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동거

치매가 뭐니? 3

썬라이즈 2021. 8. 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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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아이들 사랑

 

3, 그때는 딸이다.

글/썬라이즈

자식들이 숫자를 백까지 세면 기억이 돌아온다고 자꾸만 시킨다. 자식들이라고 말하니 하기 싫어도 숫자를 세어 본다. 일에서 열까지는 쉽게 세겠는데 그다음부터는 어떤 숫자를 세어야 되는지 몰라서 멀뚱히 자식들을 쳐다봤다. 책을 보라며 동화책도 사다 줬지만 글자도 알아보지 못했다. 말로는 책도 술술 잘 읽고 숫자도 잘 외웠단다. 직장생활도 했었다 하니 똑똑 하기는 했었던 모양인데 남에 얘기를 듣는 것 같다.

허긴 칠 남매를 두었다는데 자식들 나이 먹어가는 것만 계산해도 보통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열까지 밖에 세지 못하는 것을 보면 직장생활을 했다는 말도 믿기지가 않는다. 게다가 고모인가 누군가를 그것도 내가 글자를 가르쳤단다. 나에겐 올케가 된다고 한다.

어느 날 둘째 딸이 고모 전화라며 바꿔줬다.

내겐 올케라는 여인이었다.

“몸이 많이 안 좋다면서요? 늙으니 기력이 떨어져서 나도 막내딸 신세를 지고 있다오, 그냥 목소리나 들으려고 전화했는데... 식사는 잘하지요. 밥만 잘 먹어도 그게 어디우, 난 통 입맛이 없어서... 틀니가 귀찮아서 죽만 조금씩 먹어요. 구시렁, 구시렁, 구시렁, 또 전화 하리다.”

‘누구~’라는 말 한마디만 하곤 전화가 끊길 때까지 나는 말 한마디 못했다.

사실은 무슨 얘길 들었는지 조차 모른다.

그냥 어느 반 푼이 노인네가 씨부렁거린 정도로 느낀 것뿐이었다.

“엄마! 고모가 뭐래?”

“뭐래 긴, 치매가 걸렸는지 뭔 소릴 했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런데 치매가 뭐냐?”

별안간 둘째 딸 눈이 커졌다.

둘째 딸은 한바탕 잔소리를 해대곤 숫자놀이를 하자며 양손을 펴더니 따라 하란다. 나는 딸이 시키는 대로 양손을 폈다. 그리곤 딸이 하나 하면 손가락을 구부리며 하나를 따라 했다. 둘, 셋, 넷, 다섯, 열, 그리고 열하나, 열둘, 그렇게 100까지 세었다. 이게 숫자놀이라며 이번엔 나부터 하란다. 나는 열, 열하나, 열둘, 열아홉까지 세곤 멈췄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음이 생각나지 않았다.

딸이 스물이라고 가르쳐 줬지만 하기가 싫어졌다.

귀찮아진 것이다.

아니 귀찮다는 생각도 없이 그냥 배가 고팠다.

“애들은 밥 먹었나, 밥 차릴까?”

“엄마! 점심 먹은 지 한 시간...”

나는 대답도 듣지 않고 주방으로 향했다.

사실은 주방에 가봐야 밥을 차려 먹지도 못한다.

냉장고나 열어서 먹을 게 있으면 아무거나 마구 꺼내 먹는다.

한 번은 한 달 동안 먹을 흑마늘을 한꺼번에 먹어 치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큰아들이 있었다는데 너무 놀라서 간인가,  콩팥인가가 콩알만 했다고 한다.

어쨌든 문제가 생기는 그런 일이 벌어지면 딸은 나보고 사고를 쳤다고 말한다.

“엄마! 가만 계세요. 우리 간식 먹고 숫자놀이 또 해요.”

나는 딸의 말에 언제 밥을 먹으려고 했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렸다.

숫자놀이를 하든 뭘 하든  맛난 간식을 먹으면 그것으로 기분이 좋다.

딸이 아니어도 그때는 딸이다.

-----계속

^(^,

노년은 청춘에 못지않은 좋은 기회다.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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