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10분경이었다.
이른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은 한가했다.
“아줌마, 할머니 다녀왔습니다.”
“엄마 할머니 나 두...”
“계집 앤,, 대박아, 소라가 귀찮게 하진 않았겠지, 계집애가 한 번씩 천방지축 물불을 안 가릴 때가 있다니까, 그리고 도시락은 맛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안 여사는 소라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대박에게 질문을 해댔다. 대박이도 쌤통이라는 듯 소라는 쳐다보지도 않고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줌마, 도시락도 맛있었고, 등심 찜은 더 맛있었습니다. 한데 소라는 다이어트한다고 제가 다 먹었습니다. 또 찜을 만들게 되면 그땐 소라도 많이 주세요.”
대박이는 소라에게 엄지와 검지로 ok 싸인을 보냈다.
암튼 소라가 먹여줬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다이어트는 무슨, 그래 재미는 있었고...”
“그럼 얼마나 재미있었다고, 엄마 이것 좀 봐라, 오늘 오빠하고 사진 많이 찍었다. 할머니도 와서 보세요.”
쎌카 사진을 엄마 앞에 내보이는 소라는 신났다.
그렇게 어린이대공원에서 놀던 얘기는 소라가 사진을 보여주며 신나게 설명했다. 대박이는 올라가 쉬겠다고 말하곤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대박이의 안색이 밝지가 않았다. 게다가 눈빛도 푸른빛이 감도는 것이 꼭 무슨 사단을 낼 것처럼 불안해 보였다.
2층으로 올라온 대박이는 올라오자마자 방문을 꼭 닫곤 명상에 잠겼다.
‘왜 자꾸 생각이 나지, 소라가 여자였어, 으 내가 미쳤나 이런 생각을 다 하게...’
막무가내로 고기를 먹여주던 소라가 생각났다.
그 상황이 싫지만은 않았던 대박이었다.
‘소라는 동생이야, 착한 동생, 그래도 여자는 여자, 으...’
대박이는 엉뚱한 생각이 들까 봐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하지만 위험한 순간에도 손끝으로 전해졌던 소라의 낭창한 허리 감촉은 대박이의 마음을 유혹했다. 게다가 잠깐이지만 소라가 껴안듯 목에 매달렸을 때 지긋이 눌리듯 느꼈던 소라의 젖무덤이 원초적 본능을 일깨웠다.
‘절대로 안 되는 일이야, 동생이라서 좋아하는 거야,’
어린이대공원 앞에서 벌어졌던 사건, 지금 대박이는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정리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다고 사람의 감정이 쉽게 바뀌겠는가, 솔직히 소라는 남자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아이돌 연예인 버금가는 미인이다. 그리고 대박이는 사춘기를 건너뛴 성인 남자다. 이성이라면 어머니뿐이었던 대박에게 소라가 이성으로 느껴졌다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지만 대박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하곤 자신이 불순하다고 자책하고 있음이었다.
‘불순해, 분명 마성이...’
대박은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감정들이 불순한 생각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마성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이 문제는 문제였다.
‘이럴 땐 마음을 다스려야,’
대박은 잡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항마 심법을 운기 했다..
“고요히 눈을 감고 단전에 힘을 실어 숨을 고르게 내 쉰다. 날숨은 몸 안의 탁하고 불순한 기운을 내보내는 마음으로 가늘고 길게 입으로 내쉰다. 들숨은 우주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코로 들이쉰다. 마음은 평정심이다. 항마심법, 마음은 평정심이다. 항마심법, 마음은 평정심이다. 마음은 평정심이다. 항마심법항마 심법, 항마심법,”
항마 심법을 운기하고 나니 조금은 편해졌다.
“13일 동안 수련하라고 말한 것이 엄포였다면 이미 내 몸에 내재된 능력과 힘은 내 것이란 뜻도 되잖아, 그래 마성만 제압한다면 활동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거야,”
“......”
... 띠띠 띠띠띠 띠
12 567 9,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차 알 칵,
“오빠, 오빠!”
문이 열리고 소라의 목소리가 고막을 자극했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
대박은 이맛살을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빠, 방에 있어요, 오빠!”
“그래 나간다.”
대박이가 나가자마자 소라가 달려들다 멈췄다.
행동으로 보아 신바람에 목에 매달리려던 것 같았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호들갑이냐?”
소라의 행동에 놀라긴 했다.
하지만 대박은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오빠는 엄마가 말이야, 사진 중에 맘에 드는 것 골라서 액자로 만들래, 집에다가 걸어놓은 다고, 오빠는 어떤 사진이 좋은데, 참 오빠 독사진은 예쁜 액자에 넣어서 내 책상 위에 놓아둘 거야, 그래도 되지 오빠,”
“그럼, 난 말이다. 우리 소라가 좋다는 건 다 좋다, 그러니까 우리 소라 공주님 맘대로 하세요.”
머리는 싫은 소리 좀 하라고 시키는데 마음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암튼 입에선 마음 따라 좋은 소리만 나왔다.
“좋았어, 그럼 오빠, 내 맘대로 한다. 다른 소리 없기...”
“예, 소라공주님, 군소리 없기입니다. 오케이~”
“그럼 씻어야겠다. 오빠 나 먼저 씻을게 아, 땀 냄새”
소라는 자연스럽게 점퍼를 벗더니 냄새를 맡아본다. 무심코 바라본 대박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소라의 가슴골이었다.
“소라야, 뭐해”
“오빠는 뭐가 어때서, 날마다 잠옷 차림에 다녀도 별말 없더니, 오늘은 왜 그래 오빠,”
“그래도 그렇지 숙녀가 오빠 앞에서...”
대박이는 말이 궁색해 얼버무렸다.
“그러고 보니까 오빠, 그거네, 그렇지 오빠!”
소라는 신난 듯 나섰다.
“소라 너, 그게 뭔데...”
“오빠, 정말 모르겠어, 그거,”
“소라 너, 난 그런 거 몰라, 빨리 씻기나 해라, 나도 씻을 거니까, 알았니?”
“오빠야, 난 좋다. 오빠가 날 여자로 봐줬으니까.”
“뭐라! 네가 여자...”
소라의 말에 대박이가 눈을 크게 떴다.
“호호홍, 오빠도 남자는 남자네.”
소라는 재미있다는 듯 혀를 날름거리곤 방으로 들어갔다.
“.......”
‘대박아, 너 왜 그러니, 소라 앞에서 실수를 다 하게, 아니지 남자가 여자를 보면 예쁘다는 생각쯤은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소라가 동생도 되고 예쁘니까, 쳐다본 건데...’
대박은 뜻밖에도 자기 합리화를 시키고 있었다.
사실 대박이가 소라를 여자로서 좋아한다고 해서 잘못될 것은 없다. 다만 가족처럼 한집에 살다가 보니까 친동생처럼 이성으로서 거리감을 두는 것뿐이다.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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