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박이는 사부인 염마 왕의 심기를 짐작하고 있었다. 사부는 강력한 마성을 심기 위해 대법을 펼치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한 대박은 사부가 펼치는 대법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것이 대법을 거부하는 것보다 의심도 덜고 마성을 억제할 힘도 얻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대박이는 꿈속을 넘나들면서 자신을 돌아봤다. 할아버지의 죽음에는 현실에선 믿기 어려운 저승의 염마 왕과 연관이 있었다. 그 중심에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던 바로 자신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연유로 염마왕이 자신을 택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염마왕이 시간에 쫓기듯 뭔가 서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대박이가 속마음으로 느긋함을 보일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클클 네놈도 인간이니, 암튼 그만큼 버틴 것도 대단한 일이다. 이놈아, 정신 차려라!”
으 음 으으,
염마왕이 가볍게 손을 흔들자 푸른 기운이 대박이를 스쳐 지나갔다.. 그때서야 고개를 숙이고 있던 대박이가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으으 사부님, 무슨 대법이 사람을 잡습니까?”
“뭐라! 허허, 대단하다 제자야, 대법을 마친 것을 축하한다. 앞으로는 능력과 힘을 뜻대로 사용해도 좋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염라대왕의 충복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흐흐...”
염마 왕은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예 사부님, 사부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좋고 좋아, 허면 제자야,”
“예 사부님,”
“앞으로 이 사부는, 그래 너를 지켜볼 것이다. 네놈이 잘하고 있으면 이승에는 오지 않을 생각이다. 허니 이승을 네가 꿈꾸는 세상으로 만들라! 복수도 하고, 잘난 척하는 놈도 잡아 죽이고, 착하게 사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 자들에겐 핍박받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려 주거라!”
“사부님, 그런데 사부님, 이젠 가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제자가 바쁜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사부님, 어느 정도는 이승의 법도를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부님,”
대박은 은근히 바쁘다는 핑계를 댔다.
“크흐, 알았느니, 십삼일 동안 수련함을 잊지 마라, 이 사부는 네놈이 잘하고 있는지 날마다 지켜볼 것이다.”
“참 사부님, 사부님 수하 말입니다. 그 마설훈이란 사람 말입니다. 그 사람은 이승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됩니까,”
“그 놈에게는 그놈 수준에 맞는 일이 있다. 제자는 신경 쓰지 말고 수련에 집중하거라.. 지켜본다는 것 잊지 말고..”
“예 사부님, 명심...”
슉-
염마 왕은 대박이가 못마땅했음에도 엄포만 놓곤 나타날 때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어, 젊은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가?”
“할아버지, 막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할머니도요.”
대박이도 안면이 있는 노부부였다.
“기척도 없이 암튼 부지런도 하이...”
할머니가 웃어 보였다.
“저는 이쪽으로, 또 뵙겠습니다.”
대박이는 굽실 인사하곤 서쪽 능선으로 걸어갔다.
‘사부의 능력은 참으로 놀랍다. 지옥의 수문장이니 그 능력이야, 그래 직접 보고 겪어봤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다. 참으로 다행한 것은 이쯤에서 사부의 심기를 읽어냈다는 것이지, 그러고 보면 나 박 대박이도 대단해, 그런데 문제는 사부인 염마 왕이 제압하려는 내 의지야, 절대로 마성에 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내 능력은 어느 정도가 될까, 사부인 염마 왕을 능가할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아 무섭다.’
대박이의 몸이 순간 부르르 떨었다.
사실 염마 왕으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겠지만 자신의 능력과 힘의 원천인 ‘무협소설의 내공’에 해당하는 진신 내기(眞身內氣)를‘(眞身內氣)를‘ 그것도 절반 이상인7할을 대박에게 나눠줬다. 그 때문에 대박이가 깨어났지만 염마 왕은 이후 후회를 했다. 5할만 주었어도 대박이는 깨어났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대박이는 염마 왕의 제자가 되었고, 염마 왕이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게 되었다. 또한 두렵고 무서운 염마 왕에게도 두렵고 무서운 존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염마 왕의 약점은 물론이고 염마왕이 행했던 능력들까지 맘만 먹으면 펼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당사자인 염마왕의 자상한 가르침으로 깨닫게 되었다. 참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일의 연속이었다.
도란도란, 두런두런,
산행하는 사람들의 인기척이 대박이의 상념을 깨웠다.
“그래 마성에 져서는 안 되지, 으싸!”
대박이는 힘차게 팔을 들었다 내리곤 하산했다.
그때 한 도인이 하산하는 대박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허름한 장삼을 걸친 삿갓 노인이었다..
“허허, 대단 하이, 내가 다 숨이 막히던데, 그래도 암흑을 얕잡아 봐선 곤욕을 치를 것일세, 그뿐인가, 저승의 능력이 이승에서 다 활용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버리시게, 음, 잘못했으면 들킬 뻔했잖아,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삿갓 노인은 은밀히 결계를 치곤 멀지 않은 곳에서 대박이와 염마 왕을 지켜봤었다. 만약 노부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염마 왕의 날카로운 눈에 발각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만에 하나 발각이 되었다면 악마인 염마 왕은 삿갓 노인을 죽였을 것이다. 물론 대박이도 무사 치는 못했을 것이었다.
-----계속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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