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분노(忿怒)를 삭여라!
소문! 소문! 소문!
두 가지 소문이 世間을 들끓게 했다.
하나는 보물 지도가 나타났다는 소문이었다.
보물 지도를 찾아라!
누구든 보물 지도를 찾는 자는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다.
욕망과 탐욕에 눈먼 자들에겐 희소식이었다.
특히 강호와 무림을 둘러싼 장보도에 대한 소문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쟁취하면 승리요, 빼앗기면 패배라는 인식하에 장보도를 찾기 위해 혈안이었다.
또 하나의 소문,
일단의 복면 괴한들이 봉래읍 개방 분타를 기습하여 개방도 20여 명을 참혹하게 살해했다는 끔찍한 소문이었다.
사건은 바람처럼 중원 각지로 퍼져나갔다.
왜?
복면 괴한들이 개방 분타를 기습했는지,
그들이 어디에 속한 자들인지,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평민들이 강호에 전쟁이 발발하는 것이 아닌가,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문,
하늘도 놀랄 만큼 끔찍한 소문이 중원을 강타했다.
그 소문은 양구읍 진가장이 괴한들의 습격으로 불바다가 되었다는 소문이었다. 진가장은 장장 5일간 치솟는 불길에 휩싸였으며 그 불길 속에 장주를 비롯해 남녀노소는 물론 식솔들 백여 명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한 명도 살아남은 자가 없다는 진가장 사건은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참극이었고, 듣는 이로 하여금 치를 떨게 했다.
세상인심이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에 관심을 더 보이듯 장보도에 관한 소문은 주춤거렸고, 끔찍한 진가장 소문은 전 중원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렇다 보니 민심까지 흉흉해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암담한 현실이었다.
번쩍, 번쩍, 우르릉 쾅쾅!!
번쩍, 콰콰쾅!!!
별안간 시커먼 먹장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천둥 번개가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후두둑, 후두둑, 쏴아--
하나둘 떨어지던 빗방울이 장대비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량산 일대가 그동안 목탔던 갈증을 해소하듯 빗줄기를 양껏 받아 삼켰다. 그리곤 상큼한 흙냄새를 맘껏 토해냈다.
그렇게 장대비는 불타버린 진가장의 억울한 죽음들을 달래듯 시원스럽게 폐허의 장원을 적셨다.
번쩍번쩍, 우르릉 콰쾅-
한낮임에도 주위는 어둑했다.
천둥 번개에 량산도 들썩였다.
언제부터 서 있었을까, 다섯 사나이가 장대비를 맞으며 불타버린 장원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은 천둥 번개도 개의치 않은 채 장원만 바라봤다. 원래 그들의 행색이 엉망인지라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지만 별로 흉하게 보이진 않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헛소문이라 생각했거늘,”
용두장을 든 늙은이가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방주! 어떻게 된 일일까요. 분명, 봉래 분타를 습격한 자들은 진가장 무사들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럴 것이다. 진충원! 네놈이 어떤 술수를 부리던 네놈의 진면목을 내 손으로 꼭 밝혀내고야 말 것이다.”
“방주!”
“이놈아! 알았다지 않느냐? 그런데 진충원 그놈이 하늘로 솟았느냐? 땅으로 꺼졌느냐? 그것이 의문이라는 얘기다.”
늙은이는 바로 개방의 용두방주 주신개였다.
주신개는 봉래분타가 습격을 당해 몰살당했다는 보고를 받고 봉래에 와 있었다. 현장을 조사하고 탐문한 결과 괴한들은 진가장 무사들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런데 그 진가장이 하루아침에 몰살을 당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주신개는 소문을 듣자마자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즉시 달려왔다. 소문대로 얼마나 끔찍한 살겁이 벌어졌었는지, 진가장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의 폐허로 변해있었다.
불에 탄 유골들이 사방에 널렸다.
“방주! 소인 생각으로는 치밀한 계획하에 치러진 소행 같습니다.”
40대로 보이는 사나이가 나섰다.
허리엔 육결 매듭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어둑한 빗속에서도 사나이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이름은 용천, 나이는 45세였다.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해 눈도 코도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빗속에서도 형형하게 빛이 났다.
육결 제자 법개 용천, 개방에서는 귀재로 통했다.
용천은 개방의 절기인 타구봉법을 변형시켜 삼절검법(三切劒法)을 창안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법개 용천은 어디를 가든 봉이 아닌 검을 들고 다녔다. 뒤에 늘어선 세 사나이는 사결 매듭의 호법들이었다. 호법들은 방주를 은밀히 수행하기 위해 따라온 자들이었다.
“그렇겠지, 놈이 가족과 이곳을 버렸다면, 본거지로 철수를 했다는 얘긴데, 그 본거지를 어떻게 찾는다. 음, 천인공노할 놈! 참으로 무서운 놈이다.”
주신개는 진가장이 사황련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오늘 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이는 강호 무림을 속이기 위한 고도의 술책임을 깨닫게 되었다.
“법개는 듣거라! 놈이 무고한 식솔들을 참혹하게 죽여 가며 이곳을 떠났다면, 방도들을 죽인 것 또한 이목을 끌기 위한 술책일 것이다. 암튼 놈의 행방을 찾기는 수월치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식솔들을 다 죽이진 않았을 터, 분명 물건을 운반한 마차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진충원과 호위하는 무사들은 짐 마차와 함께 이동했을 것이다. 이점 명심하거라!”
“방주님의 말씀에 소인 놀랄 뿐입니다. 전 개방에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명하겠습니다.”
“알겠다. 일단 양구 분타로 철수한다.”
“예 방주!”
주신개가 빗물을 털 듯 몸을 한차례 흔들곤 몸을 날렸다.
이어 법개와 호법들이 뒤를 쫓았다.
호국보훈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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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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