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집 풍경(탈고) 시 / 단야 열흘째 지속된 땡볕으로 쌀가게 앞 가로수 축 늘어진 채 마른 땀 흘리고 아스팔트 길 열기에 녹아 진득진득 엿판 되고 개 장수의 날카로운 눈길 피한 쌀집 누렁이는 가로수 그늘 밑에 배 깔고 개장수 팔자 무색하게 낮잠을 청한다. 가게 안 쌀 가마도 숨이 막혀 군내 풍기는데 가마니 위에 엎딘 고양이 더위는 아랑곳 없이 잠복근무 중인 형사처럼 살벌하게 눈만 번뜩인다. 충성 바쳐 날개 돌리는 덜그럭거리는 중고 선풍기 덕에 쌀집 주인은 헐렁한 모시 반바지 벌리곤 사타구니 바람 쏘이며 꾸벅꾸벅 존다. 건너편 양품점 과수댁 쌀팔러 왔다가 늘어진 대물 보고 게눈에 뜻 모를 미소 짓다 돌아가고 귀신같은 형사 고양이는 양식 훔치러 나온 생쥐를 쫓고 그 바람에 잠에서 깬 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