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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만리(有情萬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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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야의 유정만리 1권 16화 “흥, 왔으면 날 깨우지는 않고 잘들 논다.” 언제 일어났는지 홍의무복을 날렵하게 차려입은 자영이 평상 앞에 서 있었다. 자영은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쌀쌀맞게 말을 내뱉었다. ​ “자영이도 집에 있었구나. 나는 할아버지가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셔서, 너를 먼저 찾지를 못했다. 미안하다.” 무룡이 변명하듯 말했다. ​ “무룡이 너 정말, 그 말 믿어도 되지...?” 자영도 실없는 질문을 해댔다. ​ “그럼 믿어도 되지, 그래 여태 잠잤니...?” “그래 늦잠 잤다. 무룡이 너! 따라와!” 자영은 톡 쏘아 붙이곤 앞장을 섰다. ​ “어딜 갈 건데...?” “따라오라면 따라올 것이지...” “응, 알았어! 소연이도 같이 가자!” “빨리 오라니까! 뭐 해!” 자영은 초막 뒤로 돌아가다 ..
단야의 유정만리 1권 15화 새벽바람은 쌀쌀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데 샛별만이 유난히 반짝였다. 무룡은 화덕에 불을 지피고 약탕기를 그 위에 정성스레 올려놨다. 그리곤 싸리비를 들고 마당이며 길을 깨끗이 쓸었다. 길을 다 쓴 무룡은 팔을 걷어붙이며 장작 팰 준비를 했다. “무룡아! 오늘은 내가 장작을 팰 것이다.”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 “무슨 일은, 오늘 만화곡에 가기로 했지 않느냐? 그러니 일찍 서둘러라, 너무 늦지 않게 다녀와야 한다.” “오늘 꼭 가야 합니까?” “스승은 부모 이상이라고 말하지 않더냐! 오늘은 선인을 꼭 찾아가 뵙게 하라고, 네 어미가 어젯밤에 말을 하더라.” 사실 태궁은 무룡의 스승은 아니다. 그러나 무룡의 부모나 무룡은 태궁을 스승처럼 생각했다. 태궁의 말은 한마디라도 버릴 것이 없었다..
단야의 유정만리 1권 14화 초막 뒤쪽으론 깎아지른 암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 누구도 타 넘을 수 없는 천혜의 암벽이었다. 그런데 딱 한 곳 비밀 통로가 하나 있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통로는 덩치 큰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통로였다. 자영은 그 통로를 지나 암벽 뒤쪽으로 나왔다. 삐죽삐죽 칼바위들로 이루어진 돌산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암벽 통로를 막 벗어나면 온천수가 샘솟는지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작은 연못이 있었다. 연못 주위는 평평했고 동글동글한 몽돌들이 깔려있었다. 주위는 들짐승들조차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험했고, 자영이 맘 놓고 목욕을 해도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사르륵, 사르륵, 연못 앞으로 다가간 자영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고요한 적막 속에 자영의 옷 벗는 소리만이 주위에 늘어선 ..
단야의 유정만리 1권 13화 4장, 조추월의 죽음 ​ ​ ​ 오대산에서 제일 험하고 절경으로도 으뜸인 천지봉(天池奉)이 햇살아래 위용을 자랑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때는 상춘지절(上春之節), 만물이 소생하는 초봄이었다. 천지봉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능선, 이제 막 고개를 내민 어린 풀들이 내리쬐는 햇볕을 탐하여 동쪽으로 머리를 들이밀곤 자기들 말로 싸움질을 해대고 있었다. 잡목들은 잡목들대로 자기가 먼저 잎을 피우겠다고 지나가는 바람을 붙잡고 마구마구 실랑이질을 해댔다. 그래도 듬직한 소나무들은 아우님 먼저 형님먼저 양보를 해가며 늘어진 가지를 양껏 벌려 기지개를 켰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파란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넣듯 제멋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능선 풀밭에는 대자로 누운 한 청년이 수시로 변하는 구름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 ..
단야의 유정만리 1권 12화 안보가 무너지면 자유도 미래도 없다. 천지봉에서 남서쪽으로 2 십리쯤 떨어진 곳이었다. 계곡을 끼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화원이 햇살아래 드러났다. 사방 100장은 족히 될 넓은 화원은 온통 국화꽃이 만발한 만화곡(萬花谷)이었다. 화원 입구에서부터 100장쯤 되는 길을 지나면 아담한 초막이 세 채 나란히 지어져 있었다. 초막 앞까지 쭉 뻗은 길은 금사(金砂)가 깔려있어 눈이 부셨다. 중앙에 있는 초막은 제법 컸다. 그 초막 앞엔 여러 명이 앉아서 쉴 수 있는 평상까지 놓여있었다. 무룡은 앞서가는 노인을 따라 국화꽃으로 만발한 화원을 가로질러 평상 앞에 다다랐다. 평상 앞엔 귀엽고 예쁜 두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녀들은 신기한 것을 본 듯 무룡을 유심히 쳐다봤다. “할아버지! 저들이 누구예요?” “아시는 분이세..
단야의 유정만리 1권 11화 햇살이 따가운 한나절, 노소가 천지봉 깊은 골짜기로 들어서고 있었다. 무룡은 몸에 딱 맞는 지게를 지고 아버지를 따라 산에 올랐다. 지게는 아버지가 어깨나 등이 배기지 않도록 아주 편하게 만들어준 지게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버지는 천지봉 깊숙한 골짜기까지 들어가서야 지게를 벗었다. 주위는 곧게 자라지 못한 소나무와 낙엽송 그리고 오리목나무와 상수리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나무들은 기형적으로 자란 나무들이 태반을 차지했다. 땅이 척박해서가 아니었다. 돌들과 바위들로 이루어진 땅이라 뿌리가 곧게 뻗지를 못해 기형적으로 자란 나무들이었다. 그렇지만 어른들 한 아름이 넘는 굵은 나무들이 많았다. “무룡아! 왜, 이곳까지 왔는지 아느냐?” “아버지! 제가 그 답을 맞히면 아버지는 한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단야의 유정만리 1권 10화 3장, 소년 만 무룡 흘러가는 세월을 누가 막으랴! 12년이 후딱 지나갔다. 12년 전, 만무가의 멸문으로 중원무림은 일대 혼란을 겪었다. 그 당시 소림사와 오대방파가 만무가의 멸문을 마교(魔敎)의 만행으로 규정하고 마교 타도(打倒)의 기치를 높이 내걸었었다. 그러나 결전을 치르기도 전 높이 내걸었던 마교 타도의 기치는 꺾이고 말았다. 그 후, 마교 타도가 무산된 것은 소림사는 물론이고 무림방파들이 마교에 의해 봉문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중원무림은 이미 마교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그럼에도 마교는 무림에서의 활동을 중단하고 어느 날 갑자기 중원무림에서 자취를 감췄다. 마교가 사라진 직후, 무림인들은 중원무림의 안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
유정만리 1권 9화 태양이 중천으로 떠오른 시각, 오대산은 온통 은빛으로 눈이 부셨다. 천지봉 일대는 물론이고 기암괴석들과 고송들, 잡목들까지 꽃가루를 뿌리듯 은빛을 뿌려대고 있었다. 은빛의 설원, 검은 인영이 백지에 선하나 긋듯 산등성을 내려오고 있었다. 검은 인영은 곰처럼 눈 덮인 산등선을 잘도 미끄러져 내려왔다. 이리저리 몸을 틀어가며 나무와 나무사이를 잘도 빠져나왔고 장애물이 있으면 타 넘기도 했다. 후후, 휴후, ​ “이젠 거의 다 왔다.” ​ 검은 인영은 호피로 만든 커다란 포대를 업듯이 짊어졌고, 발에는 나뭇가지를 총총히 엮어서 만든 커다란 설피를 신었다. 사나이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가야, 이 능선만 돌아가면 우리 집이다. 조금만 참아라!” 사나이는 설피를 왼발에 신고 오른발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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