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4

썬라이즈 2021. 9. 16.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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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지난 시간임에도 은밀한 대화가 흘러나오는 곳이 있었다. 사람 접근을 불허한 곳, 후원의 한 전각 밀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쌍노!?”

회유해도 듣지 않는다면 이참에 죽이는 것이...”

그렇겠지, 면천을 시켜줄 수는 없겠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주인님! 천수와 계집은 죽이되 원세 그놈은 살려두십시오. 놈이 아비를 닮아 무골(武骨)이라 잘만 가르친다면 크게 쓰일 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쌍노!! 걸리는 것이 있다.”

“제갈 세가와. 그리고 아가씨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놈을 귀곡부로 보내 살수 수련(殺手修練)을(殺手修練) 받게 하겠습니다. 제대로 된 살수가 탄생할 겁니다.”

역시 쌍노야,, 헌 데, 놈은 죽은 목숨 아닐까?”

주인님! 원세 그놈은 꼭 살아서 나올 놈입니다.”

은은한 불빛에 드러난 밀실,

장주와 쌍노가 탁자를 마주해 속닥거리고 있었다. 서고로 위장을 한 것일까, 사방 벽면은 서고로 장식이 되어 있었고 갖가지 서책들이 꽂혀있었다. 적어도 수백 권은 넘을 것이었다.

대인! 풍객입니다.”

보고하라!”

놈은 대인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알았다. 물러가라!”

기척도 없이 밀실 문 앞에 나타난 검은 인영이 간단명료하게 보고를 마치곤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직후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검은색 일색의 두 사나이가 문 양옆으로 불쑥 나타났다. 일견하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자들이었다.

풍객의 무공이 한 단계 높아진 것 같군.’

련주께서 배려한 덕이겠지,’

허 긴,’

암튼, 천수 그놈은 배알도 없는 놈이야!’

이보게 너무 놈, , 하지 말게, 자식을 사지에 몰아넣고 얼마나 가슴이 쓰리겠나,’

그렇지만 주제를 알아야지,’

두 사나이는 누가 들을세라 전음으로 얘길 나누었다.

그때였다.

싸늘한 일갈이 두 사나이 고막을 강타했다.

주둥이들 닥쳐라!”

그 순간, 사색이 된 두 사나이는 납작 엎드려 땅바닥에 머리를 박아댔다.

! !

쌍노!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누가 들을까, 전음으로 얘길 나눈 두 사나이도 무위가 대단한 자들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밀실 안에서 이들의 전음을 듣고 일갈한 쌍포의 무위는 상상 이상으로 높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이었다.

쳐 죽일 놈들, 매사에 주둥일 조심하라고 그렇게 일렀거늘,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다니, 네놈들이 정녕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냐?”

쌍노!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때는 가차 없이 목을 치소서!”

좋다. 이번 한 번은 용서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론 작은 실수라도 용서치 않을 것이니 명심하라!”

, , 쌍노!”

- -

두 사나이는 재차 머리를 땅바닥에 찍었다.

얼마나 세게 찍었는지 쿵 소리가 사위를 울렸다.

, 천수가 오고 있다.”

귀를 움찔거린 쌍노의 눈빛이 번뜩였고, 두 사나이는 서로를 바라본 뒤 날렵하게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다.

저벅, 저벅,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렸다.

그리고 이내 검을 든 천수가 밀실 앞으로 다가왔다.

아들을 사지에 가두고 내려온 천수,

그러나 천수의 담담한 표정과 걸음걸이는 평상시와 다름이 없었다. 다만 냉철해 보였던 눈빛이 우수에 잠긴 듯 깊게 침잠이 되었다.

두 사나이는 천수를 제지하지 않았다.

천수는 문 앞에 당도하자마자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대인! 천수입니다.”

자식이라고 엉뚱한 짓을 한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분부대로 한 달 치 건량만 넣어주고 내려왔습니다.”

천수! 난 말이다. 너에 그런 면이 좋다. 앞으로도 충성을 아끼지 말라! 그만 물러가라!”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갑니다.”

차가운 냉기가 흘렀지만 담담하고 짤막한 대화였다.

천수는 깊숙이 허리를 숙여 보이곤 돌아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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