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6

썬라이즈 2021. 9. 1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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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끼오--

수탉의 긴 울음소리가 장원에 드리운 정적을 깨웠다. 여기저기 등불이 밝혀지고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일해야 하는 일꾼들이 서둘러 일어나는 소리였다.

한 허름한 전각인 와가(瓦家),

몇 개의 방이 있기는 했으나 불이 켜진 방은 하나뿐이었다. 그때 방 안에서 중년 남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번씩 사나이의 격한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방안, 천수와 원세의 어머니인 고 씨 부인이 책상을 마주해 앉아있었다.

천수는 돌아오자마자 부인에게 추궁을 당했다. 그렇다고 부인이 여염집 아낙처럼 울고불고 난리를 친 것은 아니었다. 부인은 자식을 사지에 가두고 온 지아비를 먼저 위로했다. 그리곤 자식을 위해 그동안 뭘 해줬냐고 이것저것 따져가며 추궁하기 시작했다. 천수로서는 대답이 궁해 때를 기다린 것뿐이라고 변명만 해댔다.

부인! 이젠 그만하시오!”

그래도 내력은 진즉에 말해 줬어야 했어요.”

그만! 원세가 돌아오면 다 말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지 않소! 그러니 원세 얘긴 그만합시다. 나도 가슴이 찢어지듯 아프오. 아셨소!”

흑흑, 원세야~~”

부인! 원세는 꼭 살아서 돌아올 거요. 그러니 그만 진정하시오.”

제발, 무사히 돌아와라, 원세야!”

통곡이라도 한다면 속이라도 편할까,

부인의 어깨가 잔잔히 떨었다.

사실 부인은 지아비인 천수에겐 둘도 없는 현모양처였다. 어떤 일이 있던 지아비를 하늘처럼 믿고 의지했으며 순종했다. 그랬던 부인이 남편에게 따져가며 추궁을 했다. 이는 어미로서 자식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천수는 부인의 떨리는 어깨가 너무도 안쓰러워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그 순간이었다.

천수의 뇌리에 불현듯 17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만신창이의 몸으로 무사들에게 쫓기던 여인,

그때는 정말이지 목숨을 걸고 여인을 구했었다.

그리고 여인과 혼인을 했고 1,

여인은 극심한 산통 후에 아들을 낳았다.

얼마나 기뻤기에,

여인은 기쁨의 눈물을 철철 흘렸었다.

그때의 기뻐하던 부인의 모습이 오늘따라 선명하게 떠올랐다. 자식을 끔찍이 사랑했던 부인, 그 부인에게 천수는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음을 잘 알았다.

부인! 우리 원세는 남다른 아이요. 절대 잘못되는 일은 없을 것이니, 너무 상심하지 마시오. 그리고 부인, 내 말이 심했다면 부인이 이해하시구려, 난 부인이 병이 날까, 그것이 더 걱정이요.”

천수의 입에서 진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 천수는 어린 나이임에도 갖은 수모와 멸시를 당한 아들만 생각하면 정말이지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세상에 이렇듯 못난 아버지가 다 있나 자책하면 자책할수록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었다.

천수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엄하게 교육만 했지, 자상하게 대해주지도 못했다. 게다가 오늘은 자식을 사지에 가뒀다. 그 자책감에 심히 괴로웠다. 그런 때에 부인의 추궁이 듣기 싫었고, 결국엔 상심이 컸을 부인에게 오히려 큰소리를 내고 말았음이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제가 서방님 심기를 헤아리지 못하고, 심기를 더 불편케 해드렸어요. 용서하세요.”

아니요. 다 내 죄요. 하지만 부인, 부인도 알고 있었겠지만 머지않아 면천이 될 것이오. 그때까지만 꾹 참고 기다립시다. 그땐 우리 원세를 데리고 조용한 초야에 묻혀 오순도순 삽시다.”

그런데 서방님, 장주를 믿지, 아 아니에요. 서방님 말씀대로 그렇게만 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 꼭 그렇게 되겠지요.”

부인은 장주를 믿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는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장주라... 무슨 일이 있었나?’

천수의 눈에 의혹이 어렸다 사라졌다.

걱정하지 마시오. 꼭 그렇게 될 것이오.”

“......”

이틀 전이었다.

부인은 장원에 불길이 치솟는 불길한 꿈을 꾸었었다. 그것도 불길 속에서 지아비가 장주의 검에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꿈이었다. 너무도 불길한 꿈이라 꿈 얘길 할까 말까 고심 중이었다. 그런데 불길한 꿈 때문이었을까, 지아비는 얘기할 틈도 없이 바빴고, 의외로 아들이 아버지의 손에 끌려 사지에 갇히는 끔찍한 일을 당했다.

부인의 불안한 마음은 점점 더 커졌고, 혹시 지아비에게도 흉한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심히 불안해졌다. 자꾸만 장주의 검에 죽임을 당하는 지아비의 얼굴만 떠올랐다. 그렇다고 대놓고 장주를 조심하세요.’라고 꿈 얘기를 할 수는 없었음이었다.

저는 서방님만 믿겠어요.”

장주가 직접 약속한 것이니 틀림이 없을 것이오. 이젠 우리 아들 원세도 당당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란 말이오. 부인!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요. 나는 벌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소!”

약간 들뜬 목소리가 방 밖으로 흘러나왔다.

흐흐, 네놈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였다.

방문 앞에서 은밀히 사라지는 사나이가 있었다. 강인해 보이는 각진 얼굴에 검은색 무복의 40대 사나이였다. 특히 눈매가 쳐진 음흉한 구석이 엿보이는 사나이였다. 풍객 서만복, 계곡까지 미행했던 바로 그 자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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