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들다 - 2

썬라이즈 2023. 10. 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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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들다 · 2

 

시 / 돌샘/이길옥

 

앰하게 밟힌 지렁이가

S자로 몸을 비틀어 꼬며 진물을 흘린다.

 

애초에 땅속을 벗어난 게 잘못이다.

 

물기 말라 흙먼지 풀풀 날리는

황톳길을 고집한 게 불행이다.

 

가뭄 탓이라 투덜대며

햇볕 쨍쨍 내리쬐는 산길을 택한 게 오산이다.

 

땅을 파는 습성을 버린 게 실수다.

 

S자로 몸을 뒤척이며 몸부림치던 사투가 끝나자

개미들이 달려들어

무모한 주검을 운구해 간다.

 

뙤약볕 따가운 황톳길에

장례 행렬이 엄숙하다.

 

***

 

초동문학 운영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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