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동거

치매가 뭐니? 8

썬라이즈 2021. 8. 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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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야가 썬라이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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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말하지 못하는 갈등

 

글/썬라이즈

 

어느 가정이든 그 가정에 병자가 있다는 것은 슬픔일이다.

특히 중증환자가 있다면 그 가정에 불행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주위엔 아름답고 숭고한 가족 사랑을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런 사람들 중에도 어머니들의 지극한 사랑과 희생정신은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숭고하다.

중증환자라면 인간이 생활하는 전반에 걸쳐 수발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식사에서부터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까지, 그 무엇 하나 손이 안 가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가족 중에 누군가는 그 일을 묵묵히 아니, 즐거운 맘으로 행한다.

오늘이 무슨 날이지?

나는 많은 사람들이 집에 찾아온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잠시지만 눈에 보인 현실에 어리둥절했다. 무슨 날만 되면 그러니까 명절 같은 날에만 모이던 사람들이 다 모인 것이었다. 자기들 말로는 자식들이라는데 아무리 얼굴을 뜯어봐도 이름도 모르는 기억에도 없는 얼굴들이다. 게다가 내가 이렇게 큰 자식들을 낳았나, 상상도 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자식을 낳았다니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했고,

‘그려그려 네가 큰 딸이고 네가 막내딸이란 말이지, 저 양반들은 그려 아들... 늙었네.’

대답은 했지만 금방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가족회의, 가정에 대소사나 특별한 일이 있는 날이면 치러지는 회의가 특별한 일도 없는 날에 열렸다. 건너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고 막내아들이라는 양반이 ‘가족회의를 한 대요.’ 슬쩍 말을 해줘서 알았지만, 무슨 일인지, 이내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싸움질하는 소리였다.

잠깐인지 한참인지, 깜박 졸고 나니 큰딸이라는 여인과 막내아들이라는 양반이 방으로 들어왔다. 얼굴 표정이 심각한 건지, 울상인지 애매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내 생각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소변 정도는 그런대로 가렸었다. 헌데 나도 모르게 실수를 하게 되었고, 그 횟수가 많아지더니 일회용 기저귀를 차는 처지가 되었다. 모든 시중은 큰 아들이라는 양반이 드는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사람이 틀려 보인다. 어떨 때는 시동생처럼 보이기도 하고, 오라버니처럼, 낯선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이지만...

나는 내가 누군지 이름조차 모른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 것인지, 그것조차 알지 못하는 나는 치매라는 병에 걸린 아기만도 못한 노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내가 그동안은 호의호식하며 살았다. 뭐가 필요한지 척척 알아서 해주는데 길들여졌는지 편하고 좋기만 했다. 그래도 어쩌다 신경질이 날 때도 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이 맘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과 문득 자식들을 고생시킨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그때만큼은 내 자신이 한심스럽고 죽어야지 살아서 뭐하나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잠깐 동안이고 금방 아기 같은 사고방식으로 행동했다.

 

‘엄마, 요양원에 가시면 친구들도 많고 편하고 좋대요.’

여인이 내 손을 잡더니 조용히 말했다.

요양원이 뭐하는 곳인지 알지는 못했지만 친구가 많다니 좋은 곳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집을 떠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밥 먹자, 맛있는 거 갖고 왔수!’

그 생각도 잠깐 들었을 뿐 엉뚱한 대답을 했다.

‘엄마! 왜 그래요.’

막내아들이라는 양반이 눈물을 글썽이며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뭔 일 있수, 어디 아프신가...’

말은 했지만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어찌 되었든 가족회의는 끝이 난 모양이었다.

여럿의 자식들 중에 마음 편한 자식이 있을까, 아마도 마음편한 자식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들의 생각 차이는 있었을 것이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낀 자식도 있었을 것이고,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마음을 편히 한 자식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불효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이지 치매에 걸린 부모를 모신다는 것은 힘들 일이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가족들도 할 짓이 아닐 것이다. 그들 자신은 모실 형편이 못되니, 눈치를 보는 맘이 오죽했을지 짐작이 된다. 아마도 자식들 개개인들은 많은 갈등을 했을 것이다. 각자 다른 갈등들이겠지만 부모를 어떻게 하면 편히 모실까 하는 생각은 같을 것이었다.

‘심사해서 등급을 받아야 된다고 했잖아요.’

‘일단 신청을 해봐야,’

‘잘하면 안 갈 수도...’

여인과 막내아들이라는 양반의 얘기 소리였다.

장기요양원에 들어가는 것도 무슨 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것이 뭔 말인지 알지는 못했지만 나에 관한 얘기라는 것은 눈치로 알아차렸다. 그 사실까지도 이내 잊어버렸지만 요양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는 등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떠올렸었다.

‘자식들 고생시키느니 장기요양원에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편할 거야,’

나는 편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내 갈등은 갈등도 아니야, 자식들 맘 쓰는 갈등은 누가 해소시켜 주지...?’

 

-----그동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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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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