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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오은 산방에서

오은 산방에서 시 / 이정표 애초에 떠나오지 말았어야 했었다 오십여 개 성상星霜, 변방邊方을 떠돌아오듯이 장산촌 고샅길 안을 누비고 작대기말을 갈아탔어야 했었다 하루 한 번씩 산 그림자가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듯이 텃밭 언덕 해거름 녘, 이미 지고 말았을 망초꽃을 피우려는가 먼 하늘가에 떠가는 구름을 바래고 서서 강남으로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의 제비처럼 안도(安堵)의 숨을 고를 때까지는 적막한 오은 산방山房 채워가는 갈바람 소리에 남은 생애 여장旅裝을 풀어놓아야겠다 *** 초동문학 운영자 드림 ^(^, 초동문학 감사합니다. ^(^, 응원은 모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긍정의 힘으로 파이팅!

2023.10.11

엄마가 너무 늦게 왔지

엄마가 너무 늦게 왔지 / 따뜻한 하루 중국에서 한 할머니가 유치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칼바람이 심하게 부는 추운 겨울이었지만 할머니는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치원 교사들은 손자를 마중 나온 할머니인가 싶어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님이나 조부모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계속 누군가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이상해서 한 교사가 할머니에게 말했습니다. "할머니. 손주 기다리세요? 혹시, 아이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손주 말고, 우리 딸 기다리고 있어. 우리 딸 이름은 OOO이야." 교사는 팔순은 족히 넘겼을 것 같은 할머니가 유치원에 와서 딸을 찾는 것을 보고는 치매 환자라는 것을 직감 했습니다. 다행히 할머니를 ..

단편과 생각 2023.10.09

단야의 유정만리 2권 9화

해가 동창을 밝혔다. 만복철은 아침 일찍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무슨 일인지 집안 곳곳을 쓸고 닦았다. 마당과 길도 깨끗이 쓸었다. 그렇게 부지런을 떨었어도 대청소는 아침나절에야 끝났다. 어젯밤 그토록 많은 생각을 하더니 결국엔 만화곡엘 가볼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소연을 데려올 생각에 집안청소를 한 것이었다. 만복철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가벼운 옷차림이라고 해봤자 얼룩진 무명바지저고리에 토끼 가죽으로 만든 덧옷을 입은 것이 다였다. 게다가 집안 단속도 할 필요가 없으니 날마다 그랬던 것처럼 대문 앞에 통나무 하나를 들어다 놓는 것이 전부였다. 집이 비었다는 만복철만의 표식이었다. 만복철은 지팡이 하나만 짚고 집을 나섰다. 부지런히 걸어가는 만복철이 아무래도 쓸쓸해 보였다. 이를 안쓰럽게 ..

시 / 길

길 시 / 박 영 춘 훤한 길이라 할지라도 장애물은 있기 마련이다 지금 가는 이 길이 맞는지 늘 가늠해봄이 좋다 아는 척 가는 길이 다르거나 틀릴 수도 있으니 반드시 징검다리를 두드려보거나 짚어봄이 좋다 속이지 말고 나서지 말고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순탄해지리라 잘 난 척 설치지 마라 길이 아니면 돌아서 갈 줄 아는 호박넝쿨의 지혜를 닮아라 너는 너의 길이 있고 나는 나의 길이 있다지만 아무튼 남의 길을 파헤치지 마라 혀 차는 소리 듣지 않게 말 같지 않은 말 한다는 소리 듣지 않게 곧은길을 잡아 흔들어 출렁거리게 하지 마라 구름이 하늘 길을 가듯 자취 없이 길을 가라 꽃을 꺾거나 불을 지르거나 웅덩이를 파지 마라 길은 허공에도 있다, 착하면 착한 길이 열리리라 *** 벌써 갈바람에 낙엽이 지네요 낙엽 ..

2023.10.08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 따뜻한 하루 저희 어머니는 옷이 찢어져 있는 것은 버리지 못하시고 반드시 꿰매서 다시 입으십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는 바늘귀에 실을 잘 꿸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백내장 진단을 받기 전에는 침침해지는 눈이 노안이라고 생각하시고 상당히 침울해하셨습니다. 이제 60세를 조금 넘겼는데 손자는커녕 아직 자식이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할머니가 되었다는 생각에 우울증을 겪으셨나 봅니다.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다시 바늘귀에 실을 꿰려 고군분투하시다가 결국 포기하신 어머니는 약간 토라진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한 달 후면 내가 깨끗하게 꿰매 놓을 테니까. 내가 늙어서 이런 게 아니라 병 때문이니깐. 병은 고치면 그만이라고!" '나는..

단편과 생각 2023.10.08

단야의 유정만리 2권 8화

3장, 대장부의 눈물 하늘엔 아름다운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닌다. 마치 목화솜을 풀어 하늘에 띄워 놓은 것 같았다. 뭉게구름 사이로 중천에 떠오른 태양이 간간이 얼굴을 내비쳤다. 그럴 때마다 따사로운 햇살이 천지봉 일대로 쏟아져 내렸다. 그 햇살을 타고 상큼한 냄새가 춤추듯 사방으로 흩날렸다. 햇살을 품은 봄바람이 휘날린 탓이다. 평화롭고 아름답던 만화곡, 국화꽃 향기가 가득했던 만화곡이 귀곡성이 들릴 것 같은 흉물스러운 곳으로 변해있었다. 곳곳엔 몸을 숨긴 흉흉한 자들의 날카롭고 음산한 눈빛들이 사위를 할퀸다. 초막이 불길에 스러지고 남은 것은 어질러진 잔재뿐이다. 그 앞에 언제 나타났는지 살기를 뿜어내는 일단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일견 하기에도 사나이들은 보통 사나이들이 아니었다. 바로 천태일과..

항구에 묶어둔 어선

항구에 묶어둔 어선 / 따뜻한 하루 오랜 시간 고기잡이를 하는 어선에서 파도를 견디는 용골은 조금씩 뒤틀리기 마련이고, 폭우와 땡볕이 쏟아지는 갑판은 조금씩 갈라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어선을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가지 않고 항구에 묶어두면 됩니다. 하지만 어선은 항구에 정박하기 위해 건조된 것은 아닙니다. 어선은 어부들과 함께 세찬 파도에 맞서 이른 새벽부터 힘차게 바다로 향해 고기를 잡기 위함입니다. 항구에 묶인 채 한 번도 나가지 못한 어선은 그저 겉모습만 배의 모양을 하고 있을 뿐 그것은 더 이상 어선이 아닙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에게도 상처받기 싫고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 아무 일 없기만을 바라며 가만히 있..

단편과 생각 2023.10.04

잘 못 들다 - 2

잘 못 들다 · 2 시 / 돌샘/이길옥 앰하게 밟힌 지렁이가 S자로 몸을 비틀어 꼬며 진물을 흘린다. 애초에 땅속을 벗어난 게 잘못이다. 물기 말라 흙먼지 풀풀 날리는 황톳길을 고집한 게 불행이다. 가뭄 탓이라 투덜대며 햇볕 쨍쨍 내리쬐는 산길을 택한 게 오산이다. 땅을 파는 습성을 버린 게 실수다. S자로 몸을 뒤척이며 몸부림치던 사투가 끝나자 개미들이 달려들어 무모한 주검을 운구해 간다. 뙤약볕 따가운 황톳길에 장례 행렬이 엄숙하다. *** 초동문학 운영자 드림 메일로 받은 시입니다.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셨나요? 오늘은 수요일, 즐겁게 출발하세요. 응원은 모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긍정의 삶으로 파이팅!

2023.10.04

시, 달빛 기도

10월 1일 달빛 기도 시 / 이 해 인 사랑하는 당신에게 추석인사 보냅니다.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더 둥글어지기를 두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 추석 즐겁게 보내셨나요. 감사합니다. 초동문학 드림 ^(^, 응원은 모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긍정의 삶으로 파이팅! 10월 1일, 오늘은 국군에 날입니다. 태극기를 답시다. 충!

2023.10.01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에게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에게 글 / 손관일 가을 낙엽이 질 때면 낙엽이 거리를 뒹굴 때면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못한 말이 가을의 붉게 타오르는 얼굴에 들어있다 미안하다, 너를 기억해서 너의 생각을 지우지 못해서 낙엽을 흔들고 가는 바람이 서럽지 않게 가을의 눈동자가 불안으로 흔들리지 않게 너의 품은 따뜻했고 사랑, 그 이름을 부르는 입술은 향기로웠다 너만 있으면 모든 것을 가진 별빛처럼 희망으로 가득했고 심장은 가을을 닮은 붉은 노을이 된다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는 가쁜 숨이 차올라 힘이 들어도 너만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힘이 들면 두 손을 잡고 쉬어 가면 심장은 더욱 힘차고 향기롭게 뛸 거야 사랑, 그 아름다운 가을의 이름을 부른다 *** 추석 전날에 귀향길로 마음도 몸도 분주한 하루가 시작되네요 모두 무사히..

단편과 생각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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