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은 산방에서

썬라이즈 2023. 10. 1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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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산방에서

 

시 / 이정표

 

애초에 떠나오지 말았어야 했었다

 

오십여 개 성상星霜, 변방邊方을 떠돌아오듯이

장산촌 고샅길 안을 누비고 작대기말을 갈아탔어야 했었다

 

하루 한 번씩 산 그림자가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듯이

텃밭 언덕 해거름 녘, 이미 지고 말았을 망초꽃을 피우려는가

 

먼 하늘가에 떠가는 구름을 바래고 서서

강남으로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의 제비처럼

안도(安堵)의 숨을 고를 때까지는

 

적막한 오은 산방山房 채워가는 갈바람 소리에

남은 생애 여장旅裝을 풀어놓아야겠다

 

***

 

초동문학 운영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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