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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거래했다.

악마와 거래했다.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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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

오늘은 자칭 신선인 적발 노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3일의 기한,

대박이를 살리는 일이라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적발 노인이 어떤 조건을 내걸더라도 받아들일 준비는 끝났다. 손자 대박이가 깨어나서 하고자 하는 뜻을 펼칠 수만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나는 족하다.

은근히 적발 노인이 기다려졌다.

내일은 오겠지...

 

오후엔 안 여사가 나를 위해 전복죽을 끓여왔다.

도통 입맛이 없어 밥을 못 먹었더니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암튼 안 여사는 대박이 먹일 죽을 끓이면서 더 끓였다고 말했다. 역시 배려심이 깊은 여인이었다.

오늘 밤은 편안하게 잠만 잤으면 좋겠다.

제길, 얼마나 고단하셨으면,”

대박이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2020111

108배를 마치고 일어선 때였다.

언제 나타났는지 적발 노인이 옆에 서 있었다.

신선이신 노인장을 믿겠습니다. 조건을 말해 보십시오.’

크흐흐, 입으로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조건을 말하겠다. 그대는 내가 정하는 날짜에 지정한 장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한다. 자살하라! 자살방법은 당일에 말해 줄 것이다. 알겠는가?’

뭐요, 자살! 좋습니다. 날짜와 장소는?’

그대의 가상한 마음을 접수하지, 날짜와 장소는 다음 달 이월 십오일 구포역에서 상행선 이키로 지점, 시간은 정오, 잊지 말라. 약속을 어길 시는 손자는 물론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명심하는 게 좋다.’

적발 노인의 목소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했으며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렇게 적발 노인은 무서운 말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세상에...

놀라긴 했으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리곤 수첩을 꺼내 메모했다.

215일 구포역 상행선 22킬로 지점, 시간은 정오,

그 점집, 그 무녀가 한 말이 헛말이 아니었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허허, 인생은 허무하다더니, 그래도 난 살 만큼 살았고 손자를 살리는 일이니, 이보다 더 복된 일이 어디 있겠는가,’

“215일이면 맞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날, 그리고 장소,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날 살리기 위해 괴인 할아버지와 계약을, 세상에 이런 일이, 할아버지 왜 그러셨어요. !”

대박으로서는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때 할아버진 적발 노인과 약속을 해놓곤 어떻게 지내셨을까, 아마도 기가 막혔을 거야, 그런데 할아버지는 정말로 적발 노인을 믿으셔서 그랬을까, 참으로 불쌍하신 할아버지!”

대박은 마음이 무거웠다.

울화통도 터졌다.

지금 눈앞에 적발 노인이 있다면 한바탕 따져 물었을 것이다. 수틀리면 생사를 건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반면에 내가 할아버지였더라도 그랬지 않았을까,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 담담히 받아들여졌다.

세상의 위선자들을 모조리 응징하겠단 생각도 들었다.

번뜩 든 생각이지만,

2020112

몸살이 났다.

오한이 들고 식은땀에 열이 철철 끓었다.

이불속에서 생각했다.

이젠 손자를 위해 108배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기뻐서 그런 것인지, 억울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파서 그런 것인지, 이불속에서 한참을 울었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안 여사가 챙겨준 감기몸살약을 먹고 많이 좋아졌다.

사정을 모르는 안 여사에게 미안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만사 쉽게 생각하는 것이 편하단 생각이다.

젠장, 편하긴 개뿔, 으씨 내가 사고만 당하지 않았어도, 아니지 뺑소니 범인을 잡아서 아작을 낼 거야, 할아버지를 죽인 거나 마찬가지잖아,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절대로...”

대박이의 눈에서 푸른빛이 일렁였다가 사라졌다.

2020113

몸살감기가 된통 걸린 모양이다.

약을 먹고 땀을 쭉 뺐는데도 차도가 없다.

대박이를 봤으면 싶은데도 몸살감기 때문에 그러지도 못했다. 며칠은 손자 얼굴도 못 보게 생겼다. 속상하다.

2020114

오늘도 이불속에서 몸살감기와 난투 중이다.

그 바람에 안 여사만 이중으로 고생이 심하다.

하루라도 빨리 낳았으면 좋겠다.

오후 아들 친구인 창선이가 다녀갔다.

안 여사의 연락을 받고 왔다면서 홍삼 세트를 사 왔다.. 창선이 이놈은 건강식품으로 홍삼 세트밖에 모르는 것 같다. 지금까지 십여 차례 선물을 받았지만 전부 홍삼 세트였다.

215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우리 손자 대박이가 새로 태어나는 날이 될 테니,

암튼 깨어나면 평생 무탈하게 살아야 할 텐데,

빨리 죽고 싶으셨나 보네. 제기랄, 이 짓도 더는 못하겠다. 내일부턴 내 몸에 내재됐다는 능력과 힘을 키울 거야, 괴인 할아버지, 당신이 무슨 짓을 하셨는지 아시지요. 히히

대박이는 일기장을 읽지 않기로 했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짐작이 되었음이었다.

사실 대박이는 일기장을 읽을수록 할아버지의 고뇌에 대해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 그것도 맨정신인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이다.

어쨌든 할아버지는 손자를 살리는 조건으로 적발 노인이 지정한 장소에서 적발 노인의 지시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것도 열차와 박치기를 한 것이다.

너무도 황당한 약속을 믿고서,

하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있다.

이젠 어떤 일이 닥치던 다 내 몫이다.

지금은 내가 힘이 없어서 참습니다. 무조건 참습니다. 세상을 원망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불의를 응징할 능력과 힘이 생긴다면 참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아는 것도 모르는 척 그냥 바보처럼 그렇게 엎드리겠습니다. 엎드리겠습니다.”

으드득, 으득,

얼마나 세게 이빨을 깨물었으면 으드득 소리가 날까,

대박이의 눈에 원한이 서렸다.

그래도 무섭고 두려운 건 어쩔 수 없잖아,”

어떻게 해서든 원한을 갚겠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두렵단 생각이 드는 것을 대박이도 어쩌진 못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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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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