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8

썬라이즈 2021. 9. 2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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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귀한 손님들만 모신다는 접견실,

흰색과 붉은색으로 치장된 접견실은 은근히 위압감이 감돌았다. 중앙에 놓인 검붉은 원형 탁자엔 진충원과 제갈 왕민,, 그리고 쌍노와 회색 장포의 두 노인이 배석했다. 어딜 갔는지 제갈 영웅과 텁석부리 사나이는 보이지 않았다.

가주! 장보도(藏寶圖)에 대해선 알아보셨습니까?”

진충원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람을 풀어 다방면으로 수소문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정보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입수하긴 했습니다.”

그래요. 그 정보가 뭡니까?”

장주! 대도(大盜) 묘신수(竗神手)에게 딸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뭐요. 그럼 그 딸이, 진짜 비기와 장보도를...”

알고 계시겠지만, 비기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곧바로 찾아갔었습니다. 그때 여자 옷 등을 찾아냈고 뒤를 쫓았지요. 그러고 보니 쫓아갔던 무사들이 며칠 뒤 시체로 발견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묘 신수가 순순히 비급을 내놓은 것이 수상쩍긴 했었습니다. 묘신수가 누굽니까? 독불장군에 고집불통이라 친구 하나 없던 자가 아닙니까, 게다가 그 누구에게도 굽실거리지 않던 자였으니, 목에 칼이 들어와도 비기를 순순히 내놓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놈이 순순히 비기를 내놓은 것을 보면, 암튼 그때 묘 신수 그놈을 죽이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이거 참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제기랄, 17년 전이니, 묘신수에게 딸이 있었다고 해도 이미 죽었을 수도, 아니 살아있다 해도 무슨 수로 찾습니까?”

말씀대로 딸이 죽었다면 비기나 장보도를 찾기는 쉽지가 않겠지요. 사실인지 의문이기도 하고,”

제갈왕민과 진충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자, 배석한 인물들의 표정도 심각하게 변했다.

20년 전이었다.

황궁 무고에서 한 권의 황궁 비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일로 황궁은 물론이고 강호와 무림이 발칵 뒤집히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었다. 세간에선 황궁 무고에서 비기를 훔칠 수 있는 자는 대도(大盜) 묘신수뿐이라고 소문이 났다.

사실 그때 황궁 무고에 있던 비기와 장보도가 함께 없어졌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비기만 없어진 것으로 세간에 소문이 났었다. 알고 보니 황제의 명으로 장보도에 관한 건은 함구하라는 명이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확실한 진위도 파악하지 않은 채 과연 대도 묘 신수라고 극찬까지 해댔다. 게다가 누구든 비기를 입수하는 자는 천하제일 인이 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런 상황인지라 정파는 물론이고 사파와 탐욕에 눈먼 자들까지 비기를 손에 넣기 위해 묘 신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여 동안 추적했으나 대도 묘신수는 어디로 잠적했는지 그 흔적조차 찾지를 못했다.

그리고 6개월 후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비기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켰던 제갈 세가의 정보망에 묘 신수의 행방이 걸려들었다. 묘신수는 바로 제갈 세가의 세력권 내에 있는 태산 불사 곡에 은거하고 있었다.

태산에서도 제일 험하다는 북쪽 산악지대에 자리한 불사곡은 계곡이 깊고 험해 동물들조차도 접근을 꺼리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은거하고 있었으니 나는 새라도 찾지를 못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한 사냥꾼에 의해 발각이 되었다.

한날 사냥에 나섰던 사냥꾼 곽씨는 멧돼지 발자국을 따라 불사 곡 근처까지 가게 되었다. 그때 계곡 입구에 은밀하게 지어놓은 초막을 발견했다. 곽씨는 초막의 동정을 살폈고, 콜록거리며 밖으로 나온 노인이 듣기만 했던 대도 묘 신수와 흡사하다는 것을 알아봤다.

곽씨는 즉시 제갈 세가에 신고했다.

그리고 상금과 푸짐한 보상도 받았다.

하지만 다음날 집 근처 산속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입막음을 당한 것이었다.

그때 제갈세가 가주 제갈왕민은 대도 묘 신수가 틀림없음을 확인하곤 곧바로 불사 곡으로 달려가 초막을 급습했다.

위기에 처한 묘신수는 제갈왕민의 추궁에 난감했다. 무엇보다도 약초를 캐러 나간 하나밖에 없는 딸을 살리기 위한 묘책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 그 당시 중병에 걸렸던 묘신수는 세상과 인연을 끊고 불사 곡에 들어와 은거 겸 투병 중이었다.

내가 산다면 얼마나 살겠는가, 곧 죽을 목숨이다. 원하는 비기를 내어줄 테니, 조용히 물러가라! 콜록콜록--”

곧 죽을 것처럼 콜록거린 묘신수는 자리 밑에서 누렇게 변색이 된 고서를 꺼내 줬다.. 비기를 받아 든 제갈왕민은 비기를 훑어봤다. 비기엔 알아보기 어려운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한눈에 봐도 진본임이 확실했다.

죽여라!”

제갈왕민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죽이라고 명했다.

다음날 제갈왕민은 학문에 조예가 깊은 학자를 불러들여 비기의 문자를 번역하게 했다. 비기의 문자는 갑골문자였고 천문 지리를 기술한 고서였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에 분기탱천한 제갈왕민은 다시 초막을 찾았다. 그땐 이미 묘신수의 시신은 들짐승의 먹이가 되어 뼈만 앙상했다.

제갈왕민은 수하들에게 초막을 샅샅이 수색하라 명했고, 여인의 옷가지와 장신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 제갈왕민은 묘 신수에게 딸이 있었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고, 그 즉시 묘신수의 딸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추적에 나섰던 무사들은 3일 후, 제갈세가에서 30리쯤 떨어진 숲 속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이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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