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네 분식집은 정기휴일이 없다.
특별히 쉬고 싶을 땐 언제든 문을 닫으면 된다.
연중무휴(年中無休) 특별한 날도 없이 영업 중이다.
“오빠, 빨리 준비해, 벌써 10시야,”
“준비 끝, 가자,”
소라는 신축성이 좋은 청바지에 등산용 점퍼를 입었고, 대박이도 청바지에 등산용 점퍼를 입었다. 누가 봐도 두 사람은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오빠, 식당에 들려서 도시락 갖고 가야지, 엄마가 준비해 뒀을 거야, 먼저 내려간다.”
“알았다 문단속하고 내려갈 게...”
소라는 앞서서 내려가고 대박이는 문단속을 했다.
‘참말로 오랜만이네, 3년 동안 기억은 없었어도 일상처럼 살았단 느낌이 드니 참 이상해, 암튼 오늘은 다른 생각 말고 소라와 즐겁게 보내자, 어린것이 맘고생도 심했을 거야,’
한날 안 여사가 대박에게 소라에 관한 얘길 한 적이 있었다. 어렸던 소라가 누워있는 대박이를 오빠라고 불러도 되냐고 물었다는 것이었다. 그때 안 여사는 곧바로 대답을 못 하고 망설였었다고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었다.
사실 일면식도 없었고, 단지 엄마가 간호하는 환자였다. 그것도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는 대박이를 오빠라고 부르겠다니, 엄마로서는 당황했었단다. 그럼에도 소라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었다고 말했다.
‘우리 소라가 오빠라고 부르면 대박이 오빠가 정말 좋아할 거야, 어쩌면 좋아서 벌떡 일어날지도 모르지,’
이렇게 안 여사는 말해 줬다는 것이었다.
그 후부터 소라는 1주 일에 한 번은 대박이 얼굴을 보기 위해 병원에 왔다. 소라는 대박이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섰다가 돌아가곤 했는데, 그때 소라는 ‘오빠야, 빨리 일어나라,’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고 한다.
‘소라야, 오빠 얼굴은 왜 그렇게 들여다보는데...’
‘얼굴을 보면서 빌면 금방 일어날 것 같아서...’
‘오빠가 왜 그렇게 좋은데...’
‘그냥 오빠가 좋아...’
그 당시 엄마와 딸의 진지한 대화였다.
***
화창한 봄날, 어린이대공원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요일이라 어린이들도 많았다.
“오빠, 사람들 참 많다.”
“와, 정말, 이렇게 좋은 걸,”
둘은 나란히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막상 둘만의 시간이 보장됐음에도 대박이나 소라는 한참을 걸을 때까지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둘은 사람들에게 떠밀려가듯 산책로를 따라 저수지에 다다랐다. 저수지를 끼고 걷다가 보면 계곡을 보처럼 막아놓은 다리가 있다.
지금 다리 위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애인으로 보이는 남녀들이 저수지를 내려다보며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누군가 물고기 밥을 던져주면 크고 작은 잉어들이 먹이를 먹으려고 펄쩍펄쩍 뛰면서 모여들었다.
“할머니, 여기 잉어들이 많아요.”
7살쯤 되었을 아이가 잉어를 보곤 할머니를 찾았다.
“그래 어디... 정말 잉어들이 많구나, 저건 원앙이다.”
“원앙이 뭐예요,, 할머니.”
“저기 오리처럼 생긴 새 있지, 원앙새라는 거란다.”
“아 그렇구나, 엄마, 아빠도 빨리 와서 보세요.”
천천히 걸어오던 30대 부부가 손을 들어 보였다.
“오빠, 우리도 가보자,”
말문이 트였는지 소라가 쑥스런 미소를 지었다.
“오빠, 잉어들이 엄청 크네, 저건 정말 원앙이고...”
대박이는 씩 웃어 보이곤 다리 위로 올라가 잉어와 원앙을 바라봤다. 암수 두 마리의 원앙은 서로를 비벼대며 사랑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암놈은 수놈보다 작고 못생겼다.
“오빠, 원앙은 한 마리가 죽으면 따라 죽는다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말일까?”
“잘은 모르지만 나도 그 얘긴 들은 것 같다. 그리고 봐라, 예쁘고 덩치가 큰 놈이 수놈이야,”
“정말야, 오빠!”
“대부분의 조류들은 수놈이 화려하고 예쁘다는데, 원인은 암놈을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
“치 오빠는...”
소라는 입을 삐죽여 보이곤 앞서서 다리를 건넜다.
‘소라가 나를 위해 기도를 많이 했다는데, 어떻게 보답을 하지, 그냥 뭐든지 잘 되게 도와주면 되는 건가, 뭘 해줄까, 소원이 뭔지 물어볼까? 참 한심하긴, 오늘 같은 날은 즐겁게 놀다가 가는 거야, 즐거운 얘기만 하고,’
대박은 소라가 동생처럼 귀엽고 좋았다.
소라가 뭘 원하든 말만하면 다 들어주고 싶었다.
“.......”
“소라야, 도시락 안 무겁니,”
“왠 친절, 안 무겁거든요. 참 도시락 먹을 시간 된 것 같아, 저기 봐, 가족들이 행복해 보이지 밥맛도 좋을 거야,”
소라가 가리킨 곳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남녀노소 십여 명이 자리를 깔고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도 점심 먹자, 어디서 먹을까,”
“오빠, 우린 저기서 먹어요.”
“......”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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