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두— 두두두---
다음날 정오,
중천에 떠오른 태양은 눈이 부셨다.
멀리서부터 봄바람을 타고 들려오던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언제부터 나와 있었을까, 하나같이 검은색 무복에 검을 든 무사들이 장원 앞에 나와 있었다. 천수를 비롯해 풍객과 열 명의 무사들이었다. 그들은 누구를 기다리는지 길게 뻗어있는 길을 주시하고 있었다. 길은 읍내로 이어진 길이었고 폭은 3장쯤 되었다. 길가엔 수령이 100년쯤 되었을 소나무 몇 그루와 은행나무가 띄엄띄엄 심겨있었다.
따가닥, 따가닥, 두두두--
다섯 필의 흑마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앞선 두 필의 흑마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니 저 새끼들이...”
“추객!!”
“풍객! 너야말로 입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야!”
“추객! 아니 천수! 오늘은 손님 때문에 내가 참는다.”
천수와 풍객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가 가라앉았다.
천수와 풍객,
두 사람에겐 풀어야 할 문제가 있어 보였다.
두 필의 흑마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마중 나온 무사들을 깔아뭉갤 것처럼 달려왔다. 그 위세에 무사들이 질겁해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풍객과 천수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두 필의 흑마에 탄 자들은 20세쯤으로 보이는 준수한 청년과 텁석부리에 눈매가 날카로운 40대 사나이였다. 청년도 청년이지만 텁석부리 사나이는 대단한 무공을 익힌 듯 눈빛부터가 남달랐다.
워워- 워- 워워-
히히힝, 히히힝---
위기의 순간, 말을 몰아오던 자들이 말고삐를 잡아챘다. 그러자 투레질을 해댄 말들이 천수와 풍객의 코앞에서 멈췄다. 뽀얀 먼지가 시야를 가릴 정도로 피어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두 사나이는 말이 멈추자마자 과시하듯 말에서 뛰어내렸다. 뒤를 이어 세 필의 흑마가 다가왔다. 그들도 말이 멈춰 서자 날렵하게 말에서 내렸다.
청포를 걸친 50대 사나이를 위시하여 헐렁한 회색 장포를 걸친 노인들이었다. 두 노인은 대략 70세쯤으로 보였고 생김새가 서로 대조적이긴 했으나 일견 하기에도 일세를 풍미했을 무림고수들로 보였다.
그들이 말에서 내리자 급히 달려온 마방지기 감 노인과 한 청년이 말들을 마방으로 끌고 갔다.
“가주! 어서 오십시오. 장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반갑네.”
청포 인은 잽싸게 다가와 비굴할 정도로 굽실거린 풍객을 쓱 훑어보며 한마디 툭 뱉었다. 그리곤 담담히 서서 가볍게 목례를 한 천수에게 다가갔다.
“추객! 그동안 잘 있었는가?”
“어서 오십시오.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그래 장주께서는 어디 계신가?”
“대청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럼 앞장을 서시게,”
“예, 따르시지요.”
두 사람의 대화는 오래 전서부터 잘 알고 지낸 사람들 대화처럼 들렸다. 하지만 감정개입이 없는 무미건조한 대화였다. 그래도 무뚝뚝한 천수보다는 청포 인의 목소리가 다소 부드럽고 반가움이 묻어났다.
천수가 앞서서 열 걸음쯤 갔을 때였다.
뒤를 따르던 청년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추객!?”
청년의 입가엔 조롱 섞인 비웃음이 가득했고, 앞만 주시한 채 걸음을 옮기던 천수의 눈에선 분노의 불꽃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공자! 말을 함부로 하지 말게, 알겠는가?”
천수의 목소린 싸늘했다.
그러자 청년이 눈을 부라렸다.
“뭐라!”
“공자! 나이 20세면 철이 들 때도 됐는데, 한심하군.”
“뭐 뭐라! 감히 노예 주제에...”
“영웅아! 물러나라!”
눈살을 찌푸린 50대 청포 인이 일갈했다.
“아버지!”
“물러나라고 했다.”
“예 아버지,”
“쯧쯧 못난 놈, 그렇게 사람 볼 줄을 몰라서야.”
청포 인의 호통에 청년이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자 청포 인이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
청포 인은 제갈 세가 가주인 제갈왕민이었다.. 청년은 제갈왕민의 둘째 부인이 낳은 아들로서 이름은 제갈 영웅,, 나이는 20세다. 어려서부터 신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똑똑했던 영웅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제갈왕민은 제갈 영웅이 태어나자마자 영웅이라 이름을 지었고, 영웅의 나이 일곱 살이 되던 해부터 강호와 무림에 대한 견문을 넓혀주겠다며 데리고 다녔다.
제갈영웅은 노예 검투사였던 추객인 천수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장원에 올 때마다 천수의 아들인 원세를 종놈이라며 쥐 잡듯 못살게 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여랑이 나서서 구명을 해줬고, 그것이 되레 원세를 더 밉보이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여랑은 병치레로 수척하긴 했으나 정말이지 예쁘고 귀여운 소녀였다. 하지만 영웅이 올 때마다 종놈인 원세 하고는 재미있게 놀면서도 정작 영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영웅의 눈에는 쌀쌀맞은 여랑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그 후에도 영웅은 여러 차례 장원을 다녀갔다. 하지만 여랑은 여전히 종놈인 원세와 어울렸고, 영웅이 오면 똥 묻은 개 피하듯 피해 다녔다. 일이 그쯤 되자 영웅은 종놈과 비교가 된 것으로 생각해 원세에게 더 못되게 굴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여랑이 있는 앞에선 예의를 벗어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영웅은 원세와 그 아버지인 추객을 벌레 보듯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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