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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만리(有情萬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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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야의 유정만리 2권 8화 3장, 대장부의 눈물 하늘엔 아름다운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닌다. 마치 목화솜을 풀어 하늘에 띄워 놓은 것 같았다. 뭉게구름 사이로 중천에 떠오른 태양이 간간이 얼굴을 내비쳤다. 그럴 때마다 따사로운 햇살이 천지봉 일대로 쏟아져 내렸다. 그 햇살을 타고 상큼한 냄새가 춤추듯 사방으로 흩날렸다. 햇살을 품은 봄바람이 휘날린 탓이다. 평화롭고 아름답던 만화곡, 국화꽃 향기가 가득했던 만화곡이 귀곡성이 들릴 것 같은 흉물스러운 곳으로 변해있었다. 곳곳엔 몸을 숨긴 흉흉한 자들의 날카롭고 음산한 눈빛들이 사위를 할퀸다. 초막이 불길에 스러지고 남은 것은 어질러진 잔재뿐이다. 그 앞에 언제 나타났는지 살기를 뿜어내는 일단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일견 하기에도 사나이들은 보통 사나이들이 아니었다. 바로 천태일과..
단야의 유정만리 2권 7화 그 시각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엔 빛들의 잔칫날인 양 무수한 별들이 불꽃놀이에 푹 빠졌다. 달무리도 살판났다는 듯이 은은한 빛을 뿌리며 천지봉으로 놀러 왔다.. 그때 빛 무리를 반기듯 바람들이 천지봉을 휘돌고 휘돌았다. 천지봉 북쪽, 병풍처럼 늘어선 절벽들이 별빛들에 의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서쪽 끝에 위치한 암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 여인이 암벽 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여인이 움직일 때마다 치마가 나비가 날 듯 너풀거린다. 여인은 신들린 여인처럼 신명이 나있었다. 발동작 하나하나가 유연하면서도 절도가 있었다. 손놀림은 말할 것도 없다. 한 번의 손동작이 버들가지 휘어지듯 늘어졌다가 곧게 뻗어나가니, 그 춤사위가 일품이었다. 그리고 몸을 가볍게 회전시키는 몸놀림은 ..
단야의 유정만리 2권 6화 무룡이 암동으로 돌아온 지 벌써 칠일, 침상 위, 무룡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마치 득도한 스님처럼 평온해 보였다. 다만 암벽 서가에 가지런히 꽂혀있던 서책들이 중구난방으로 꽂혀있었다. 무룡이 서책들을 봤음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마도 한 시진은 족히 지났을 것이다. 그때서야 부르르 몸을 떨어댄 무룡이 눈을 치떴다. 순간, 눈에서 밝은 빛이 일렁였다가 사라졌다. 강한 빛은 아니었었으나 어느 정도 내공이 증진됐다는 증거였다. “......” 하지만 무룡 자신은 자신에게 엄청난 기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바로 이 암동에서 갓난아기의 몸으로 천년 설삼(千年雪蔘)과(千年雪蔘) 기인이 만들어 놓은 각종 영약을 그것도 함께 먹었다는 사실을... 그 결과로 죽을 고비도 넘겼고, 기연으..
단야의 유정만리 2권 5화 소연은 책을 펼쳐 든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술 언저리와 눈가가 파르르 떨었다. ‘할아버지! 지금은 집에 내려갈 수가 없어요. 아직도 놈들이 저를 찾겠다고 난리인가 봐요. 그런데 할아버지, 보퉁이를 잃어버렸으니 어쩌지요. 보퉁이엔 중요한 것이 들어있었을 텐데, 정말 죄송해요. 할아버지!’ 입술이 피가 나도록 깨물며 눈을 뜬 소연은 책장을 넘겼다. 책장을 넘기자 곰팡이 냄새가 났다. 비록 퇴색은 되었으나 등불에 비친 그림들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하나 같이 선녀가 날개옷을 입고 춤추는 그림들이었다. 그림 밑에는 주해(註解)가 깨알 글씨로 촘촘히 쓰여 있었다. 소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림에 몰입되어 갔다. 선녀의 춤추는 동작은 아주 섬세하고 유려하게 그려져 있었다. 발동작 하나하나에..
단야의 유정만리 2권 4화 2장, 가깝고도 먼 이별 천지봉 일대가 생기로 넘쳐났다. 땅속에서 꿈틀대던 생명들은 기지개를 켜대며 밝은 세상을 먼저 보려고 아우성을 쳤고, 이미 밝은 세상으로 나온 생명들은 따듯한 일광욕을 즐겼다.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은 고송 하며 온갖 나무들이 활개를 쳤다. 철쭉은 자랑하듯 붉은 꽃잎을 피워 물고 진달래를 건네다 보고, 분홍꽃망울을 송송히 매달은 진달래는 게눈 뜨고 눈을 흘긴다. 촉촉이 젖은 능선은 불꽃처럼 철쭉꽃이 지천이다. 황의를 입은 한 젊은이가 철쭉꽃 사이를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젊은이의 허리엔 손도끼가 매달려 있었고 눈엔 깊은 상념이 어렸다. “소연아! 넌 지금 어디 있니? 이제야 너를 찾아 나섰다. 정말 미안하다. 소연아!” 무룡은 능선에 올라서더니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만 하루..
단야의 유정만리 2권 3화 한편, 동굴에 혼자 남은 소연은 멍한 표정으로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헐렁한 가죽옷이 편해 보였지만, 아니 그냥 철퍼덕 주저앉아 있어도 무방할 터였다. 하지만 사회에 오염되지 않은 소연에게는 그마저도 무리였을 것이었다. “누구--?” 소연은 동굴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바짝 긴장했다. “토끼 간을 먹었느냐? 겁먹긴, 자 이것이나 손질해라!” 노인이 불쑥 들어서며 잿빛 토끼를 소연 앞으로 던졌다. “아악!” 소연은 기겁해 비명을 질렀다. “이런, 이런, 그래 가지고 무공을 익힐 수 있겠느냐? 무공을 가리켜 볼까 했더니, 그냥 시중이나 들어라! 그리고 이런 것 손질하는 것도 배워라! 음식은 네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 노인은 토끼를 가리키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노인은 천태일의 동태를 살피고 돌아오던 ..
단야의 유정만리 2권 2화 노인의 이름은 한철이었다. 개봉성 어느 대상의 아들로 태어난 한철은 어려서부터 개구쟁이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도 개구쟁이 버릇을 못 버리고 망나니 생활을 계속했다. 한철이 엇나간 데에는 부모인 아버지 책임도 한몫했다. 한철의 아버지인 한 대인은 엄했으며 어떻게 해서든 아들을 공부시켜 출세시킬 생각만 했다. 그러나 맏아들인 한철은 아버지 말은 듣지 않고 엇나가더니, 친구들과 어울려 술과 계집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게 술에 취해 기방에서 밤새 술을 퍼 마셨고, 아버지에게 역정을 들은 날은 아버지에게 반항까지 하게 되었다. 머리가 똑똑했던 한철은 옆에서 공부하는 것을 슬쩍 훔쳐본 것으로도 공부한 자들보다 월등한 차이를 보였었다. 그런 한철이지만 공부엔 취미가 없었는지 공부 소리만 나오면 십리 밖으로 도망..
단야의 유정만리 2권 1화 유정만리(有情萬里) 2권 1장, 운명의 만남 어둠이 깔린 계곡으로 밤안개가 자욱하게 몰려들고 있었다. 계곡을 잠식한 밤안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듯 서서히 능선으로 기어 올라왔다. 수비대 병사처럼 능선에 늘어선 바위들도 밤안개를 저지할 수는 없었다. 띄엄띄엄 보초를 서던 나무들은 부들부들 떨다 숨을 죽였다. 만화곡에서 20리쯤 떨어진 험준한 능선이었다. 밤안개에 점령당한 능선은 사위를 분간키 어려운 어둠 속에 묻혔다. 그 어둠 속, 흐릿한 물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무룡아, 난 어떻게 해, 이럴 줄 알았다면 자영이처럼 무공이라도 배워 둘걸,” 바위와 바위 사이에서 기척이 들렸다. 흐릿하게 드러난 물체는 바위 옆에 웅크리고 앉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소연이었다. 소연은 여인에게 예의범절이 중요하다는 할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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