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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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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이 아이들 희망입니다.

 

아가씨! 대인께서 오셨습니다.”

문밖에서 유모가 신호를 보냈다.

유모, 알았어요.”

아가씨, 내 말 명심하세요. 아무 일 없었던 겁니다.”

할아범, 걱정하지 마세요.”

조사의는 태연히 방을 나섰고, 여랑은 얼굴을 매만졌다.

대인, 오셨습니까?”

의원께서 와 계셨습니다. 그려,”

요즘, 아가씨께서 많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진맥을 짚어 봤습니다.”

그래, 어떻소! 여랑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요.”

말은 걱정스럽게 했지만, 진충원의 눈빛은 문제가 있다면 용서치 않겠다는 듯 살기가 어렸다가 사라졌다.

아가씨께서 신경을 많이 쓰셨는지 식사가 시원치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몸에 이상이 있다는 얘긴 아닙니다. 암튼 대인, 앞으로 육 개월에서 일 년 내에 대인이 고대하던 무공을 가르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대인!”

여랑은 열 살이 되면서부터 몸은 거의 회복된 상태였다. 그러나 조사의는 진충원의 속내를 짐작하고 있었기에 이를 밝히지는 않았다. 아직 다스리지 못한 넘치는 음기(陰氣)가 있기는 했지만, 밝힐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허허, 그래요. 이게 다 의원님의 노고 때문이 아니겠소! 고맙소. 이 은혜는 내 잊지 않으리다. 허허,”

그럼 저는 약방에 일이 있어서...”

우리 언제 술이라도 한잔합시다. 어험!”

진충원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를 들었다.

하루라도 빨리 딸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러했으니 조사의가 달리 보일 법도 했다. 왜 아니겠는가, 아들 대신 얻은 딸이 대장부 뺨칠 여장부라는데 얼마나 기뻤겠는가,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었을 것이었다.

아버지,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진충원이 기척을 내며 방으로 들어서자 여랑은 다소곳이 예를 드렸다.

이런, 얼굴이 푸석하구나. 운 것도 같고...”

충원은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마음이 좀, 이쪽으로 앉으세요. 아버지.”

의원에게 얘기 들었다. 밥맛이 없는 게냐, 원세 그놈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게냐?”

충원은 의자에 앉으며 슬쩍 딸의 마음을 떠봤다.

마음이 좋지는 않지요. 저 때문에 그 험한 곳에 갇혀서 고생하는데, 빨리 봤으면 좋겠어요.”

여랑아, 그놈은 종, 아니다. 이번은 어쩔 수 없고, 다음부터는 원세 그놈을 잘 대해 주겠다. 그러니 그놈 걱정은 하지 말아라! 알겠느냐?”

정말이죠. 아버지! 감사해요.”

이렇게 마음이 착해서야,’

진충원은 여장부가 될 딸이라는 조사의 말에 마음을 열었었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보니 어미 없이 자란 딸이 안쓰럽고 측은하게 보였다. 대를 이을 딸이기에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생각한 것이 또래의 노예()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신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똑똑했던 원세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딸의 종이라면 원세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원세를 여랑의 종으로 삼았다. 그때의 진충원은 어린 원세에게 종은 주인을 목숨처럼 섬기는 것이라고 엄하게 가르쳤다.

그러나 지켜보면 볼수록 원세의 빈틈없는 행동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다 마주치면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꼈고, 영 마음에 걸렸다. 생각 끝에 진충원은 애당초부터 원세의 기도 꺾고 종이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길을 들이기로 작정했다. 하여 툭하면 트집을 잡았고 혹독할 정도로 벌을 줬다.

아버지, 나 어떻게 해요.’

여랑은 떼를 써서라도 원세 아버지를 죽이지 말라고,

원세를 풀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버지, 차 라도...”

아니다.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가 봐야겠다. 몸조리 잘 하거라!”

아버지, 소녀 걱정은 하지 마세요. 이젠 건강해졌어요.”

허허, 우리 딸, 너는 이 아비의 희망이니라!”

아버지도 참,”

“......”

아버지, 외로우시죠. 불효 여식은 아버지의 외로움은커녕 걱정만 끼쳐드렸어요. 죄송해요. 하지만 불효 여식은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여식은 아버지께서 평범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정말이에요.’

여랑은 핏줄이라고는 이 세상에 한 분뿐인 아버지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지금까지 다른 여인에게는 눈도 돌리지 않았던 아버지셨다. 아버지가 맘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좋은 여인을 새 부인으로 들였을 수도 있으셨을 것이다. 아니면 배다른 아들이라도 보셨을 것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어쨌든 여랑은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이 없었다면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걱정 끼쳐드리기는 정말이지 싫었다. 원세의 일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모른 척, 아니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 얘길 듣지는 못한 것 같은데, 원세 그놈 때문에 왔었겠지, , 원세 그놈 문제는 좀 더 생각을 해 봐야겠어.’

별당을 떠나는 진충원의 발걸음이 왠지 무거워 보였다.

------계속
 
 
^(^, 아이들 사랑이 나라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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