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거래했다.

악마와 거래했다. 23화

썬라이즈 2021. 11. 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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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정오가 지난 시각이었다.

대박이가 길 건너편에서 식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희망이네 분식집 건물은 서면로터리에서 양정동 방향 대로변에 있었다. 그러니까 대박이 할아버지가 땅을 살 때 대지의 평수는 77평이었다. 하지만 77평이란 평수에 비해 폭이 좁아서 처음엔 망설였었다고 한다. 도로를 접한 폭이 좁으면 상가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땅을 산 것은 시세보다 싸기도 했거니와 위치상으로 어떤 장사를 하던 잘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매입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허름했던 건물을 헐어버리고 평생 살집으로 지금의 2층 건물을 튼튼하게 지었다. 1층에는 식당을 하고 2층엔 가정집으로 사용하면 대대로 밥은 굶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 먹는장사는 망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셨던 분이 대박이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폭이 좁은 관계로 건물을 들여서 지었고, 1층은 분식집, 2층은 살림집으로 지었다. 다행한 것은 1층의 공터가 겨울만 빼고 노천식당으로도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도 많았다. 늦은 밤이면 불량학생들이나 가출한 청소년들의 집합장소로 이용되기도 했고, 조폭이 개입한 노점 상인들이 포장마차를 끌고 와서 제집처럼, 장사하기도 했었다.

오늘도 대박이는 고당봉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집을 보니까, 할아버지 생각이 났던 모양이었다.

점심은 국수를 먹어야지,’

대박이가 지하도를 건너 식당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서 두 학생이 말다툼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니 주먹다짐이라도 벌일 기세다. 이를 본 대박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 너희들 이리 와 봐,”

씨발, 우릴 부른 거 맞지,”

그런 거 같은데,”

언제 말다툼을 벌였냐는 듯 두 학생이 대박이를 노려봤다.

대박은 쌍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정말이지 기분이 더럽게 나빴다.

정말 짜증나네. 그런데 새끼들, 전에 그놈들 아냐, 어쩌지, 도와주기로 했잖아, 그래, 얘기부터 들어보고 결정하자.’

대박이는 심란해지려는 마음을 추스르며 빤히 쳐다보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 너희들, 내가 부른 게 꼽지, 그렇다고 쌍 말은 심했다. 난 말이다. 불의하다 싶은 것은 못 참는 성미거든,”

그래서 뭘 어쩌라고,”

대박이의 말이 거슬렸던지 쌍 말을 했던 학생이 눈을 부라리며 나섰다. 수틀리면 선빵을 날릴 기세다. 그러자 다른 학생이 끼어들었다.

야 참아, 형 그냥 가지,”

됐고 야, 너 새끼 성질 하난 맘에 든다. 하지만 자씩아, 네가 뭘 잘했다고 애들처럼 반항이냐, 지 엄마 말도 안 듣는 불효자씩이, 야구는 무슨,”

씨발 니가 뭔데 남에 일에 나서, , 나 알어,”

야야, 형 말이 틀린 것도 없는데 왜 그래, 참아라, 참아,”

대박이는 좋은 말로 달래서 밥이나 같이 먹을 참이었다. 그런데 입에서 나온 말은 성질을 돋우는 말뿐이었다. 학생이 멱살이라도 잡을 것처럼 나서자 다른 학생이 막아섰다.

이거 재미있네, 이참에 놈의 성질을 확 꺾어놔야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래 그게 좋겠다.’

대박은 씩 웃어 보이곤 입을 열었다.

, 나 지금 배가 많이 고프거든, 일단 국수나 한 그릇씩 해치우고 한적한 곳에 가서 신나게 맞짱 한번 뜨자, 남자답고 정정당당하게, 좋지, 이기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다.”

야 종인아, 지금 이형 뭐라고 했냐?”

같이 국수 먹고 한적한 곳에 가서 맞짱 뜨자는데,”

두 학생은 제법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을 주고받았다.

네가 종인이구나, 둘 다 따라와라, 오늘 국수는 내가 산다. 그렇다고 맞짱 뜰 때 사정 봐달라는 뇌물은 아니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라, 아무튼 맞짱 떠서 지면 남자답게 소원만 들어주면 된다. 자식들아 들어가자.”

씨발 지긴 누가 져, 장작개비도 아니고, 툭 치기만 해도 부러질 것 같은데, 안 그러냐?”

허긴, 키만 컸지 너무 말랐다. 병이 있나?”

키로 본다면 대박이가 말라서 그런지 학생들보다는 커 보였다. 하지만 덩치로 치면 학생들이 대박이의 두 배는 될 것 같았다.

병은 무슨 팔팔한데, 일단 맞짱은 떠야지 남자가,”

그렇담 심판은 나다. ,”

하여간 새끼, 우리도 들어가자. 공짠데,”

식당으로 들어서던 대박이가 씩 웃었다.

두 학생의 얘기를 다 들었음이었다.

어서 오세요. 세분이면 저쪽으로 앉으세요.”

안 여사는 대박이의 눈짓에 의중을 읽었고,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대박이를 대했다.

아줌마, 국수 세 그릇 곱빼기로 주세요.”

네에 손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안 여사는 일부러 크게 대답했다.

물은 셀프다. 야 너, 물 좀 가져와라!”

탁자에 먼저 앉은 대박이가 서먹한 동작으로 자리에 앉으려는 종인이란 학생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요.”

학생은 고개를 갸웃거리곤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 네가 가져와라, 참 너도 짜증 나면 맞짱 뜨던지,”

대박이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대했다.

나 참, 물은 셀프니까, 내가 가져오지요.”

“.......”

맛있게 드세요. 부족하면 리필됩니다.”.”

아줌마가 국수를 내려놓으면 눈을 찡긋했다..

, 너희들 들었지, 아줌마가 리필된다니까,, 참고해라.”

일단 먹지요.”

후루룩, 후루룩, 쩝쩝,

국수를 잘 먹는 사람들은 곱빼기라도 서너 젓가락이면 후루룩 해치운다. 지금 그 광경이 두 학생에게서 재현되었다. 두 학생은 국수를 먹으며 서로 눈짓을 해댔다. 리필이 된다니까, 대박이가 보란 듯이 리필을 요구할 생각들인 모양이다.

여기 리필 두 그릇이요.”

네에~ 곧 나갑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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