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만리(有情萬里)

유정만리 / 1권 1화

썬라이즈 2023. 8. 2.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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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滅門의 書

 

스스슥, 스슥, 스스슥,

쉬익, 쉬익, 쉬쉭- 쉬쉭-

어둠을 뚫고 깊은 숲 속을 질주하는 수백의 검은 인영들,

어디로 가는가,

허공을 가르는 칼바람 소리만 살벌하게 들려왔다.

 

일반인들이 보았다면 놀라 까무러쳤을 절정(絶頂)의 경공술(輕功術),

어스름한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한 치 앞도 분간키 어렵다.

하지만 검은 인영(人影)들에게는 대낮에 활보하듯 아무런 장애도 되질 못했다.

휘이잉--휘이잉--

초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계곡을 휘돌아 지나갔다.

숭산에서도 제일 험하다는 태실봉 운무곡(雲霧谷),

깎아지른 절벽이 삼면을 가로막은 천혜의 운무곡,

동쪽으로 난 구릉이 아니면 접근이 불가한 운무곡,

검은 인영들은 운무곡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만무가가 지척이다. 몸을 낮춰라!”

“산 자는 모조리 죽여라!”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점점 동쪽 구릉으로 다가드는 검은 인영들,

 

크헉, 윽, 크윽, 으,

 

언제 어떤 수법으로 날아들었는지,

경비를 서던 무사들이 목을 잡고 픽픽 쓰러졌다.

예리한 검기들이 사정없이 무사들의 목을 긋고 지나갔음이었다.

불의의 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무사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그 시각이었다.

 

딩가딩, 띵가딩, 띵가디딩~~

 

숭산에서도 제일 험준하다는 운무곡,

그 운무곡(雲霧谷) 심처에서 가무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천혜의 요새처럼 사람들 발길을 거부했던 운무곡(雲霧谷)이었다.

무림의 하늘 무림세가,

그 무림세가인 만무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림세가 만무가(万武家),

장장 100여 년 동안 사마의 세력으로부터 중원 무림을 지킨 무림세가,

그 무림세가 만무가(万武家)에서 한창 백일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대를 잊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던 가주가 늘그막에 얻은 아들의 백일이 오늘이었다.

가주로서는 이보다 더 기쁜 날이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불길한 기운이 시시각각 장매물을 제거하며 다가들고 있었으니,

머지않아 그 실체인 검은 인영들이 몰려들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무림세가 만무 가는 끔찍한 비명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몸서리치는 아비규환도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잦아들었다.

 

 

만무가가 멸문으로 치닫고 있을 그 시각,

운무곡에서 30리쯤 떨어진 곳,

 

“가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뼈를 묻겠다 하셨으니, 살아남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련! 더는 지체할 수가 없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호천대가 돌아온 뒤에 함께 떠나는 것이,”

“좋다. 반 각만 더 기다린다.”

 

짙게 깔렸던 새벽안개가 햇살을 피해 도망치자 흐릿하게 장내가 드러났다.

일견해 봐도 대단한 무위를 지녔을 두 남녀가 무엇에 쫓기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다봤다.

사나이는 30대로 보였고, 20대로 보이는 여인은 강보를 안고 있었다.

강보엔 백일쯤 되었을 아기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휙- 휙-

“대주!”

두 무사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어떻게 되었느냐?”

“대주! 가주님을 비롯해 전 식솔들이 크흑!”

무사는 말을 잊지 못했다.

 

“이미 예상했던 일, 추적자는?”

“호천대가 길목에서 대적하고 있습니다만, 독에 중독된 상태라 일각도 버티질 못할 겁니다. 워낙에 악랄하고 대단한 놈들입니다.”

“대주!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피하심이,”

“너희들은 뒤를 맡아라! 나는 아기씨를 모실 것이다.”

“복명!”

“수련, 가자!”

 

남녀가 장내를 벗어나자 두 무사가 날렵하게 숲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들의 안색이 파리한 것을 보면 두 무사도 독에 중독이 되었음이 분명했다.

 

잠시 후, 일단의 복면인들이 분분히 나타났다.

마치 날아오듯이 그렇게 나타났다.

 

휘익! 휙!

 

“멈춰라! 네놈들은 이곳에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가 없다.”

몸을 숨겼던 무사들이 몸을 날려 복면인들을 막아섰다.

 

“이런 쳐 죽일 놈들이, 쳐라!”

 

한 사나이의 명령에 복명인들이 거침이 없이 사나이들을 타 넘었다.

언제 검을 뽑아 출수를 했는지, 두 무사는 가슴에 일검을 당하고 말았다.

일류 이상 절정에 달한 고수만이 평칠 수 있다는 검기에 당했음이었다.

복면인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자들인지 증명된 순간이었다.

 

“으 으윽!”

“크윽, 으 대...”

 

무사들은 복면인들의 상대도 되질 않았다.

그렇게 두 무사는 절명하고 말았다.

무사들이 절명했을 땐 복면인들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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