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거래했다.

악마와 거래했다. 41

썬라이즈 2022. 2. 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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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도인(道人)을 만나다.

 

새벽 4시경,

대박이가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곤 집을 나섰다.

그때 현관문 소리를 들었는지 소라 할머니가 거실로 나왔다. 할머니는 대박이가 나간 현관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우리 대박이,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야 할 텐데...”

잠시 현관문을 바라보던 할머니가 거실의 불을 켰다.

이름은 배 정난, 65, 약간은 고지식한 면도 있지만 교양이 있는 분이다. 특히 음식 솜씨가 좋아서 희망이네 분식집 주방장이다. 무엇보다도 대박이를 친손자처럼 생각한다..

요즘도 마음고생이 심한 모양이네, 그래도 어제는 표정이 밝았는데, 소라와 남매처럼 잘, 아니지, 인연이긴 하지만...”

할머니는 물을 따라 마시곤 탁자 앞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동안 대박이와 스스럼없이 지낸 것은 한 가족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어제의 대박이를 보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거기엔 소라가 대박이를 이성으로서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박이도 소라를 이성으로 느낀다면 받아들여야겠지,, 소라 어미는 어떻게 생각할까, 문제는 소란데 정말 대박이를 이성으로 사랑하는 건지, 그냥 좋아하는 건지, 아직은...”

입술을 축이듯 물을 홀짝 마신 할머니가 다시 중얼거렸다.

일단은 지켜보자, 대박이가 경솔하게 행동할 사람은 아니지만, 아직도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우려스럽긴 한데, 그래 소라 얘기부터 들어보자,”

할머니는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표정이다.

***

대박이는 금정산 고당봉을 오르고 있었다.

새벽엔 대중교통이 없었기에 그동안 걸어서 다녔다.

오늘도 대박은 그동안 다녔던 코스로 초읍동을 지나 사직동을 거처 온천동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새벽이라 안개가 잔잔히 깔린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하지만 대박에게 안개나 추위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다만 일반 사람들보다 걸음걸이가 빨라서 문제가 된다면 그것이 문제였다. 휙휙 나아가는 속도가 사실상 장난이 아니었다. 누가 봤다면 참으로 기이하게 여겼을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대박이가 자신의 능력을 간파하고 상황에 따라 속도 조절을 하고 있음이었다.

고당봉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40분경이었다.

서면에서 고당봉까지의 거리를 감안한다면30여 분 만에 도착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대박은 잔잔히 깔린 안갯속에 우뚝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뿌연 하늘은 별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소라야, 오빠는 말이다. 네가 좋지만, 이것이 내 본마음인지, 마성에 의한 불순한 마음인지 가늠을 못하겠다. 만에 하나 마성에 이끌린 것이라면 한을 남길 것이기에 잠시 떠나온 거다. 오빠의 진심이 무엇이었든 간에 마성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때, 그때 돌아갈 거다. 아주머니와 할머님을 부탁한다. 암튼 사랑한다. 소라야,”

한참 씨부렁거리고 나니까 속이 다 후련했다.

“13일이 11일 남았나, 그때까지 사부님이 말한 능력과 힘을 실현해 보는 거야, 분명 이승에서는 무적이란 말씀을 하셨지, 무적은 그 누구도 상대가 없다는 얘기잖아, 그러니까 내가 최고, 날 이길 자가 없단 말이지, 그렇다면 사부님인 염마 왕께서는 날 이길 수 있으실까?”

대박이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무언가 변화가 있음이 분명했다.

사실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 꿈틀거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푸른 안광이 번뜩였다면 그것은 마성이 극성을 부린다는 의미가 될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물불을 안 가리는 악마성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느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대박은 성큼성큼 동쪽으로 걸어가 반경 2미터로 하나의 진을 설치했다. 그리곤 그 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대박이가 손을 흔들어 설치한 진은 안개진이었다. 이미 안개가 깔린 상태라 자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를 자욱하게 만들면 그것이 바로 안개진이다. 그냥 너무나 쉽게 그것도 마음먹은 대로 손짓에 따라 안개진이 펼쳐졌다.

“......”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아침 7시 경, 희망이네 분식집 2층은 부산했다.

소라야, 오빠 깨워라,”

응 엄마, 오빠, 일 어 나 세 요. 빨리요.”

똑똑똑, 똑똑,

잠옷 차림의 소라는 오빠를 부르며 노크를 해댔다.

오빠, 일어나세요. ~~”

네 오빠는 산에 갔다. 아마 많이 늦을 것 같더라,”

옥상 텃밭을 돌보고 내려온 할머니가 담담히 말했다.

할머니, 몇 시에 나갔는데요.”

아마 네 시쯤 되었을 걸...”

그렇게나 빨리요. 엄마, 오빠 산에 갔데요.”

소라의 목소리엔 서운함이 깔려있었다.

오늘도 산엘 갔구나, 그럼 우리끼리 먹자, 엄마, 엄마도 빨리 오세요.”

그러고 보니 세 사람은 삼대가 함께 사는 모녀들이다.

“......”

----------계속

^(^, 힘들어도 파이팅합시다.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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