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은 사부인 염마 왕과 실랑이를 벌이고 돌아온 후부터는 자연스럽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기는 때가 많았다. 마음이 심란하거나 심기가 불편할 때에 평정심을 찾기 위한 명상법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 대박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무협 소설의 심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지금 대박이는 무협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림사 항마 심법(降魔心法)을 운용 중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108108 번뇌가 바로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잡생각이고, 그 잡생각들을 잊게 해 주는 것이 항마 심법이라고 대박이는 생각한 것이다.
암튼 틀린 말은 아니다.
마음을 닦기 위해 염불을 외우는 것처럼 외울 생각인 것이다. 사실 항마 심법은 소림사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심법으로서 마음의 마기(魔氣)를 제압하는 데 활용했다. 항마심법은 대박이에게 적격인 맞춤 심법(心法)이었다.
‘고요히 눈을 감고 단전에 힘을 실어 숨을 고르게 내 쉰다. 날숨과 들숨을 짧거나 길지 않게, 마음은 평정심, 항마심법, 마음은 평정심 항마 심법,, 마음은 평정심, 항마 심법,“
항마 심법은 외우기만 해도 108108 번뇌를 잊게 하고 마성(魔性)이나 사기(邪氣)를 제압한다고 대박이는 알고 있었다.
대박이는 항마 심법을 외우기만 해도 불안하고 심란한 마음이 안정된다고 그렇게 생각했음이었다. 그 생각대로 불안하고 심란했던 마음이 안정되었다. 사실 대박은 번개 문양과 항마 심법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마성을 제어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띠띠 띠띠띠 띠
명상 중인 대박이의 귀가 움찔거렸다.
“흐흐흐 귀여운 소라가 왔어,”
현관문 비밀번호를 터치하는 소리가 대박이의 귀를 자극한 순간이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대박이의 입에서 음탕한 웃음이 흘러나왔고 목소리는 비릿했다.
“오빠, 저 왔어요. 소라가 왔어요.”
현관문이 열리고 소라의 낭랑한 목소리가 대박이의 고막을 심하게 강타했다.
“어 소라 왔구나, 일찍 왔네.”
소라 목소리에 놀란 대박이가 얼른 대답했다.
절레절레 고개까지 흔들어 댔다.
“오늘은 오빠하고 얘기 좀 하려고 일찍 왔어,”
“그랬구나, 곧 나갈게”
“응 오빠,”
소라는 메고 있던 가방을 벗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미친것도 아니고, 분명 문제가 있다.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증상은 심해질 테고, 어쩌면 이성을 잃은 행동도 이건 아니야, 도대체 문제가 뭐야, 잃어버린 3년이 문제라면 문제겠지, 괴인 할아버지를 만난 것도 그렇고, 그래 나는 정의의 사자 박 대박이야,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면 귀신도 도망을 친단 말씀이거든, 까불고 있어,’
어깨를 으쓱해 보인 대박이가 거실로 나왔다.
“오빠는 커피 할 거지,”
먼저 나와 물을 끓이던 소라가 말을 건넸다.
“좋지, 그런데 소라야, 앞으로 전공은?”
“잠깐, 커피 가져갈게,”
“......”
소라는 거실 앉은뱅이 탁자에 커피와 우유를 내려놓곤 자연스럽게 대박이 맞은편에 앉는다.
“커피 맛 좋고, 그래 앞으로 뭘 공부하고 싶은데,”
대박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곤 소라를 쳐다봤다. 소라의 눈빛을 접하자 언제 심란했냐는 듯 마음은 차분했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인생에 관한 연구를 하고 싶거든요. 오빠 같은 분의 인생관은 어떤지 알고도 싶고...”
소라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대박은 상상도 못 했던 소라의 얘기에 놀랐다.
“뭐, 철학, 좀 당황스럽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이유 같은 건 없어요. 그냥 그 분야에 관심이 있어요. 뭐랄까, 오빠가 삼 년 동안 식물인간, 아니 잠을 자다가 깨어났잖아요. 그런 분들의 깨어나기 전과 후의 상태와 변한 것들은 없는지, 내면의 세계는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심리나 성격에 관한 것 등등도 연구하고요.”
소라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야, 우리 소라 다시 봤다. 난 철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암튼 철학박사가 다른 박사들보다는 유별나다는 얘기는 들은 것도 같다. 하지만 소라야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실지,”
“엄마는 내가 좋다면 다 좋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오빠는 내편에요. 알았지요.”
소라의 애교의 목소리가 예쁘긴 했다.
“소라 너, 그래 좋다. 나는 중립이다. 그렇지만 네가 원하는 거라면 철학이 아니라도 지지는 해 줄게,”
“지지는 내 편이라는 거잖아요. 고마워요.”
소라는 살짝 눈을 흘기곤 좋아했다.
“벌써 6시, 나는 식당에 내려가서 국수 먹을...”
“저도 국수 먹을래요. 같이 내려가요.”
소라가 말을 자르곤 자리에서 먼저 일어섰다.
“그래 가자!”
“......”
‘늘씬한 키에 몸매 되지, 예쁘지, 끼도 있지, 게다가 말도 잘하잖아, 딱 연예인 스타일인데, 모델이나 배우를 해도 멋질 것 같고, 괜히 지지한다고 말했나, 생각이 바뀔까, 애가 고집이 세서 문제야, 정말 걱정이 되네.’
소라를 따라 일어선 대박이는 식당까지 내내 소라의 앞날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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