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이었다. 진가장은 겉으론 조용한 듯 보였으나 어수선한 분위기가 곳곳에서 풍겼다. 마당엔 휘장이 쳐진 마차 한 대와 짐마차 두 대가 세워져 있었고, 장주의 애마인 백마와 다섯 필의 말들을 일꾼들이 잡고 있었다. “아가씨께서 요양을 떠나시다니, 이를 어쩌지,” “다 나으신 것 같았는데---” “그러게 말일세! 한 일 년 걸린다면서?” “대인께서 나오신다.” 풍객이 소리치자 짐을 날랐던 일꾼들이 하던 말을 끊곤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때 진충원을 비롯해 쌍노와 일단의 무사들, 그리고 여랑과 유모, 조사의가 장원을 나섰다. 그 뒤로는 함께 따라갈 식솔들인지 남녀 이십여 명이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보기에도 딱하게 여랑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면 꼭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쌍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