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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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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거래했다. 34 서늘한 바람이 몸을 스쳐 지나갔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염마 왕의 탁한 목소리가 허공을 울림과 동시에 대박이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홀로그램이나 순간이동처럼 나타난 것이다. “깜짝이야, 사부님, 이렇게 놀라게 해도 됩니까?” “이놈아, 염마왕의 제자가 이런 일에 놀라다니, 이승에서 네놈은 무적이니라!” “무적은 무슨...” “지금 뭐라 했느냐?” “무적이 무슨 말씀인지 몰라서...” 대박은 정말 모르는 것처럼 얼버무렸다. “제자야, 이승에서 너를 능가하는 자는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제자야, 내 뜻을 잘 이행해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라!” 염마왕은 말을 하면서도 대박이를 날카롭게 살폈다. ‘놈을 어떻게 해서든 수족으로 만들어야 한다. 만에 하나 잘 못 된다면, 이번엔 염라대왕께서 으... 지옥 불에 갇히겠지..
악마와 거래했다. 31 식당은 점심때라 그런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물이나 반찬은 셀프라 손이 부족하진 않았다. 대박이와 소라는 국수를 주문하곤 손님들처럼 물과 반찬을 먹을 만큼만 담아다가 탁자에 놓았다. “오빠, 아침도 안 먹고 국수로 되겠어요.” “다이어트 중이야,” “네 에! 오빠는 거울도 안 보세요.” 소라는 다이어트란 말에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냥 해본 소리야, 그리고 국수가 맛있어서 먹는 거야, 내가 너무 말라 보이긴 하지만 강단은 세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대박이가 깨어났을 때는 마른 장작처럼 앙상한 몸이었다. 특히 키만 훌쩍 커버린 몸이라 장작개비라고 말할 정도로 야위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먹성은 좋아서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그래도 지금은 장작개비는 면한 상태였다. “자 국수 나왔습..
악마와 거래했다. 30 2020년 1월 7일 새해를 맞이한 지 7일째다. 오늘도 나는 고당봉에 올라가 경자년(庚子年)에는 꼭 손자가 벌떡 일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천지신명께 빌고 있을 때였다. 괴상하게 생긴 적발 노인이 홀연히 나타나 자신을 신선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놀라긴 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당당한 척 내 소개를 했다. 그리고 물었다. 내게 뭔 볼일이냐고? 사실 신선이라면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외모부터가 청수하고 위엄이 있으며 백염을 멋지게 기른 편안한 인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인은 치렁치렁한 적발에 먹빛 장포를 입었고 마주치기조차 싫은 눈빛에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도 최악이었다. 꿈에서도 만나고 싶지 않은 그런 노인이었다. 나는 적발 노인이 청수한 외모의..
악마와 거래했다. 29 2017년 11월 16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편하게 잠자는 손자를 보자 눈물이 글썽였다. 아무런 원한도 없는 평온한 얼굴이다. 나는 안 여사에게 오늘은 손자 걱정은 말고 일찍 들어가 쉬라고 말했다. 원래 똥고집인지,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 바람에 결국은 엄포를 놓듯 억지로 쉬게 했다. 오늘은 손자와 그동안 못한 얘기들을 나누며 오붓하게 지냈다. 모처럼 손자의 몸도 씻겨주었다. 한 번씩 꿈나라를 여행하는지, 손자는 즐거운 표정도 지었다가 어두운 표정도 짓는다.. 즐거운 표정을 지을 땐,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곳인지 나름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어두운 표정을 지을 땐, 얼마나 무섭고 공포스러운 곳인지, 대신 꿈속으로 들어가 해소를 시켜 주고 싶은 심정이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붙였다. “할아..
악마와 거래했다. 28 대박이가 집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6시경이었다. 그때는 식구들이 기상하여 일과를 준비할 시간이다. 소라는 우유를 마시며 철학에 관한 책을 볼 테고, 아줌마는 아침을 준비하며 하루의 일과를 점검할 것이고, 할머니는 옥상에 올라가 옥상 텃밭을 가꾸실 것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다. 단 한 사람, 대박이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생활했다. 밤이고 낮이고 예고 없이 벌어질 일 때문이었다. 대박에겐 마성을 제어할 힘이 부족하다. 별안간 감당 못 할 문제라도 생긴다면 대박이는 이성을 잃고 마성이 이끄는 대로 행동할 것이다.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음이었다. 대박이는 이를 걱정하는 것이다. “할머니, 뭐 하세요.” “대박이 왔구나, 나는 부추하고 얘기하고 있었지,” 옥상 텃밭에는 할머니가 부추와 얘길 나누..
악마와 거래했다. 27 5장, 밝혀진 밀약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하다. 봄철 감기는월 초순에 유행한다고 한다. 그런데 금 년은 4월 초까지 봄철 감기가 유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보도처럼 감기가 기승을 부렸다. 사실 독감은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걸 알면 봄철 감기도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먼저 손부터 씻는 것이 예방 좋다. 금정산 고당봉엔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깔렷다. 해가 뜨기엔 이른 시각이었다. 한 사나이가 자욱한 안개를 뚫고 거침없이 고당봉을 오르고 있었다. 사나이가 고당봉에 당도할 때까지 지나치는 사람은 없었다. 새벽이라 그런지 고당봉은 제법 쌀쌀했다. “눈이 밝아졌나, 올라오는데 숨도 가쁘지 않고,” 일반 사람들 같았으면 10m 앞도 못 볼 안갯속을 대박이는 흐린 날 길을 걷..
악마와 거래했다. 26 ‘그래 범선에겐 충격이었겠지, 세상을 다 잃어버린 것 같은 심정이었을 거야, 그랬을 거야, 아마 아버지에 대한 원망, 아니 반항심이 생겼을 테지, 우상이던 아버지가 지켜만 봐도 힘이 났을 테니까, 그래 바로 그거 반항심, 범선이는 지금 자신을 학대하듯 반항을 하는 거야,’ 대박은 하루라도 빨리 범선의 마음을 잡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인생을 망치니까, “종인아, 얘기 다 끝났으면 이만 가자,”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범선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남이 자신의 얘기를 한다는 것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임 범선, 소원은 들어주고 가야지, 앉아라.” 대박은 조금은 심각한 얼굴로 옆 의자를 가리켰다. “소원은 무슨, 그럼 빨리 말해요.” 범선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 범선이..
악마와 거래했다. 25 사실 범선은 대박의 주먹 한 방에 숨이 멎는 고통을 맛봤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창피를 당한 꼴이 되었다. 다행히 주위에 사람들이 없어 쪽팔리는 것은 면했다. 그렇더라도 변명의 여지없이 진 것은 진 것이었다. “형씨, 아니 형, 남자답게 말하지요. 졌습니다.” “이렇게 싱겁게 끝난 거냐, 벌점도 계산을 안 했는데, 아무튼 남자답게 인정을 해서 이번만은 봐준다. 하지만 내 소원을 들어줘야 끝난다는 거. 알았냐?” “제길, 소원이 뭡니까?” “짜식, 얼굴이 창백하다. 숨 좀 돌려라,” “......” 너무도 차분하게 말하니까, 오히려 주눅이 드는 범선이었다. 특히 종인이는 일련의 상황을 보고 놀라고 있었다.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믿지 못할 정도로 대박이의 실력에 놀랐고, 또한 범선이가 이렇게 순순히 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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