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39

썬라이즈 2022. 2. 7. 11:08
728x90
반응형

한편 고씨 부인은 허름한 전각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전보다 많이 야윈 모습의 부인은 빨래하다가 떠났던 무사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늘 노심초사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천지신명께 빌고 빌었던 부인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부인은 소식을 듣자마자 하던 빨래까지 팽개치고 달려와 지아비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아주머니, 나와 계셨습니까?”

그때 철인이 부인에게 다가왔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철인을 본 순간, 부인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어렸다.

“...출타했던 무사들이 돌아오셨다고 하기에,”

부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었다.

그동안 아주머니 얼굴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제기랄, 천수 형은 모레쯤 돌아올 테고, 원세도 달포쯤이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마음을 편히 가지십시오.”

철인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삼키곤 원세 얘기까지 꺼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대인께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 아니겠죠.”

안 좋은 일이라니요.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천수 형은 오히려 아주머니께서 괜한 걱정으로 몸이 상했을 거라며,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합디다. 그리고 원세도 건강히 잘 지낼 테니, 사서 마음고생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니 아주머니께선 걱정하지 마십시오.”

철인은 낙양에서 천수가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는 부인과 원세를 부탁한다는 천수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었다. 이틀이 남긴 했지만, 아직 천수가 돌아오지 않자 정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 은근히 걱정되긴 했다.

아주버님 말씀을 들으니 안심됩니다. 그간 제 생각만 했네요. 죄송해요. 그런데 아주버님께선 어디 다치신 데는?”

저야, 별일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밤 또 떠납니다. 한 열흘쯤 걸릴 것 같습니다.”

오자마자 떠나시면,”

우리 일이 그렇지 않습니까, 할 일이 별안간에 생겨서,”

쉬지도 못하고,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럼 저는 준비할 것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고마워요. 무사히 다녀오세요.”

“......”

철인은 떨어지지 않는 발을 떼어놓듯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부인은 철인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질 못했다.

대인, 무사하리라 믿겠어요. 우리 원세도 잘 지내고 있을 테니, 건강히 돌아오세요. 무슨 일인지? 철인 아주버님은 오자마자 또 떠난 다네요. 표정이 밝지 못한 것을 보니, 어려운 임무를 맡으신 것 같아요.’

부인은 지아비가 무사할 거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뒤숭숭했던 꿈 때문인지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그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아비와 자식을 위해 빌었다. 하지만 정성이 부족한 탓인지 함께 떠났다가 혼자 남겨진 지아비가 못내 걱정인 부인이었다.

 

그 시각이었다.

후원의 한 전각, 진충원과 쌍노,, 그리고 60대의 낯선 노인이 머리를 맞대고 은밀히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벽을 대신했던 서고에 그것도 빽빽이 꽂혀있던 서책들이 전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뭔가 냄새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었다.

주인님! 앞으로 십 일이면 떠나도 될 것 같습니다.”

“쌍노! 당장에라도 떠나면 될 것이 아니요.”

쌍노의 말에 60대 노인이 추궁하듯 나섰다.

그러자 진충원이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양산군! 일이 간단치만은 않다.”

련주님! 뭐가 문젠지, 소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 쌍 노가 설명을 좀 해 보시오.”

당주! 알고 계시겠지만, 무림맹에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소. 얼마 전엔 염탐꾼이 이곳까지 들어왔다가 순찰 무사를 살해하기도 했소이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제갈세가와 우리가 동맹 관계라는 것이 곧 들통이 나게 생겼소이다. 그것이 은밀히 떠나야 할 이유요. 아셨소!”

뭐요. 그런 일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련주님! 뭐가 무서워서 도망치듯 떠납니까, 아예 무림맹을...”

양산군! 그만하라!”

하지만 련주님!”!”

어허! 그만하라고 했다.”

, 련주님!”

진충원의 싸늘한 일갈에 당주란 노인이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바닥에 부복(仆伏)했다. 보통 키에 비루먹은 망아지처럼 마른 체구의 노인이었지만 풍기는 기운이나 생김새부터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붉은색이 감도는 적발에 눈동자까지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특히 쭉 찢어진 눈에선 음산한 기운이 흘렀고, 얄팍한 입술은 대조적으로 파리해서 죽은 자의 입술 같았다.

양산군! 그대의 심기는 헤아리지만, 아직 때가 아니니라, 그동안 당주의 노고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만 일어나라!”

“련주님! 감읍합니다. 죽음으로 충성을...”

혈안(血眼) 양산군, 66세로서 붉은 눈을 가졌다고 하여 혈안이라 불렸다. 머리가 좋고 사술에 능한 자로서 진충원의 신임을 받는 자다. 원래 전 사황련 장로였던 양광의 아들로서 진충원의 충복이자 제 이의 사황련 내당 당주다. 현재 사황련 세력을 키우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자이기도 했다.

당주! 당주는 련에만 계셨으니 무림 사정을 잘 모를 것이오. 현재 무림맹이 많이 와해되었다고는 하나, 그 죽일 늙은이가 무림맹에 버티고 있는 한 섣불리 나설 수가 없소이다.”

맹주인 청산 진인을 말씀하시는 게요.”

그렇습니다. 그 늙은일 죽이던지, 암튼 장장 50년이요. 확신이 없는 싸움은 우리에게 또다시 패배만 안겨줄 것이오. 그때는 우리 사황련이 뿌리까지 뽑히고 말 것이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당주!”

“쌍노! 죄송하게 됐소이다. 그렇다면 좋은 계획이라도...”

무림맹은 아직 우리 정체를 모르오. 정체가 밝혀지기 전에 무림맹을 와해시킬 계책을 강구 중입니다. 일차 시도 중이긴 하지만, 놈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진가장은 사라질 것이오.”

“.........”

허허, 역시 쌍노요. 쌍노!”

무슨 말씀을, 주인님께서 계획하셨던 일입니다.”

“련주님! 소인의 우매함을 용서하십시오.”

“......”

----------계속

^(^, 힘든 시기일수록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파이팅입니다.

충!

728x90
반응형

'검투사의 아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투사의 아들 41  (0) 2022.02.20
검투사의 아들 40  (0) 2022.02.12
검투사의 아들 38  (0) 2022.01.29
검투사의 아들 37  (0) 2022.01.24
검투사의 아들 36  (0) 202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