첩하게 초막을 둘러쌌다. 살벌한 기운이 감도는 것으로 보아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임에는 틀림이었었다.
“막개, 사람들을 깨우게,”
세 개의 흐릿한 인영이 초막 앞으로 다가왔다.
두 사나이는 검을 틀어쥔 무사였고 한 사나이는 바로 사냥꾼 막개였다. 막개는 주춤주춤 초막으로 다가가 소리쳤다.
“아저씨! 모 삼이 형!”
“누구야!”
“막개냐?”
“빨리 좀 나와 보슈!”
콰당--
“망할 놈의 새끼, 어딜 갔다가 와선, 아니, 풍객 무사님이 아니 십니까, 그런데 이 한밤중에 예까진 어쩐 일 이슈!”!”
50대 사냥꾼이 신경질 난다는 듯 문을 벌컥 열고 나섰다가 흉흉하게 서 있는 무사들을 보곤 흠칫했다.
“낯선 자가 있었다는데 그자는 어딨나?”
“누구요? 아 낭인, 그런데 어디 갔지, 자고 있었는데,”
“그러게 말유, 그자가 무슨 잘못이라도---”
“됐다. 모두 집합하라!”
순간, 풍객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고 열 명의 무사들이 풍객 앞에 정렬해 섰다. 하나같이 살벌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놈이 눈치를 챈 것 같다. 멀리는 도망 못 갔을 것이다. 추적하라! 너희는 날 따라라!”
“가자!”
풍객을 위시한 무사들이 분분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야 새끼야! 말을 했으면 우리가 잡을 수도 있었잖아, 새끼가 말이야, 저만 공을 세우겠다고 나서더니,”
“형! 우리가 나섰다고 놈을 잡을 수 있었을 것 같아, 단칼에 진 가장 무사를 쳐 죽인 놈이라고,”
“시끄럽다. 하여튼 앞으론 조심들 해라!”
“제기랄, 잠만 설쳤네.”
“......”
‘그럴 줄 알았지, 이젠 정말 이곳을 떠야겠군.’
사냥꾼들이 티격태격하는 사이였다. 초막 앞에서 10장쯤 떨어진 숲 속에서 두 개의 눈빛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계속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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