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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거래했다.

악마와 거래했다.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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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점심때라 그런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물이나 반찬은 셀프라 손이 부족하진 않았다.

대박이와 소라는 국수를 주문하곤 손님들처럼 물과 반찬을 먹을 만큼만 담아다가 탁자에 놓았다.

오빠, 아침도 안 먹고 국수로 되겠어요.”

다이어트 중이야,”

네 에! 오빠는 거울도 안 보세요.”

소라는 다이어트란 말에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냥 해본 소리야, 그리고 국수가 맛있어서 먹는 거야, 내가 너무 말라 보이긴 하지만 강단은 세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대박이가 깨어났을 때는 마른 장작처럼 앙상한 몸이었다. 특히 키만 훌쩍 커버린 몸이라 장작개비라고 말할 정도로 야위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먹성은 좋아서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그래도 지금은 장작개비는 면한 상태였다.

자 국수 나왔습니다.”

안 여사가 국수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웃어 보였다.

잘 먹겠습니다.”

근데 엄마, 오빠 살 좀 찌워야겠어요. 지금 보니까 너무 말랐어요. 속상해요.”

소라는 정말 속상한지 울상이다.

엄마가 신경을 쓴다고 쓰곤 있지만, 별안간에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도 몸에 좋지 않단다. 앞으로 잘만 먹으면 금방 좋아질 거야, 오빠는 마른 체질은 아니거든,”

들었지 오빠, 뭐든 잘 먹어야 해, 특히 고기,”

예 소라 공주님, 명심합죠. 아줌마 감사합니다.”

내가 뭘 한 게 있다고,”

“......”

저희 왔습니다.”

중년 두 명이 식당으로 들어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세요. 며칠 뜸했네요.”

안 여사가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낚시도 할 겸, 시골에 좀 다녀왔습니다.”

그랬군요. 식사는...?”

수제비로 주세요. 양념이 끝내줍니다.”

이 친구가 낚시 중에도 양념 타령을 했습니다.”

그랬어요. 수제비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안 여사는 웃어 보이곤 주방으로 향했다.

“......”

식사를 마친 소라는 엄마를 돕겠다며 가게에 남았고, 대박이는 2층 자기 방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분명 나타날 거야, 무슨 조건을 내걸겠지, 꿈속에서의 괴인 할아버지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분이야, 후휴...”

대박은 심호흡을 하곤 일기장을 펼쳤다.

202019

새벽 530분경 집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온천동 역에서 내렸다. 늘 다니는 코스지만 오늘따라 생경하게 느껴졌다. 추운 날씨 탓인가, 전철도 텅텅 비었고, 거리에도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쓸쓸히 걷는 것도 운치는 있다.

젊은 시절 마누라와 데이트하던 때가 새삼 그리웠다.

산성마을까지 왕복하는 버스를 탔다.

첫 손님이었고 버스 기사와 인사를 나눴지만 건성이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기분이 영 아니었다.

어둑한 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고당봉이다.

추운 날씨 탓에 오늘은 고당봉에 홀로 섰다.

누구 눈치도 안 보고 의식을 치르게 되었다.

그런데도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신선이란 적발 노인이 나타날까, 신경이 쓰인 탓이다.

나는 의식대로 사방을 향해 절을 했다.

그리고 동쪽을 향해 108배를 하며 기도를 드렸다.

천지신명이시여! 굽어 살피셔서 우리 대박이를 살려주십시오. 천지신명이시여! 굽어 살피셔서 우리 대박이를 살려주십시오. 천지신명이시여! 굽어 살피셔서 우리 대박이를 살려주십시오. 빌고 또 빕니다.’

“......”

108배를 끝내고 허리를 펼 때였다. 별안간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그 순간 눈앞에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신선이라 칭한 적발 노인이 홀연히 나타난 것이었다.

그대의 손자를 살려주겠다. 그대는 무엇을 주겠는가,’

적발 노인은 나타나자마자 뜬금없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사람을 살리는데 조건이라니,’

목숨이 간당간당, 한데 하루라도 빨리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3년을 버텼으면 길게도 버틴 것이지,’

이것 보시오. 나이가 많다고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것 아니요. 신선이란 분이 말이요. 남을 도우려거든 예의부터 갖추시오. 알겠소이까, 신선 양반!‘

손자를 살리려면 물불을 가릴 때가 아니거늘,

믿음이 없어서 그랬는지 이상하게 역정부터 냈다.

미친, 불신하는 것도 부족해 내 나이를 운운하다니, 좋다. 좋아, 내 외모야 백 년 전이든 일천 년 전이던 변한 것이 없으니,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느냐, 어쨌거나 늙은이 손자를 살려주면 무엇을 주겠느냐?’

적발 노인은 다소 부드럽게 말했다.

신선이든 악마든 간에 일단은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손자만 살릴 수만 있다면 어떤 조건도 다 받아들이겠소.’

사실 나는 눈을 의심할만한 사건을 목격했다. 적발 노인의 끔찍한 시연을 본 것이다. 그러니까 적발 노인은 막, 산에 올라온 한 젊은이를 내가 보는 앞에서 죽였다가 살렸다. 능히 대박이를 살릴 것이라고 믿게 만든 행동이었다. 하지만 조건은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대답을 못 했다.

손자를 살리는데 내 목숨이 무에 아깝겠는가, 다만 일이 틀어진다면 너무 억울한 일이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적발 노인은 잠시 허공을 응시하고 있더니, ‘답은 삼일이 기한이다.’ 한마디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참으로 기막힌 상황이라 정신이 멍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정말로 헷갈렸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죽었다가 살아난 젊은이가 자신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도 모른 채 되레 나를 걱정했다. 그제 서야 현실임을 일깨웠다.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아직도 정신이 혼란하다.

대박이는 꿈만 꾸는지 할배가 왔는데 눈도 안 뜬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목숨을 어떻게 바꿔 치길 해, 말도 안 되는 소리, 만나기만 해 봐라,, 따질 거야, 따져...”

꽉 움켜쥔 주먹이 부르르 떨었다.

눈에서는 푸른 기운이 감돌았다.

후휴, 후후,

화가 나니까, 자연스럽게 마음이 심란해졌다..

그런데도 대박이는 심란한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만에 하나 심란한 마음이 마성에 동조한다면 정말로 큰 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음이었다. 아직은 대박으로서도 마성에 대해 어쩌지 못할 거라는 걸 자신이 잘 알았다.

삼일, 삼일 안에 결정을 내리라는 말이겠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열차사고로 돌아가셨잖아, 그런데 무슨 약속...”

대박이는 이런저런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기장의 결과를 보기 전에는 무어라 단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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