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만리(有情萬里)

유정만리 1권 3화

썬라이즈 2023. 8. 4.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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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객잔 2층,

한 방안에서 도란도란 얘기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쉿! 놈들이 여기까지,”

사나이가 불을 끄며 속삭였다.

 

“가가, 어쩌지요.”

“아무래도 함께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 내가 놈들을 유인할 테니 아기씨를 모시고 먼저 평도로 가라!”

“가가, 이렇게 헤어지면,”

“수련!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수련, 놈들을 유인할 동안 뒷문으로, 아기씨 나중에 뵙겠습니다.”

“가가! 가가!”

 

사나이는 아기에게 머리를 숙여 보이곤 대꾸도 없이 창문으로 빠져나갔다.

 

오늘의 무림세가 만무가(万武家)가 무참하게 무너진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누군가가 아기의 백일 찬치를 노려 공력을 약화시키는 무색무취의 독을 우물에 풀었고,

만무가의 모든 식솔들이 독물을 마셨다.

그 결과는 너무도 끔찍했다.

가주 이하 가신들은 대적도 못 한 채 죽임을 당했고,

그에 딸린 남녀노소 300여 명도 원흉들의 손에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원흉들의 습격이 있기 한 식경 전,

습격 사실을 서찰로 알린 자가 있었다.

그자가 어떤 자인지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임무를 마치고 늦게 돌아온 대주 부부가 가주의 명을 받들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천행이었다.

 

스스슥--

슉-

사나이가 눈을 번뜩이며 가볍게 지붕으로 날아올랐다.

그때 두 명의 괴한이 맞은편 지붕으로 날아오르는 것이 언뜻 보였다.

날카롭게 눈알을 굴리며 2층 난간을 오르는 자들도 눈에 들어왔다.

사나이는 처마에 납작 엎드린 자세로 놈들이 가까이 다가서길 기다렸다.

 

계단을 오른 괴한들은 다섯 명,

하나둘, 셋,

사나이는 괴한들의 걸음을 세면서 기회를 노렸다.

 

“이얍! 죽어랏!”

일갈(一喝)에 이은 푸른 검기가 어둠을 갈랐다.

 

“으악!”

“크흑!”

“놈이다. 잡아라!”

사나이의 입에서 일갈이 터진 순간, 두 명의 괴한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괴한들의 비명이 들렸을 때는 이미 사나이는 맞은편 지붕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얍!”

챙강, 챙강,

사나이는 두 명의 괴한을 감지한 상태라 지붕에 내려서자마자 검을 휘둘렀다.

역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괴한들이 받아쳤다.

사나이는 사력을 다해 두 괴한과 대적했다.

 

챙챙, 챙강,

“윽!”

“이얍!”

 

한 괴한의 입에서 신음이 들린 순간이었다.

사나이는 몸을 날려 땅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잡아라! 놈이 도망을 친다.”

“저쪽이다.”

 

후다다닥, 후다닥,

 

콰당! 쿵쿵!

“이런 계집이 도망쳤다. 쫓아라!”

 

와자장 창,

 

2층 방안으로 들이닥친 괴한들은 창문을 박살 내며 빠져나갔다.

 

밖은 난리가 난 것처럼 시끄러웠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을 밝힌 방도 누구 하나 나와 보는 자도 없었다.

투숙객들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고 객잔 주인도 벌벌 떨고만 있었다.

괴한들은 누군가가 나섰다면 입을 틀어막기 위해서라도 가차 없이 쳐 죽였을 것이었다.

 

 

객잔에서 30장쯤 떨어진 곳에선 칼바람이 잃고 있었다.

사나이와 괴한들 간의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사히 빠져나왔겠지, 그렇다면 나는 반대쪽으로,’

“이야야얍! 받아라!”

 

푸른 검기가 어둠을 갈랐다.

그 순간 사나이는 몸을 날리고 있었다.

 

“놈을 놓쳐선 절대 안 된다. 잡아라!”

“쫓아라!”

 

휙- 슈휙--

 

“가가, 부디 몸조심하세요. 부디,”

객잔에서 10장쯤 떨어진 후미진 곳,

한 여인이 어둠에 동화된 듯 숨어서 사나이가 도주한 방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기씨, 우리도 이만,”

여인은 돌아서자마자 어둠 속으로 내 달렸다.

 

휘이잉, 휘이잉,

 

어둠을 뚫고 달려가는 여인이 안타까웠을까,

매서운 바람이 여인의 흔적을 지우듯 불어왔다.

 

***

 

만무가,

중원 무림의 역사상 가장 은밀하게 사마의 세력을 견제해 왔던 무림세가 만무가였다.

그랬던 만무가가 하룻밤 사이에 멸문을 당했다.

내부 자의 배신이 아니면 있을 수도 없는 사건이었다.

누가 왜?

 

----------계속

 

^(^,

오늘도 무덥습니다.

모두 평안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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