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바람이 몸을 스쳐 지나갔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염마 왕의 탁한 목소리가 허공을 울림과 동시에 대박이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홀로그램이나 순간이동처럼 나타난 것이다.
“깜짝이야, 사부님, 이렇게 놀라게 해도 됩니까?”
“이놈아, 염마왕의 제자가 이런 일에 놀라다니, 이승에서 네놈은 무적이니라!”
“무적은 무슨...”
“지금 뭐라 했느냐?”
“무적이 무슨 말씀인지 몰라서...”
대박은 정말 모르는 것처럼 얼버무렸다.
“제자야, 이승에서 너를 능가하는 자는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제자야, 내 뜻을 잘 이행해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라!”
염마왕은 말을 하면서도 대박이를 날카롭게 살폈다.
‘놈을 어떻게 해서든 수족으로 만들어야 한다. 만에 하나 잘 못 된다면, 이번엔 염라대왕께서 으... 지옥 불에 갇히겠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염마 왕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염마왕에게도 무서운 것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사부님, 사부님이 염라대왕의 시종인 지옥의 수문장이라면서요. 지금은 그냥 넘어가지만, 할아버지에게 못된 짓을 했다면 용서치 않을 겁니다. 그때까지 대박이는 사부님의 착한 제자입니다. 사부님!’
대박이는 일단 납작 엎드리기로 했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사부님, 하루라도 빨리 수련을 마치고 싶습니다.”
“사람들 눈을 피할 수 있는 수련할 장소가 필요하단 말이지, 그런데 제자야, 특별한 수련 장소는 필요가 없다. 제자는 내가 시키는 대로 13일 동안 수련만 하면 능력과 힘을 맘대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단 능력과 힘을 사용하기 전, 반듯이 마음속으로 염라대왕님께 고하라! 염라대왕이시여, 충복! 이라고,”
“13일만 수련하면 된다는 말씀입니까, 사부님,”
대박이의 목소린 들뜬 목소리였다.
“그렇다, 하지만 ‘염라대왕이시여 충복!’이란 주문을 외우지 않으면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점도 명심하거라,”
사실 저승에서는 능력 이외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주문을 외워 염라대왕의 힘을 빌렸다. 하지만 이승에서는 마성에 빠지지 않는 한 효과가 없다. 하지만 염마 왕은 이를 교묘히 이용하여 대박으로부터 악마의 13일 동안 악마의 주문을 외우게 만들려는 속셈이 깔려있었다.
“예 사부님, 명심하지요.”
대박은 의혹이 들었지만, 전처럼 토를 달지 않았다.
“제자야 내가 제자를 찾아온 것도 능력과 힘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오늘 제자에게 능력과 힘을 키우도록 기운인 마력을 넣어 줄 것이다. 준비하라!”
“지금 여기서 말입니까, 누가 올라오는데요. “.“
그때 누가 올라오는지 두런두런 인기척이 들렸다.
“이놈아, 아직도 네놈이 어떤 놈인지 모르는 것이냐?”
“예 그게 무슨...”
“클, 영악하고 똑똑한 줄 알았더니, 제자야, 제자는 염마 왕의 제자니라, 마음만 먹으면 인간들은 볼 수 없는 진을 설치할 수가 있다. 게다가 인간들은 염마 왕인 나를 볼 수가 없단다. 나를 볼 수 있는 자는 서로 교감한 자다.”
“그럼 사부님, 제자는...?”
“멍청하고 한심한 놈, 이미 네놈 주위로 진을 설치했느니라, 앞으로는 네놈이 알아서 설치를 하거라!”
“제가요.”
“그렇다. 멍청한 놈아,”
‘히히 그렇다면 무협 소설의 팔괘진, 음한미리진, 오행진 같은 진을 맘대로 설치할 수 있다는 얘긴가?’
대박은 새롭게 눈을 뜬 기분이었다.
“사부님이 언제 제대로 말씀이나 해 주셨습니까, 교감도 그렇고 진이란 것도 말입니다.”
“클클, 그랬던가, 좋다. 오늘 제자에게 능력과 힘의 활용법을 전수할 것이다. 모든 능력을 스스로 응용하도록 하라, 그럼 제자야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아라.”
“예 사부님!”
대박은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이를 지켜본 염마 왕도 맞은편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제자야, 뜨거운 기운과 차가운 기운이 번갈아 정수리를 통해 들어갈 것이다. 머리통이 불타는 고통과 얼어서 깨지는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그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자 지금부터 대법을 펼칠 것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거라! 염라대왕이시여, 충복! 으으으, 이야야아얍!”
염마 왕은 양팔을 원을 그리듯 크게 휘두르곤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양 손바닥에서 붉은 기운이 형성되어 대박이의 정수리로 날아갔다. 잠시 대박이의 정수리 위에 떠있던 붉은 기운이 염마 왕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더니 대박이의 정수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으으으, 흐으윽, 우우... 으...”
대박이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만 흘러나왔다.
얼마나 참기 힘든 고통인지 입가로 피가 흘러내렸다.
고통을 참느라 입술을 깨문 탓이었다.
잠시 대박이를 지켜본 염마 왕이 재차 양팔을 원을 그리듯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이번엔 양 손바닥에서 푸른 기운이 형성되더니 대박이의 정수리로 날아갔다. 그렇게 날아간 푸른 기운은 잠시 정수리 위에 떠있다가 염마 왕의 손짓에 따라 이번에도 대박이의 정수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으으 으아아, 흐흐 으 으아아 아 으...”
대박이가 부르르 몸을 떨어대더니 혼절한 듯 툭 고개를 떨어트렸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으면 혼절까지 했겠는가,
‘사부님, 사부님 말씀대로 극한의 고통은 희열을 느낀다고 하셨지요. 사부님, 머리가 불타서 재가 되는 고통도 얼어서 깨지는 고통도 제자에겐 희열이었습니다. 이젠 그 어떤 고통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대박은 염마 왕이 자신에게 어떤 짓을 하려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능력과 힘을 주기 위한 대법이 아니라 수족으로 부리기 위한 악마 대법을 펼쳤다는 것을,
------계속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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