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범선은 대박의 주먹 한 방에 숨이 멎는 고통을 맛봤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창피를 당한 꼴이 되었다. 다행히 주위에 사람들이 없어 쪽팔리는 것은 면했다. 그렇더라도 변명의 여지없이 진 것은 진 것이었다.
“형씨, 아니 형, 남자답게 말하지요. 졌습니다.”
“이렇게 싱겁게 끝난 거냐, 벌점도 계산을 안 했는데, 아무튼 남자답게 인정을 해서 이번만은 봐준다. 하지만 내 소원을 들어줘야 끝난다는 거. 알았냐?”
“제길, 소원이 뭡니까?”
“짜식, 얼굴이 창백하다. 숨 좀 돌려라,”
“......”
너무도 차분하게 말하니까, 오히려 주눅이 드는 범선이었다. 특히 종인이는 일련의 상황을 보고 놀라고 있었다.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믿지 못할 정도로 대박이의 실력에 놀랐고, 또한 범선이가 이렇게 순순히 졌다고 시인한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자신이 아는 범선이는 독종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악바리 근성을 가지고 있었다. 운동이고 뭐고 간에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믿어 지지가 않았음이었다.
“형은 뭐 하는 사람이에요.”
종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하긴 말했잖아, 백수건달이라고,”
“으 종인아, 물이 먹고 싶은데”
“물, 잠깐 기다려 가서 사 올게, 형은...”
“난 됐다. 빨리 갔다 와라!”
“......”
‘씨팔, 내가 당하다니, 그러니까, 자신이 있어서 큰소리친 건가, 그래 내 상대가 아니야, 무슨 특수부대 출신 같잖아,’
범선은 자신했던 자신의 선방이 상대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무위로 끝나자 대박이가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사실 범선은 상대의 공격에 대비하여 잔뜩 경계했었다. 그랬음에도 언제 공격을 당했는지도 모르게 복부에 일격을 당했다. 특히 상대의 복부를 공격하려면 근접공격을 감행해야 한다. 범선은 적어도 상대가 근접해 들어온다면 먼저 선방을 날 릴 기회를 기다렸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을 벗어난 결과였다. 대박이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나 참, 그러고 보니까, 맞짱 뜨자고 의도적으로 시비를 걸었어, 난 그것도 모르고 성질을 부렸으니,”
“왜, 꼽냐?”
“됐네요, 그런데 형, 도대체 나한테 바라는 소원이 뭡니까?”
범선은 형 소리를 해가며 소원이 뭐냐고 물었다.
“우리 저기에 앉아서 편하게 얘기하자,”
대박이가 가리킨 곳엔 낡은 탁자와 긴 나무 의지가 놓여있었다. 작업하는 인부들 휴식 공간 같았다.
“범선아, 나는 말이다. 10년 전, 뺑소니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었다. 할아버지는 한 달 전에 손자를 살리기 위해, 아무튼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불의엔 참지 말라고, 부모님을 죽인 뺑소니 범인을 잡아서 원수를 갚으라고도 하셨지, 세상은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그래서 말인데 범선아,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이 있다는 것은 복 받은 거다. 나는 네가 객기를 부리는 것은 아닌지, 복을 차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걱정이다.”
그때 종인이가 두리번거리며 다가왔다.
“여기 있었구나, 안 보여서 갔나 했지, 자 생수,”
“고맙다.”
꿀꺽꿀꺽,
범선은 생수를 받아 꿀꺽꿀꺽 마셨다.
“이제 물도 마셨으니 얘기 계속해야지, 범선이 너, 내 소원을 말하기 전에 너에 대해 알고 싶다. 그러니까 네 신상에 관해 얘길 해봐, 솔직하게, 알았냐?”
“......”
“그게 형, 그냥 소원을 말해, 들어줄게요.”
“이 짜식이 그래도,”
“형, 내가 대신 얘기하는 게 좋겠다. 괜찮지 범선아,”
“그러던지, 그런데 시시콜콜 까발리진 마라 죽는다.”
범선은 주먹을 들어 보이곤 자리를 비켜줬다.
“좋다. 종인이 너, 범선이가 왜, 야구부를 나왔는지 그것부터 말해라, 아니 범선이에 대해 친구로서 말해봐라.”
“알았어요, 그러니까, 범선이는 촉망까지는 아니지만, 타격이 좋은 3할대 야구선수였습니다. 그런데...”
“.......”
범선에 대한 종인의 얘기는 이러했다.
범선은 야구를 좋아했던 소방공무원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야구를 좋아했고, 야구부가 있는 대상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야구부에 들었다. 그해부터 대상중학교 야구선수로 선발되어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범선의 아버지는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치르는 시범경기 당일에 인명을 구조하다가 순직을 하셨다. 그때부터 당당하고 말이 많았던 범선은 소심해졌고,, 학업이나 야구에 의욕도 잃어 갔다는 것이었다.
범선은 왜, 좋아하던 야구를 포기했을까, 범선이가 야구를 포기한 것에 대해 감독님도 이해를 못 했고, 절친인 종인이도 이해를 못 했다. 범선에겐 가족으로 어머니 박 영란과 중학생인 남동생이 있다. 어머니 영란은 아들이 불량학생들과 어울린다는 것은 모른 채 야구를 포기한 아들이 걱정이었다.
사실 범선에겐 야구를 가르쳐준 아버지가 우상이었고 소방대원인 아버지를 존경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셨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 프로구단에 입단할 거라고 지인들에게 자랑까지 하셨다. 그랬던 아버지 임창구는 자랑스러워했던 아들이 당신이 그렇게 소원했던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것도 못 보고 공무 중에 순직하셨다.
종인의 얘기는 여기서 끝났다.
대박은 얘기를 듣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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