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동거

치매가 뭐니? 1

썬라이즈 2021. 8. 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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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매가 뭐니?

 

글/썬라이즈

 

나는 기억이 없다.

기억이 없으니 당연히 아는 것이 없다.

오로지 눈에 보이는 현실만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아니 현실에서 큰 딸이라는 여인이 자신의 이름이 뭔지 물었다. 나는 대답을 못했다. 나이도 물었지만 고개만 흔들었다. 여인이 말하길 엄마는 86세고 자신은 64세라고 말했다. 그리곤 내가 낳았다는 자식들에 대해 설명했다.

“엄마는 자식을 칠 남매나 두었어요. 아들이 넷, 딸이 셋, 내가 큰 딸 명숙이고, 큰 아들은 영석, 둘째 아들 재석, 셋째 아들 민석, 막내아들이 종석이고, 둘째 딸은 창숙, 막내딸은 미숙이잖아요. 잘 생각해 보세요.”

여인이 목멘 소리로 차근차근 말했지만 이상하게 기억이 나질 않았다. 기억이 없으니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나는 가슴만 답답했다. 내가 정말 자식을 칠남매나 낳았을까, 그것도 의문이었다. 아니 의문을 가질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자꾸 자신이 큰딸이라는 여인을 보면 나보다 더 늙은 것 같았다. 거울을 보지 않았다면 내가 늙었는지 거울 속의 노파가 정말 나인지 그것조차 알아볼 수 없는 나다. 딸이라는 여인의 재촉에 끝내는 ‘몰라!’라고 나는 대답했다. 정말 모르겠으니 모른다고 대답했을 뿐이다. 한데 여인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사실 여인의 찡그린 얼굴에 수심이 찬 건지 그것은 정확히 모르겠다. 단지 느낌일 뿐이다.

내가 누구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지 나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엄마! 엄마 이름은 뭐예요?”

"이영선"

여인이 조심스럽게 이름을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내 입에서 ‘이 영선’이란 대답이 튀어 나왔다.

이 영선은 분명 내 이름이다.

“그것 보세요. 엄마 이름이 이영선이에요. 그럼 아버지 성함은 어떻게 되는데요?”

신통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여인이 정말 내 딸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자식들을 낳은 것 같기도 한데 그런 것들이 지금 무슨 상관이 있는지 말하기조차 귀찮았다.

나는 쳐다보는 여인에게 내가 늙어서 기억을 못 하니 네가 말해보라고 되물었다. 참으로 대단한 기지였다. 여인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쳐다보며 재차 아버지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는 늙어서 기억에 없으니 그냥 네가 가르쳐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엄마는 참 대단해, 젊었을 때도 말씀을 잘하시더니, 치매가 걸려서도 말씀은 잘하시네.”

치매, 치매가 뭔지 나는 모른다.

딸이란 여인의 말로는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을 치매란다. 인지능력이 뭔지 기억이 뭔지 그것조차 모르는 나에게 치매라니...

치매가 뭐니?

------계속

이 글은 치매노인의 입장에서 짧은 글 형식으로 쓰는 글입니다. 얼마나 치매노인을 이해하게 될지, 치매환자들을 대할 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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