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휴식을 취한 대박은 책상에 앉았다.
그리곤 일기장을 펼쳤다.
2017년 11월 8일
아침에 이상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7년 전 교통사고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는 자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
사고 후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을 여러 차례 걸었었다. 전화는 많이 왔지만 나가보면 사례금을 노린 거짓 정보뿐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기대치가 있어서 목격자를 만났다.
목소리와 눈매로 보아 40세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남자는 내가 인사를 건네자 반겼다.
하지만 모자에 마스크까지 쓴 것이 수상쩍긴 했다.
내가 아는 사람처럼,
남자는 스마트 폰으로 동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사람을 치고 그대로 도망가는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은 분명 아들 내외가 교통사고를 당한 장소였고, 흐릿했지만 차에 치여 쓰러져 있는 사람은 남녀 두 사람이었다.
나는 살이 떨려 말을 못 했다.
남자가 스마트폰을 집으며 조건을 말했다.
1억을 주면 동영상 파일을 넘기겠다고,
그동안 경찰에서는 한밤중에 일어난 사건이었고, cctv가 고장이 나서 동영상 파일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었다. 그런데 동영상이 있었다. 얼마나 울화가 치미는지 남자에게 화를 낼 뻔했다. 나는 남자에게 동영상을 다시 보여 달라고 말했다. 잠시 망설인 남자는 스마트폰을 탁자에 내려놓고 파일을 열었다. 분명 아들 내외가 교통사고를 당한 장소가 맞았다. 흐릿했지만 쓰러져 있는 남녀가 아들 내외 같았다.
남자가 말했다.
일부러 파일을 흐리게 만들었고, 밤이었지만 가로등이 훤해서 동영상 원본에는 당시의 사고 상황이 뚜렷하게 담겨있다고, 그리고 말했다. 차량번호는 물론이고 운전자의 얼굴도 식별 가능하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나는 얘기를 듣는 순간에도 울분으로 몸을 떨었다.
어떻게 해서든 파일을 손에 넣어야 했다.
남자는 시간이 없다며 내일까지 1억을 준비하면 원본 파일을 넘기겠다고 했다. 1억이 적은 돈도 아니고, 집을 판다면 충분히 준비할 수는 있었지만, 아들 내외가 죽게 된 원인도 집 때문일 터, 죽어도 집은 팔 수 없고, 암튼 시간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댔다. 이틀 후 12시 현 장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정신이 없었다.
그 바람에 병원에도 들리지 못했다.
오늘도 안 여사가 고생이 많겠지, 미안 하이,
“이런 씨, 죽여 버릴 거야, 개 썅,”
막말이 저절로 튀어나왔고 주먹까지 꽉 움켜쥐었다.
움켜쥔 주먹이 부르르 떨었다.
눈에선 푸른 안광이 번뜩였다.
점점 눈빛의 강도가 세지고 있음이었다.
눈에 불을 켠 대박이가 다음 장을 넘겼다.
어!
다음 장엔 일기가 쓰여 있지 않았다.
당황한 듯 눈살을 찌푸린 대박이가 다음 장을 넘겼다.
어 어!
다음 장에도 일기는 쓰여 있지 않았다.
의혹의 눈빛이 번뜩였다.
대박이는 조심스럽게 다음 장을 넘겼다.
어어 어!
헛바람을 일으킨 대박이가 입을 열었다.
“...뭐가 잘 못 된 거지?”
다음 장에도 날짜만 쓰여 있을 뿐, 백지상태였다.
“할아버지가 언제 글을 쓰셨다고, 일기가 스릴이 있네, 아무튼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으니까, 범인은 못 잡은 거겠지, 그래서 권력이나 힘 있는 자들이 싫으셨던 건가,”
대박이는 허탈했는지 다음 장을 넘기지 않고 일기장을 덮었다. 그리곤 심란해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방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런데 사부님이 수하라는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름은 마 설훈,,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기도 하고, 보기에는 못된 불법은 다 저지르고 다닐 사람 같던데, 나한테도 엄포를 놨잖아, 그래 나처럼 이승에서 데려간 사람이라면 이거 문제가 심각해지겠는데, 설마 아니겠지, 그래,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지...’
대박은 문득 떠오른 사부인 염마 왕의 수하라는 사람을 생각했다. 분명 어디서 본 것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염마왕의 수하라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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