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1

썬라이즈 2021. 9. 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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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에 앞서 밝혀둡니다.

본 작품은 1 ~ 2권 분량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매일은 아니고 2~3일에 1편씩 올리겠습니다.

 

검투사의 아들 1

                                                                           작가/썬라이즈

서장

나는 노예 검투사의 아들이었다.

---

세상을 향해 포효(咆哮)할 것이다.

무적(無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쟁취(爭取)할 것이다.

 

1: 이별은 아프다.

봄볕이 따갑게 내리쬐던 4월 중순,

한 쌍의 남녀가 야생화가 지천인 산등선을 내려오고 있었다. 16세 전후로 보이는 소년과 소녀였다.

원세야! 누가 뭐래도 나는 네 편이다.”

소녀가 걸음을 멈추며 작은 입을 열었다.

앵두처럼 붉은 입술이 파리하게 보이는 것을 보면 건강에 문제가 있음이었다.

아가씨, 저는 아가씨 종인 노옙니다. 아가씨가 저 때문에 야단맞으시면 전 정말로 속상합니다. 그러니 아가씨, 제게 무슨 일이 생기든 아가씨는 절대로 나서지 마십시오.”

소녀는 화려한 옷을 입었고, 소년은 허름한 마의(麻衣)를 입었다. 누가 봐도 상전인 소녀가 종()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모습이었다.

나는 전에도 말했지만 너를 종으로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어렸을 땐 너를 소꿉동무로 좋아했고, 지금은 남자, 그래 남자친구처럼 좋아해, 앞으로도 변치 않을 거고, 그러니까 노예니 종이니 그런 말은 두 번 다시 하지 마! 알았지!”

아 아가씨! ~ 그래도 ---”

너 정말 바보니?”

소녀가 언성을 높였다.

그렇지만 소녀의 목소린 힘이 없었다.

아가씨!”

말귀도 못 알아들으니까 그렇지,”

그래요. 제가 바보 같긴 하죠.”

소년이 머리를 긁적였다.

잘 아네, 바 아 보!”

혀를 날름거린 소녀가 산등선을 뛰어 내려갔다.

놀란 소년이 쫓아가며 소리쳤다.

아가씨! 넘어집니다. 천천히 가십시오. 아가씬 정말 못 말린다니까, 저러다가 넘어지면 또 나만 경치지,”

“......”

무공이라도 익힌 것일까, 소년은 제법 당당해 보였고 몸놀림도 날렵했다. 그러나 소녀의 달음질은 넘어질 것처럼 불안하기만 했다. 사실 소녀의 얼굴은 예뻤다. 하지만 혈색이 창백하고 야윈 것이 오랫동안 병치레를 한 얼굴이었다.

-----

여기는 하남성 북쪽인 양구읍에 위치한 량산(養山)이다. 원래 량산은 세 개의 성()인 하남성과 허베이 성 그리고 산동성의 경계를 따라 동북에서 서남쪽으로 장장 300여 리에 걸쳐 뻗어있는 웅장한 산이다. 해발 150에서 500장에 달하는 봉우리만도 100여 개나 되었다. 특히 수목이 울창하고 산세가 험해 야생동물들이 많이 서식했고, 산삼 및 희귀(稀貴)한 약초들이 많이 자라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그런 관계로 심마니와 사냥꾼들이 산속에 들어와 초막을 짓고 살기도 했다. 아예 십여 명씩 집단을 이루고 사는 곳도 있었다.

 

양구읍은 다른 곳과는 달리 야산처럼 평평한 서남쪽 산자락을 끼고 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양구읍이 저녁노을에 아름답게 물들어갈 즈음, 산자락 바로 밑에 자리한 한 장원도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장원은 30여 채의 크고 작은 전각들로 이루어졌으며 갖가지 꽃나무가 잘 가꾸어져 있었다. 대문엔 진가장이란 현판이 걸려있었고, 담장을 따라 길게 이어진 2장 넓이의 길은 산으로 오르는 오솔길까지 이어져 있었다.

장원에서 제일 큰 전각 앞이었다.

일단의 무사들이 대청 앞에 정렬해 있었다.

무슨 죄를 지었을까?

무사들 앞엔 마의를 입은 소년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대청마루엔 눈처럼 흰 백포에 백건을 쓴 50사나이가 눈을 부라리며 서 있었다. 사나이 옆엔 병약해 보이는 소녀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그렁그렁한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이놈! 상전을 어찌 모셨기에 여랑의 몸에 상처를 입혔느냐? , 네놈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주인님! 잘못했습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죽은 듯이 엎드려있던 소년의 입에서 각오가 되었다는 듯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버지,”

내내 울상이던 소녀가 사나이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여랑은 나서지 말아라!”

아버지, 원세는 정말 잘못이 없어요. 제가 뜀박질하다가 넘어져서 다친 거예요. 그러니까 아버지, 원세를 그만 용서해 주세요. ~”

소녀는 끝내 그렁그렁했던 눈물을 흘렸다.

어허 못난 것, 저리 물러나지 못할까!”

아버지~~”

여랑아, 네가 감싸고도니까 저놈이 제 분수를 모르는 게다. 자고로 종이란 주인을 목숨처럼 모셔야 한다.”

아버지! 저는요. 그런 것 따지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시끄럽다. 추객 천수는 듣거라!”

, 하명(下命)하십시오.”

소년 뒤에 서 있던 무사가 앞으로 나섰다.

이번엔, 정신이 번쩍 들도록 원세 저놈에게 벌을 내릴 것이다. 그러니 천수는 당장에 원세 저놈을 계곡 동굴에 가두도록 하라! 기한은 백일이다.”

! 계곡 동굴에 말입니까?”

순간, 무사의 얼굴이 경직되었다가 펴졌다.

그렇다. 아비인 네가 책임지고 종이란 신분이 어떤 신분인지 깨닫게 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 대인!”

천수라 불린 무사의 얼굴은 약간 경직이 되긴 했으나 목소린 감정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동굴 얘기가 나오자마자 늘어섰던 무사들 표정도 경직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무사들은 정말이지 저승사자라도 만난 것처럼 기겁한 표정들이었다. 동굴엔 분명 무사들조차도 겁먹을 만한 어떤 문제가 있음이었다.

사실 천수라 불린 무사는 소년의 아버지였다.

한때는 추객이란 최고의 노예 검투사이기도 했었다.

쌍노는 나서라!”

, 주인님!”

한쪽에 서서 눈을 번뜩이던 꼽추 노인이 머리를 주억거리며 느릿하게 앞으로 나섰다. 아니 느릿하게 보였을 뿐 몸놀림은 예사롭지가 않았다. 백발이 성성하고 비록 지팡이를 짚기는 했으나 몸에서 풍기는 기운조차도 범상치 않은 꼽추 노인이었다.

쌍노는 한 달 치 전량과 물을 원세에게 갖다 주도록 하라! 백일동안 먹을 저놈의 식량이다.”

, 주인님!”

모두 듣거라! 오늘 이후 명령 없이 동굴에 접근하는 자는 그 누구든 용서치 않을 것이다. 명심하라!”

복명! 복명!

명을 받들겠습니다.”

싸늘한 호통에 무사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사실 소년은 특별한 이유 없이 한 달에 두세 번은 벌을 받았었다. 하루 이틀 굶는 건 일도 아니었고, 곤장도 맞았었다. 게다가 삼 일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토굴에 갇혔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잘 버텨냈었다. 그렇지만 이번엔 무사들의 기겁한 표정을 보더라도 소년에게는 힘든 감금이 될 것이 분명했다.

원세 이놈! 네놈은 백일도 부족하다. 이참에 네놈이 종이라는 것을 똑똑히 깨우치고 내려오너라! 알겠느냐?”

, 주인 어르신!”

끌고 가라!”

, 대인!”

천수라 불린 소년의 아버지가 복명했다.

아가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백일이라---’

소년의 덤덤한 얼굴에 걱정과 아쉬움이 스쳐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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