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이었다.
중천에 떠오른 유월의 태양은 눈이 부셨다. 그 태양 아래 펼쳐진 장원은 진가장이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살벌함이 감돌고 있었다.
후원 전각 앞, 일단의 무사들이 모여 있었다.
네 명의 무사들은 진충원 앞에 부복해 있었고, 십여 명의 무사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 뒤에 늘어서 있었다. 부복한 무사 중엔 철인 양국환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대도 묘 신수의 딸을 찾으러 떠났던 자들이었다. 그러나 눈을 씻고 봐도 추객, 천수는 보이지 않았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을 시엔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쌍노가 새 임무를 부여할 것이다. 그 임무를 완수한다면 모두 살 것이나, 그렇지 못하면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
이미 예측한 일이긴 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음을 보고받은 진충원은 크게 진노했다. 게다가 날짜가 이틀이나 남긴 했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은 천수로 인해 심기가 불편했다.
진충원은 부복한 자들을 싸늘히 훑어본 뒤 돌아섰다.
탁, 탁, 탁,
쌍노가 펴지지도 않는 허리를 펴듯 한차례 움찔거리곤 앞으로 나서선 지팡이로 땅바닥을 탁탁 내리쳤다.
“듣거라!”
“하명하십시오.”
“오늘 밤으로 봉래읍으로 떠나라! 너희들도 알겠지만 봉래읍은 낙양과 개봉 중간에 있는 읍성이다.”
“쌍노! 임무는?”
“덕보 네놈은 덩칫값도 못 하고 불쑥 나서는 게 문제다. 모두 잘 듣거라! 봉래읍 저잣거리 뒷골목에 개방 봉래 분타가 있다. 칠일 내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봉래 분타를 멸하라! 주가장을 멸문시킨 것처럼 뒤탈이 없게 하라!”
“......”
5년 전이었다.
진충원이 제갈 세가를 방문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성도인 제남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때 진충원은 황궁에서 흘러나온 보검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저잣거리에 있는 한 골동품상에 들렸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도 제남에서 알아주는 가문인 주가장 집사가 호위무사들을 데리고 골동품상에 나타났다. 집사는 구해 달라던 보검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온 길이었다.
진충원은 보검이 탐난 나머지 주가장 집사에게 보검을 팔 것을 제의했고 집사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물건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그날 밤 주가장은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멸문했다. 쌍노는 그때의 일을 무사들에게 상기시킨 것이었다.
“쌍노! 또다시 무고한 인명을---.”
“철인! 감상에 젖지 말라! 이번 임무가 너를 시험하는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다.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명심하라!”
“복명!!!”
“참, 떠나기 전에 나를 만나고 떠나라!”
쌍노는 싸늘히 말하곤 전각으로 들어갔고 늘어섰던 무사들은 무사들대로 자리를 떴다. 그제야 부복했던 자들도 자리를 떴다.
“이보게 철인! 뭐, 집히는 것은 없냐?”
덕보란 무사가 앞서가는 철인의 어깨를 툭 쳤다. 큰 키에 뚱뚱했고 이웃집 아저씨처럼 마음씨 좋아 보이는 평범한 얼굴의 사나이였다.
“나라고 자네들과 다를 게 없지, 그런데 말이야, 추객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겠지?”
“문제는 무슨, 걱정하지 말게, 천수 그놈은 특별한 놈이라 대도의 딸을 데려올 걸세, 안 그런가?”
“덕보! 남 얘기하듯 쉽게 말하지 말게, 추객이라고 별수 있겠나, 날짜 안에 돌아오기만 했으면 좋겠는데,”
철인이 언성을 높였다가 누그러뜨렸다.
“내 참, 미안하네. 격이 없어서 그냥 한 말이네.”
“그만 들 하게, 나는 말일세, 우리가 찬밥신세 같아 그게 불만이네.”
“자네도 너무 따지지 말게, 우린 진가장 식솔들 아닌가,”
“그건 그렇지만,”
한 무사가 불만을 토로하자, 덕보가 또 나섰다.
강덕보, 철인 양국환과 함께 낭인 시절을 보냈으며 천수와도 가까운 사이였다. 그렇다 보니 세 사람은 술을 마시며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로 친했다. 하지만 덕보는 덩칫값도 못 할 정도로 말이 많고 입이 가볍다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귀가 얇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깊은 속내까지 말할 상대는 아니었다.
무사들의 얼굴이 어두운 걸 보면 나름대로 불만들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후원을 벗어나는 무사들의 발걸음이 오늘따라 더 무거워 보였다.
----------계속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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