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날짜는 흘러갔다.
장주는 여랑을 요양시켜야 한다며 오늘 아침 장원을 떠났다. 장원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떤 의심도 없이 여랑이 완치되어 돌아오길 빌었다.
“이봐! 덕보, 자네 얼굴이 왜 그 모양인가?”
무사들의 무용담도 흥미가 없다는 듯 돌아앉은 덕보는 무슨 일이 있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천수가 덕보를 일깨웠다.
“아, 아닐세! 개방 거지들을 죽이고 왔더니, 심란해서,”
덕보는 놀란 듯 엉뚱한 변명을 해댔다.
어젯밤이었다.
덕보는 장주의 은밀한 부름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장주는 부귀영화를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충성맹세를 시켰었다. 덕보는 굶주렸던 낭인 시절, 자신을 구제해준 장주가 고마웠고, 늦은 장가지만 맘에 드는 마누라까지 얻게 해준 장주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했다. 특히 마누라가 임신 중이었고 이번 행차에도 마누라를 동행시켰으니, 장주의 말이 감지덕지할 뿐이었다.
덕보는 생각할 것도 없이 충성맹세를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던진 장주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덕보! 내일 쌍노가 뭔가 지시할 것일세! 그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게, 그 일만 잘 처리하면 자네 부부는 내 곁에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나,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했을 경우, 자네 부부는 살아남지 못할 것일세! 명심하게,’
지금 덕보는 장주의 말을 음미하고 있었다.
원래 좀 모자란 듯 머리 회전이 빠르지 못한 덕보로서는 도저히 장주의 저의를 간파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가슴만 답답할 뿐이었다.
“우리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너무 마음 쓰지 마시게...”
“고맙네. 그런데 자네야말로 원세 때문에 걱정이 많겠지, 아주머니께서도 많이 야위셨던데, 하지만 원세는 무사할 걸세!”
“원세도 걱정이긴 하지만, 원세 어민 보기가 딱할 지경이네. 그렇다고 어쩌겠나, 아들 걱정하는 어미라 그런 것을,”
천수는 친구인 덕보에게 나 면천 됐네. 원세가 돌아오면 장원을 떠날 생각이네. 자랑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입을 열 수는 없었다. 그리고 천수는 무고한 사람들을 가책 없이 죽였던 덕보가 개방 사람들을 죽인 일로 심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처럼 말 못 할 고민은 뭘까 생각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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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동에 어둠이 찾아들었다.
원세는 가부좌를 튼 자세로 명상에 잠겨 있었다.
하루 내내 불안했던 마음을 추스르는 중이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했다.
무공수련도 제대로 못 했다.
‘제길,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부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아님 여랑에게, 이거 정말 미치겠네. 왜 자꾸 가슴이 벌렁거리는 거야, 도통 안정이 안 되네.’
후-후, 후-후, 후후---
원세는 눈을 질끈 감곤 계속 심호흡을 해댔다.
노인 광마는 광마대로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는지 한 번씩 눈을 번뜩였다가 감곤 했다.
‘진충원, 네놈이 또 일을, 아무래도 세상이 시끄럽겠군. 놈의 명이 길다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원세 저놈이 말을 들어 준다면 놈의 상대가 될 텐데, 그래 그동안 놈이 나타나지 않은 것만 봐도 난 이미 쓸모없는 늙은이인 게야. 흐흐, 흐흐흐, 죽을 때만 기다리면 되는 겐가?’
광마의 입가에 자조의 웃음이 흘러나왔다.
광마, 한때는 강호와 무림을 주름잡던 인물인데 지금 모습은 너무도 초라해 보였다. 그나마 원세를 만나 활기가 넘쳤다. 그 이유는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 없는 자를 죽일 수 있게 되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광마는 아직도 원세에게 기대가 큰 모양이었다. 어쨌든 낙심한 표정이 아닌 것을 보면 뭔가 속셈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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