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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52

검투사의 아들 21

꼬르륵, 꼬르륵, 꼬륵, 물배만 채워서인지 꼬르륵 소리가 심하게 났다. “제길, 전량을 가지러 가긴 정말 싫은데...” “내 말만 듣는다면 세상에서 제일 귀한 먹을 것을 주지,” 노인은 눈도 뜨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됐습니다. 내 굶어 죽고 말지 사람은 안 죽입니다.” “그래 어디 얼마나 버티나 보자, 썩을...” “......” ‘저놈을 어떻게 해서든 제자로 삼아야 한다. 제자가 아니더라도 무공을 가르쳐 그놈만은 꼭 죽이게 해야 하는데, 음, 내 손으로 죽일 수 없으니 어쩌겠는가, 련주님, 보고 계십니까? 제 신세를 보십시오. 련주님의 엄명이 아니었다면 벌써,’ 노인의 입에서 회한에 사무친 자조가 흘러나왔다. ‘할아버지에게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모양인데, 참, 불쌍한 할아버지네. 그런데 그동안 먹..

검투사의 아들 2021.11.05

시/7의 변명

7의 변명 시/썬라이즈 나는 사람들이 부여한 행운이란 숫자올시다. 나는 행운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닐 때부터 행운의 숫자 된 것이 벼슬인 줄 알고는 사람들 앞에 우쭐대며 나섰습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진실이 아닌 허상에 울고 웃었고 나는 氣高萬丈 숫자놀음만 즐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선택한 사람이 울고 있기에 이유가 무엇일까 7일 밤낮을 성찰한 끝에 숫자일 뿐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나는 허울과 관습에 길들여진 바보 멍청이 못난이올시다. 사람들은 멍청이입니다. 아직도 나를 행운의 숫자로 부릅니다. 허울과 관습에 길들여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멍청이였습니다.

2021.11.05

시/바다엔 말뚝 사내가 있다.

바다엔 말뚝 사내가 있다. 시/썬라이즈 짠 삶을 끌고 밀물이 밀려왔다가 어깨에 얹혔던 걱정 하나 싣고 돌아가면 갯벌에 남은 발자국 게 한 마리 집 짓고 게거품 일으키며 짝을 기다린다. 한 세월 바다만 바라보다가 게거품 방울 되어 하늘 날아오르면 타임머신을 타듯 방울 속으로 들어가 먼 과거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강원도 깊은 골짜기 하늘 맞닿은 고향 산 벗해 살았던 댕기머리 계집애 책 보따리 허리에 차고 시오리 길 성냥갑만 한 학교를 가고 상급학교 못 갔다고 눈물만 질질 짜던 계집애 비탈진 자갈밭 어미 따라 일구며 살다 중매쟁이 따라 읍내 다방에서 선보곤 달포 만에 족두리 썼네. 말뚝처럼 멋없는 새신랑 따라 가까운 온천서 하룻밤 묵고 다음 날 배 타고 떠난 하룻밤 사랑 씨앗 하나 남기곤 영영 돌아오지 ..

2021.11.04

시/바닷가 일상

자연사랑이 아이들 미래입니다. 바닷가 일상 시/썬라이즈 만월이 슬픈 빛으로 서산을 넘을 무렵 샛별 나비처럼 날아 바다에 숨고 고기잡이 통통선 조용히 포구를 떠나고 일출이 파노라마 펼칠 때면 포구를 찾은 파도는 은빛 날갯짓으로 초승달 닮은 모래밭을 깨운다. 엄마들은 때맞춰 물질 나가고 파도는 아이들 친구로 놀러 오고 해풍은 희망을 싣고 달려온다. 파도와 씨름하던 아이들 지칠 때쯤 멀리 낙조를 타고 돌아오는 통통선 만선을 알리는 오색 깃발 펄럭이고 아이들은 와와 함성을 지르며 포구로 달려가고 함성소리는 파도와 어울려 어둠을 탄다. 섬마을 작은 포구를 상상하며...

2021.11.03

악마와 거래했다. 22

대박은 사부인 염마 왕과 실랑이를 벌이고 돌아온 후부터는 자연스럽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기는 때가 많았다. 마음이 심란하거나 심기가 불편할 때에 평정심을 찾기 위한 명상법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 대박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무협 소설의 심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지금 대박이는 무협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림사 항마 심법(降魔心法)을 운용 중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108108 번뇌가 바로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잡생각이고, 그 잡생각들을 잊게 해 주는 것이 항마 심법이라고 대박이는 생각한 것이다. 암튼 틀린 말은 아니다. 마음을 닦기 위해 염불을 외우는 것처럼 외울 생각인 것이다. 사실 항마 심법은 소림사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심법으로서 마음의 마기(魔氣)를 제압하는 데 활용했다. 항마심..

시/옆집 아낙

봄, 빨래 (인다님의 아크릴 수채화) 옆집 아낙 시/썬라이즈 봄볕이 화창한 날 옆집 아낙이 묵은 빨래를 한다. 겨울 내내 묵혔던 빨래라 많기도 하다. 아직 냇가의 물이 시리기도 하련만 둘러업은 아기가 보채도 방망이질이 예사롭지 않다. 한 번씩 내리칠 때마다 빨래가 비명을 지른다. 서방의 속곳들이 발광을 한다. 어찌할 거나 어젯밤 잠자리가 심사를 긁은 모양이다. 그래도 내 눈엔 빨래하는 아낙의 모습이 봄볕처럼 따뜻하다. 이웃의 뜰을 방문하다, 인다님의 아크릴 수채화를 보고 쓴 시입니다.

2021.11.01

시/겨울비

겨울비 시/썬라이즈 밑동이 반쯤 썩은 고목 죽은 줄 알았던 가지에 서너 개 잎 돋아 파랗게 물이 들었다. 겨울 내내 구슬피 울어대던 할미새 언제 울었냐는 듯 사랑노래 부르고 잎들은 신명 나게 춤을 춘다. 옛날 아기나무 때부터 끔찍이 사랑했다는 고목과 할미새의 사랑 가을이 오고 잎마저 지는 날이면 할미새와 영영 이별할 것을 알기에 고목도 이 겨울 그토록 몸 떨어 울었으리라!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겠지만 이미 잎들은 떨어져 땅속에 묻히고 할미새도 고목에 누워 스르르 눈을 감았다. 어이하랴, 고목과 할미새의 천년사랑 창공 날아올라 비가 되었네. ^(^, 어느 겨울, 비를 맞으며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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