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이었다.
진가장은 겉으론 조용한 듯 보였으나 어수선한 분위기가 곳곳에서 풍겼다. 마당엔 휘장이 쳐진 마차 한 대와 짐마차 두 대가 세워져 있었고, 장주의 애마인 백마와 다섯 필의 말들을 일꾼들이 잡고 있었다.
“아가씨께서 요양을 떠나시다니, 이를 어쩌지,”
“다 나으신 것 같았는데---”
“그러게 말일세! 한 일 년 걸린다면서?”
“대인께서 나오신다.”
풍객이 소리치자 짐을 날랐던 일꾼들이 하던 말을 끊곤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때 진충원을 비롯해 쌍노와 일단의 무사들, 그리고 여랑과 유모, 조사의가 장원을 나섰다. 그 뒤로는 함께 따라갈 식솔들인지 남녀 이십여 명이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보기에도 딱하게 여랑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면 꼭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쌍노! 내 없는 동안 장원을 부탁한다.”
“주인님! 염려 마십시오. 분부대로 잘 처리하겠습니다.”
과할 정도로 굽실거린 쌍노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여랑아! 마차에 오르거라, 먼 길이니 서둘러야 한다.”
“아버지! 이번에 가면 언제 돌아오는데요?”
“무공수련도 해야 하고, 한 일 년은 걸릴 것이다.”
“일 년이나요. 그럼 원세는...”
“쯧쯧, 내 그렇게 얘길 했거늘, 여랑아, 원세가 나오는 대로 요양지로 데려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니 이젠, 그놈 걱정은 하지 말아라!”
“정말이지요. 아버지!”
“어허! 그렇다니까, 유모! 아가씨를 모셔라!”
“네에~ 주인 어르신! 아가씨~ 어서 타세요.”
진충원의 싸늘한 목소리에 유모가 얼른 나섰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여랑,
마지못해 마차에 오르는 여랑이었다.
‘여랑의 마음고생이 더 심해지겠군.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지? 분명 가는 곳이 진충원이 숨겼던 본거지일 텐데, 원세야, 잘 있거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조사의는 마차에 오르는 여랑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내색은 못 했다.
생각 같아서는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보는 눈들이 많아 그러지도 못했지만---
진충원이 백마에 올라타자 그림자 무사인 영무와 세 명의 무사들도 말에 올라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세 명의 무사 중에는 뜻밖에도 철인 양국환도 끼어 있었다. 쟁자수들은 이미 마차 끌 준비를 하고 있었고, 따라갈 식솔들은 짐마차 뒤에 나열해 섰다.
“가자, 이랴!”
히히힝--
진충원이 쌍노와 무슨 말인지 눈빛으로 주고받곤 채찍을 휘둘렀다. 그렇게 길을 떠나는 사람들은 장원에서 멀어져 갔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지도 못한 채, 각자의 할 일을 찾아 자리를 떴다.
맴맴- 맴맴 맴--
정오가 지나자 뜨거운 햇살은 기승을 부렸고 매미들은 매미들대로 요란하게 울어댔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한낮, 일단의 무사들이 햇살을 피해 정자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개방 분타를 치러갔던 무사들이었다. 그런데 그들 중엔 언제 돌아왔는지 천수도 끼어 있었다.
천수는 마지막 날짜에 맞춰 돌아왔다. 천수는 돌아오자마자 성과 없이 돌아왔음을 장주께 보고했다. 분명 문책을 당할 것이라고 천수는 생각했었고 각오도 했었다. 그런데 의외이긴 했지만, 장주의 제안을 거절했음에도 문책은 당하지 않았다.
‘오늘부로 너를 면천할 것이다.’
장주 진충원은 노예 문서를 내놓으며 말했다.
‘대인!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됐다.’
‘대인, 원세가 나오면 함께 장원을 떠나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대인!’
‘쌍노! 원세는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주인님! 이참에 덕을 베푸시어 뜻대로 보내 주시지요.’
‘좋네. 하지만 천수!’
‘예 대인,’
‘떠날 때까지, 면천이 되었음을 함구하라!’
장주는 떠날 때까지 면천이 되었음을 함구하라 명했다.
천수는 얼마나 기뻤는지,
장주에게 삼배를 올리며 눈물까지 흘렸었다.
그리고 단숨에 거처로 달려가 부인에게 면천이 되었음을 말했다. 그제야 부인은 불길한 꿈이 아니었음에 감사해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었다. 그리고 부부는 천수가 물색해 놨다는 돌아갈 산골 풍경을 상상하며 날밤이 새는 줄도 모른 채 마냥 행복해했었다.
----------계속
긍정의 삶으로 파이팅!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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