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선이란 학생이 대박이를 흘끔거리며 큰 소리로 말했고 아줌마도 짜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박이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많이 먹으라는 뜻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다른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현 상황을 주시했다.
“......”
“여기 리필...”
“배가 부르면 맞짱 뜰 때 불리할 텐데,”
두 학생이 두 그릇을 비우고 리필 추가요.라고. 말하려는 순간, 대박이의 싸늘한 목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제길, 알았습니다. 알았어,”
범선 학생이 인상을 써댔다.
“야, 인상 펴라, 그리고 너희들, 맞짱 뜨러 가기 전에 통성명은 해야겠지, 그래야 내가 어떤 놈을 아작을 냈는지 알 거 아니냐, 난 박 대박이라고 한다. 아직은 백수건달이다.”
“통성명 못 할 것도 없지요. 저는 대상상고 2학년 김 종인입니다. 현재 야구부 선수입니다.”
김 종인 학생이 자신을 소개하곤 친구를 쳐다봤다.
“난 됐다. 가죠, 맞짱 뜨러,”
“야 임 범선, 새끼가 정말 쪼잔하게,”
대박이를 째려본 범선이란 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종인 학생이 붙들었다. 하지만 범선 학생은 친구의 만류를 뿌리치고 밖으로 나갔다.
“야, 나가서 기다려라, 계산하고 나갈게,”
“예, 그럼 밖에서 기다립니다.”
“.......”
여기는 부전시장 옆에 있는 청과물 집하장,
청과물 집하장은 정오부터 오후 늦게까지는 사람들 왕래가 적은 공간이다. 관리인이 있기는 하지만 낯에는 빈터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자리를 비우기 일쑤다.
청과물 집하장에서도 제일 음침한 곳, 대박이와 두 학생이 마주 서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누가 보면 덩치 큰 조폭들이 무슨 작당들을 하는 것으로 보았을 것이다.
대박이의 몸은 마른 편이지만 키는 183cm가 넘었다. 임 범선은 대상상고 야구선수로서 키 177cm 몸무게 83kg이었다. 그리고 김 종인은 키 181cm 몸무게 90kg 정도였다. 누가 봐도 조폭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이 관리인도 자리를 비웠고 지켜보는 사람도 없었다.
“자꾸 무슨 약속을 하라는 건지, 씨발 참,”
범선의 입에서 쌍소리가 터졌다.
“너 새끼, 쌍말을 할 때마다 벌점이 부여된다는 것도 명심해라, 싸움이 시작되면 벌점만큼 두들겨 맞는다. 알겠냐? 그러니까 너나 나나 지는 놈이 이기는 놈, 소원 들어주는 거다.”
“그럼,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겁니까?”
“야 임 범선, 너 새끼 죽으라고 할까 봐 겁나냐, 나는 말이다. 죽으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까, 약속만은 지...”
이얏! 얍
대박이가 말을 끝내기도 전, 전광석화처럼 범선의 주먹이 대박이의 면상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렇게 주먹이 코앞까지 날아든 순간이었다. 대박이는 미끄러지듯 몸을 옆으로 살짝 틀었다.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대박이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이에 놀란 범선은 재차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대박이는 한 발짝 물러난 뒤였다. 만약 범선의 주먹에 맞았다면 면상은 박살이 났을 것이다. 그만큼 범선의 주먹은 위력적이었다.
“그 새끼, 너 벌점이 더 부과됐다는 것만 잊지 마라. 야 김 종인, 너도 봤으니까 할 말 없을 거다. 그럼 이번엔 내 차례다. 심판, 너도 이의 없지,”
대박은 말을 끝냄과 동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기합 소리만 아니었다면 주먹을 날린다는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이얍!
퍽,
윽,
대박이의 기합 소리가 들린 순간, 대박이의 주먹이 범선이의 복부에 꽂혔고, 범선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 으, 으...
허리를 꺾은 범선은 배를 움켜잡고 계속 신음을 흘렸다.
단 한 번의 주먹질에 범선은 T. ko 패를 당한 것이다.
“범선아, 새끼 엄살 피냐, 일어나봐,”
종인이가 부축해 일으키려고 팔을 잡았을 때였다.
우웩, 우울 웩,
범선이 토악질을 해댔다.
그리곤 한 사발의 토사물을 토해냈다.
“문둥이 새끼 더럽게, 야 네가 배 터지게 처먹었다는 걸, 내가 깜박했다. 그건 미안하다. 많이 아프면 병원 가자, 제기랄 장 파열이라도 났으면 큰일인데,”
“씨팔,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으, 휴,”
범선은 가까스로 숨을 돌리곤 힘들게 일어섰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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